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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형 Oct 06. 2017

레전드 이승엽, 그리고 한현희.

아름다운 정면승부

이승엽이 은퇴전 마지막 경기를 갖는다는 소식을 들었고, 홈런 두 개를 쳐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난 삼성 팬은 아니라... 라이브로 보진 않았다.)

두 가지 생각이 스쳤는데,

하나는 '와아- 역시 영웅은 영웅'
다른 하나는 '홈런 두 방 맞은 그 투수는 영원히 회자 되겠네'

였다.

타격 관련 대기록이 나오면 그 기록이 깨지기 전까지는 대개는 상대 투수도 함께 거론되므로, 아무래도 그런 식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길 원하는 투수는 없을게다.

경기를 본 사람은 알겠지만, 첫 홈런은 148km/h, 두 번째 홈런은 149km/h. 둘 모두 직구였으나 150km/h에 육박하는 만큼 '갖다 바친 공'이라고 보긴 어렵다.

히어로즈의 선발투수 한현희는 정면승부를 택한 거다.

두 팀 모두 포스트 시즌이 좌절되긴 했지만, 프로팀이니 만큼 그 어떤 팀도 지길 원하는 팀은 없고, 져도 되는 경기는 없을 것이다.

레전드가 될 이승엽의 역사적인 은퇴경기의 홈런 장면을 보려 하이라이트 영상을 찾아보다가 정작 나를 감동시킨 장면은 서로에게 예를 갖추는 장면이었다.

프로스포츠의 살벌한 공수 대결에서 히어로즈 투수 한현희는 레전드가 타석에 들어섰을 때 모자를 벗어 고개를 숙였고, 그 레전드 또한 어린 후배에게 헬멧을 벗고 고개를 숙여 예를 갖췄다.

모르긴 몰라도 한현희는 화제의 경기에 선발로 올라가게 되어 '아아... 어떻게 임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을 것이고,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 '정면승부'였으리라. 투구 전에 예를 갖춘 것을 보면, 이승엽의 마지막 경기를 대하는 가장 적절한 예우란 바로 '정면승부' 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런 대목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고 난 믿는다.

'졌지만 좋은 경기였다'는 말은 되풀이 되면 짜증이 나는 만큼 팬들에게는 당연히 승부가 중요하지만,

언론에 인터뷰하는 내용과 자세, 팀과 함께 축하하는 모습, 팬과 관객을 대하는 태도, 승부욕을 내비치면서도 동역자로서의 상대 선수를 배려하는 행동들... 등 선수 개개인의 성품, 인격, 과거부터의 이야기들...

이런 것들이 사람들을 진정으로 감화시키고 스포츠에 대한 애정을 자라게 한다고 나는 확신한다. 이는 비단 스포츠 뿐 아니라 사람들이 얽힌 모든 일들이 그럴 것이리라.

우리나라 프로야구도 한 35년 정도 되었으니 인간 생애로 한 세대가 흘러 그런건 지, 이런 모습도 심심찮게 나와서 더욱 즐겁다. 우리 나라도 면면이 발전이란 걸 하고 있구나.. 싶기도 하다.

또한 이승엽은 이날 자신의 프로야구 마지막 타석에서 거의 대부분은 아웃되고 마는 유격수 앞 땅볼을 치고도 1루까지 전력질주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런 모습 또한 내겐 울림을 주는 모습이었다.

(양준혁 위원이 선수 시절에 늘 그랬었다.)

자신의 일생에서 야구를 빼면 그 어디에서도 자신의 이름을 찾을 수 없을 거라고 말한 이승엽.

앞으로도 한국 야구를 위해, 아니 우리나라 스포츠 전체를 위해 큰 일을 해 줄 것을 믿습니다.


#이승엽 #한현희 #야구 #레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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