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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형 Oct 05. 2018

북스피리언스에 갔었다

말, 글, 그림...은 세상과 연결되어야 한다

보통 우리가 아는 연트럴파크 주변의 연남동을 넘어가도 또 다른 분위기의 연남동인데, 이 곳에도 작고 예쁜 경험적 가게들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 7월.

최인훈 선생님이 작고하셨던 다음 날에, 건축하는 동생들과 북스피리언스라는 술집에 갔었다.


오래된 책, 많은 사람들이 본 책, 독특하고 귀한 책, 표지가 예쁜 책들로 공간을 채운 곳이다.


술과 안주를 주문하는 경험이 독특했는데, 사장님께서 메뉴판이 아닌 실제 판매하는 것을 찍어서 인화한 사진들을 주시는데, 이 사진들을 늘어놓고 뒷면의 메뉴명과 가격을 보며 골라 주문하더라.

굉장하거나 커다랗거나 번거롭지 않았으나 아주 독특해서 새롭고 예쁜 경험이었다.

곳곳에 책에서 고른 듯한 문구들을 적어두었는데, 서체가 아주 개성이 있다. 한자한자 보면 비뚤배뚤해 보이나 조금 더 자세히 보면 문장 전체의 균형이 좋은 아주 매력적인 서체다.



공간이 작아서 오밀조밀 앉아서 술을 마시고, 바로 옆 다 보이는 곳에서 안주를 만들어 내오고, 여기저기 손 닿는 곳에서 책을 꺼내어 읽기도 할 수 있었던. 작지만 매력있고, 편안하고,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마르고 청초한 이미지를 가진 사장님과 아주 잘 어울리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전날 작고하신 최인훈 선생님의 책을 발견했는데, 1960년 ‘새벽’지에 ‘광장’을 발표하면서 ‘작가의 말’에 남긴 구절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정확히 찾아서 써보면 이 문장이었다.

‘아시아적 전제의 의자를 타고 앉아서 민중에겐 서구적 자유의 풍문만 들려줄 뿐, 그 자유를 ‘사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던 구정권 하에서라면 이런 소재가 아무리 구미에 당기더라도 감히 다루지 못하리라는 걸 생각하면 저 빛나는 4월이 가져온 새 공화국에 사는 작가의 보람을 느낀다.’

문학과 사회가 연결된, 매우 당당하고 멋진 말이다.

말을 하거나,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그렇게 의미를 갖는 일, 커뮤니케이션 기능이 있는 일은 반드시 세상과 연결이 되어야 한다.  

#북스피리언스 #연남동 #최인훈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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