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로성장 Aug 16. 2023

친구따라 강남


두 번째 직장은 치과병원이었다. 고등학교 선생님의 소개로 운이 좋게 국내 굴지의 치과 그룹에 입사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전문적인 직업을 가진 치과 원장님들과 선생님들, 그리고 치위생사 언니들을 보게 되었다. 그들은 늘 세미나 및 공부를 하고 있었으며, 본인들의 치료 경험들을 공유하고 있었다. 항상 토론을 하고, 더 좋은 방향에 대해서 이야기하곤 했다.  공부는 학교에서나 하는 것인지 알았지, 직장에서도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 신기하고 새로웠다. 

대표 원장님이 책을 내셨다. 병원 서비스에 관한 책이었다. 병원에서 직원에게 교육하는 내용과 본인의 경험담을 엮어 낸 책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 인생 어디에도 주변에 책을 낸 사람이 없었다. 아니 나와는 아주 거리가 먼 일들이라 생각했다. 너무 신기했다. 책을 잘 읽지 않는 나였는데, 교육받던 내용들이 있어서 그랬는지, 단숨에 읽어버렸다. 책이 재미있구나 느낀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 이후로, 성공이나 생활습관, 마음가짐에 대한 책을 조금씩 읽기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 고등학교 친구의 권유로 대학 원서를 같이 접수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회사를 다니고 있는데 굳이 학교를 가야 하나 싶었다. 하지만 주변 병원 직원들과 친구의 말대로 라면, 그래도 가봐야 하하는 곳이 대학이라 했다. 나는 별로라 생각이 들었지만,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가야 한다 했다. 뭐가 그리 좋아서 가라 하나 싶어,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접수를 해보았다. 친구와 같은 학교를 접수했지만... 친구는 떨어지고 나만 붙었다. 이런 아이러니한 경우가 있을까.  나 혼자 학교를 다닐 용기조차 없었는데... 엄마는 나의 이야기를 들으시고 등록금을 턱하니 내놓으셨다. 이왕 붙었으니 가보자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다. 

원장님의 배려로 출근해서 4시 30분까지는 근무를 하고, 퇴근해서 학교를 다녔다. 뭐가 그렇게 어렵겠어? 했던 나의 생각은 시간이 지날수록 쉽지 않은 문제로 다가왔다. 회사 업무도 업무이지만, 시험 기간과 과제는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그나마 방학 때는 직장에만 나가니 살 것 같았는데, 개강을 하면 힘들어져 살이 몇키로씩 빠지기도 했다. 나는 여간해서 살이 빠지지 않는 체질인데, 힘들어서도 살이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 출근길에 나가서 집에 오면 거의 자정 시간. 집에 와서 과제를 하면 어느새 새벽.... 그렇게 매일매일 체력으로, 정신력으로 가 아닌 '그냥' 했다. 생각하지 않고, 당연한 듯 그냥 했다.   

짧다면 짧고, 길면 긴 2년의 시간은 지나갔고, 어쨌든 졸업장은 받았다.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시간들이 지났다. 해냈다는 한 번의 경험이 나의 삶을 살아가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내가 해내지 못할 것 같은 일을 이겨내고 나니 다른 일에 도전하는 것이 가볍게 느껴졌다.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했던가? 지금은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못할 것 같지만, 그때는 젊은 건강으로 해낸 것 같다. 이 세상에서 가장 나를 응원하는 사람은 아마도 나일 것이다. 나는 내가 잘 됐으면 좋겠다. 내 옆에 나의 편이 없다면, 나는 충분히 내 편이 되어 응원하겠다. 나는 약하지만 끝까지 해낼 수 있는 나를 응원한다. 

작가의 이전글 버스회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