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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성장 Aug 16. 2023

할머니



울 엄마는 현재 91세시다. 나이가 들어서 약해지신 건지, 할머니 이야기를 자주 꺼내신다. 내 기억 속의 할머니는 편찮으셔서 계속 누워계셨던 것 외에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5살 때쯤 할머니가 돌아가셨다고 했다. 그때 우리 집은 너무 가난해서 삼시 세끼도 챙겨 먹기 힘든 시절이었다. 아픈 할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가보지 못한 엄마는 늘 가슴이 아팠다고 하신다. 식사를 제대로 못하신 할머니를 위해, 본인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눈물을 보이시곤 한다. 

'엄마, 그때는 다들 가난했고, 힘들게 살았잖아.' 위로해보지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주 오래된 기억이지만, 엄마에게는 더욱 선명하게 기억이 나는 듯했다. 효도를 못했다는 죄책감. 그것이 엄마를 힘들게 한다. 

엄마의 모습에서 어렴풋이 나의 미래를 들여다보곤 한다. 나도 엄마처럼 후회할까 무서운 생각이 들곤 한다. 

드라마에서 나문희 배우가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 노래를 부르던 장면이 떠올랐다. 노래 가사처럼, 있을 때 잘해야 하는데, 막상 잘 안된다. 세상의 모든 자식들이 그런 마음일까? 마음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다.

할머니는, 유독 나를 잘 챙겨주셨다고 한다. 할머니와 함께 사는 사촌 삼 형제가 있었는데, 그들로부터 나의 간식을 보장받게 해주셨다고 한다. 말썽쟁이 삼 형제로부터 나를 많이도 보호해 주셨다고 한다. 어렴풋이 기억이 날 듯 말 듯 하다. 내가 너무 어릴 때의 기억이다. 

엄마의 방에는 할머니 사진이 걸려있다. 덕분에 어릴 적 할머니의 얼굴은 선명하게 기억할 수가 있다. 

사진 속의 할머니는 지금 우리 엄마보다 더 젊다. 할머니의 얼굴 속에 엄마의 얼굴이 보인다. 가슴 한편 이 괜히 휑하다. 엄마의 시간 속엔 할머니와 나. 그리고 내 딸까지 4대가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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