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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30년 차, 고나리부입니다

받는 건 당연하고, 베푸는 건 인색한 YOU

by 글로성장

올해로 중소기업 고나리부 30년 차, 부장 나부랭이다. 직장 생활을 시작한 지 올해로 30년 차. 중소기업만 6번째 다니고 있다.


지난 목요일은 대표의 생일이었다. 4년째, 직장동료들과 만원씩 걷어서 꽃바구니를 선물해 왔다. 지난 3년과는 다르게 올해는 세명이나 '만 원'을 걷는 것에 대해 불만 섞인 이야기가 나왔다.


평소 나는 고나리의 숙명이듯 직원들의 복지에 힘써왔다고 자부했다.

이번 회사에서는 휴일근무에 주었던 정액 급여를 일급으로 인정받았고, 직원 생일에는 상품권 지급을 승인받았다. 30평대에 시작했던 작은 회사는 무려 100평대의 큰 사무실로 이사를 했다. 관리비가 무려 2배 이상 차이나는 곳으로 말이다. 내 덕은 아니지만 근무 환경이 상당히 좋아졌다. 매월 1회 마지막주 금요일에는 3시에 끝난다. 일명 '해피 프라이데이'는 가족과 함께 하자는 취지였다. 내 뜻이 아니더라도 대표 또한 '좋은'회사를 만들고자 나름의 노력을 해왔다.


내가 한 만원씩 걷는 행위는 잔잔했던 사무실에 돌을 던진 것과 다름없었다. '강압적'이라는 말과 함께 '신고감'이라는 말을 들었던 것이다. 그 직원은 나와 함께 갓 1년을 지낸 '젊은이'에 속하는 나름의 유학파였다. 서투르지만 노력하려고 했고, 늘 지켜야 하는 선을 아슬아슬 걷는 사람이었다. 한 번은 도와줘야 하는 업무를 시키듯이 말해서 기분 나쁘다고 말했어야 했다. 늘 말투로 다른 직원들의 심기를 건드린 전적이 많았기에 도와주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터라 '좋게 좋게' 딸에게 설명하듯이 찬찬히 설명해 주었다.


"00 이가 왜 열심히 일하는데도 왜 사람들에게 평판이 별로인지, 어느 부분이 불편한지에 대해서 조금 알 것 같아."

열심히 설명했건만, 나의 이야기는 듣지 않고 본인이 처음부터는 그렇지 않았으며, 왜 그리 되었는지에 대한 변명을 늘어놓기에 바빴다.

'이 사람은 변할 마음이 없는 사람이구나!'

이야기를 듣는 한 시간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더 이상 들었다가는 내 머리가 터져 나갈 것 같았다. 도와주려는 마음이 잘못되었을까.


회사 로비에 함께 모아서 산 꽃바구니가 만개하고 있었다. 하얀색과 핑크가 어우러진 고급진 향이 로비에 퍼졌다. '사랑하는 000 직원 일동'이라는 리본에 적힌 문구를 보면서 마음 한구석이 편치만은 않았다. 저 사랑한다는 문구라도 넣지 말걸. 로비를 지날 때마다 괜히 혼자 마음이 불편했다.


금요일 오후, 비까지 오니 버스도 오지 않고 길이 너무 막혀서 이대로 안 되겠다 싶어서 지하철을 탔다. 지옥철을 타면 공황이 올 것 같아 평소에는 절대로 이용하지 않았지만, 심상치 않은 교통체증으로 지하를 선택했다.

환승을 하고 3호선으로 갈아탔다. 역시 손잡이가 잡을 곳도 없이 사람이 많았다. 겨우 구석쟁이로 옮겨가 은색 봉을 잡았을 때, 대표에게 전화가 왔다.

"내가 지나다 얘기를 들었는데, 부장님이 내 생일 꽃바구니 산다고 직원들한테 돈 걷었니?"

"네. 매년 했던 거고 이번에도 그렇게 했어요."

"직원들끼리 그런 일로 말나 오는 거 나는 너무 싫어요. 다시 돈 나눠줘요. 내가 줄게."

"죄송합니다!"


그동안, 좋은 복지를 만들어서 모두가 오고 싶어 하는 회사로 만들고 싶다는 나의 소망이 '바사삭'사라졌다.

일 년에 그 한 번, 만원을 내고 싶지 않은 그 마음에 나의 마음도 닫혀버렸다.

워크숍도, 연말 우수상패도, 상여금도, 그들을 향했던 '최고로 잘해주고 싶은 마음' 이제 더는 대표에게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이상하게도 내가 상처받았다. 앞에서 꽃바구니가 이쁘다며 선물 받고 박수받으며 축하받았던 대표보다 내가 더 기분이 나쁘다. 나의 진심이 처참히 짓밟힌 느낌이다. 고나리부는 직원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또 한 번 깨닫는다. 내 월급을 주는 사람은 대표였지... 나는 왜 직원들에게 진심이었던가? 마음이 산산조각 난 오늘. 아마도 대표 또한 그렇겠지.


직장 생활하면서 본인이 받는 건 당연하게 여기면서, 남에게는 1원도 주기 싫은 사람들 간간히 본다. 하지만 이번처럼 기념적인 생일 선물을, 직원들을 선동해 가면서 부당함을 얘기할 바에는 처음부터 못 내겠다고 하는 게 오히려 낫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사람은 원래 선하다고 믿었다. 분명 어떤 이유가 있기에 사람이 악해지는 거라고.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 원래 인간의 본성은 나쁜 것 같다. 내 것을 내어주기 싫으면 받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 내 것이 소중하면 남의 것도 소중한 건 당연한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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