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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성장 Aug 16. 2023

빨강의 추억



어릴 적부터 코가 약했던 나는, 

거의 매일 코피를 흘렸다.


자고 일어나면, 온 베개와 이불과 옷에 피가 흥건하게 묻어있어, 부모님이 걱정하시던 때가 많았다. 

이상하게 한번 나면 잘 멈추지 않는 코피는, 흘리면 흘릴수록 머리가 시원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또, 부모님이 나를 걱정해 주는 것도 좋았다. 그래서 철없던 나는 코피를 일부러 멈추지 않았다.


국민학교 때, 동네 친구 중 

동갑 친구가 4명이 있었다. 



그중 가장 오래된 친구가 있었는데, 유독 나와 의견이 맞지 않았다. 그래서 자주 싸우곤 했지만, 거의 일방적으로 내가 당했다. 늘 손톱으로 내 얼굴을 빨갛게 긁어놓았던 그 친구는, 항상 2차로 우리 엄마에게 혼나야만 했다. 이쁘지도 않는 내 얼굴, 남의 새끼 얼굴을 이렇게 뜯어놓았다며 연고를 발라주곤 하셨다. 너는 왜 한 대도 못 때리고 맨날 당하고만 오냐며, 꾸지람을 들으면서 말이다. 그래도 나를 위해 싸워주는 우리 엄마가 고마웠다. 우리 엄마 짱~!!! 그때 그 친구랑 아직도 친구인 건 안 비밀^^



회사 건물에서 불이 났었다. 



20년 전 이지만, 2층 사무실 꾸민 벽에서 불이 붙어, 6층인 우리 사무실까지 검은 연기가 자욱했다. 소방차가 오고, 소방관님 들이 호스를 가지고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나는 급하게 대피하느라 맨몸으로 뛰어나가고 있었다. 그때, 사장님이 나를 불렀다. 도장과 통장을 챙기라며.... 헐!.....


목숨보다 그게 중요한가? 나는 생각보다 빠른 동작으로 도장을 챙겼다. 그리고 계단을 내려가는데 검은 연기가 심하게 올라오고 불이 활활 타올라 더는 내려갈 수가 없었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아! 사람이 이래서 죽는구나.... 싶은 순간.... 건물 반대편에서 소리가 들렸다.  이쪽으로 오세요!!!!  입구 반대편으로 오세요!!!


다시 한 층을 올라가서 입구 반대편 쪽으로 가니, 이건 딴 세상. 멀쩡한 맑은 공기. 그렇다. 반대편 비상구가 있었다. 비상문이 잠겨있어 창문으로 탈출해야 했지만, 그래도 살아남았다. 그때의 기억으로 나는 처음 가는 건물에 가게 되면 비상구가 어디인지 찾아보는 습관이 생겼다.



회사 생활의 묘미는 간식이다.


렴하고 맛있는 온 국민의 간식 떡볶이. 점심을 그렇게 먹고서도 4시만 되면 허출해지는 배는 왜 그런 건지 도통 모르겠다. 월요일에 4시 스타트를 끊으면, 금요일까지 4시만 되면 배에서 신호가 왔다. 그렇게 떡볶이를 먹은 것이  몇 년인지.  아마도 그때의 떡볶이 때문에, 지금의 내 몸 상태가 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방송에서 떡볶이 만드는 요리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각종 재료가 들어가고 설탕이 들어가고도, 거의 한 통의 물엿이 들어간다는 사실은 내 뱃살이 왜 이리 나오는지에 대한 증거로 충분했다.


그렇다. 나는 간식을 먹은 것이 아닌, 한 끼의 식사 더 했던 것이다. 하루에 4끼라니...


내 몸 하나 건사를 못하는데, 

아이까지 키우다 보면 불안감이 너무 높아진다.



래서 인지 아이를 볼 때마다 어디 불편한 건 없는지 살펴보게 된다. 어느 날은 아이 옷에 빨간 피 같은 액체가 묻어 있어 식겁했던 적이 있다. 할머니가 아이에게 석류 음료를 주었는데 다 흘린 것이었다. 순간 얼마나 놀랬었는지... 이 녀석이 크고 나서는, 나를 놀래려고 일부러 케첩을 묻히고는 다쳤다며, 나를 부르곤 했었다. 아마도 내가 걱정해 주는 게 좋아서 그랬던 것 같다. 어릴 적, 코피를 멈추지 않으려고 한 나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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