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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성장 Oct 04. 2022

 엄마의 청국장


내 또래에 친구들에 비해 엄마 아빠 나이가 너무 나이가 많았던 탓일까?

초등학교 전부터 우리 집은 청국장을 즐겨 먹었다.

구 리 구 리 한 냄새가 옷과 살림살이와 공기를 삼켜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역했다.

시장에서 아줌마들이 팔고 남은 배추 등을 가지고 와서, 맛있다고 끓여먹던 청국장이었다.

냄새도 싫고 공짜로 가져가라는 것도 싫고, 어린 나이에 그것은 비참했다. 거지 같았다.


엄마의 청국장엔 고기가 없었다. 대체로 어묵이나 정육점에서 얻어온 돼지비계가 들어있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었다.

가난한 탓에 반찬투정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주는 대로 먹었다. 나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그때는 왜 그렇게 청국장이 싫었었는지. 꼬리꼬리 한 냄새가 마치 똥냄새 같았다.

엄마의 청국장 맛은 그때도 지금도 똑같은데, 엄마만큼 나이가 든 지금은 맛있다.



콩이 사람 몸에 그렇게 좋다며, 키 크려면 청국장 같은 것을 많이 먹어야 한다고 했던 그때의 장면이

사진을 찍은 것처럼 눈에 박혔다. 그래도 그때가 좋았다. 내가 기억하는 엄마는 그때가 가정 엄마가 젊었다.

나와는 44년 차이가 나는 엄마의 나이는 올해 90세다.

현재 내가 46세의 나이를 감안하면 엄마가 그때 얼마나 힘들게 나를 키웠는지 이해한다.

지금 젊은 나이에도 여기저기 쑤시고, 병원 가면 병이 계속 발견되는 나이다.

내 나이에 엄마는 나를 처음 만났다. 내 나이 3살 엄마는 46살.

어떤 마음으로 나를 키우신 걸까?


일제강점기를 겪고, 6.25 전쟁을 겪고, 대단한 한국사를 겪은 우리 엄마는

지금도 절약이 배어있다. 수돗물 아껴라. 전기 요금 나오니 불 꺼라. 허투루 물건 버리지 마라 등등

그 힘든 세월의 습관이 청국장 냄새처럼 몸에 배어있는가 보다.


나는 오늘도 90세 노모가 끓여준 청국장을 맛있게 먹었다.

식당에 가서 먹는 그런 맛과는 비교를 할 수 없는 엄마만의 깊은 맛이 있다.

몸이 노쇠해 가는 엄마의 등짝은 예전의 엄마와 비교할 수 없지만, 손맛은 그대로다.

직장 다닌다고 이 나이까지 엄마의 밥상을 받아먹는 나는, 참으로 복 받은 사람이다.

엄마가 오래오래 내 곁에서 병치레하지 않고, 건강하게 사시길 바라본다.


나는 계속 엄마의 청국장을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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