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2017 of bst
bst 브로들의 투표를 통해 2017 bst 송년회동 날짜를 12월 28일로 잡고.
몇 달 전에 새로 독립한 연남동 장순브로의 일터인 LMNT 오피스에서 하기로 한 이후에.
올해는 뭘 할까 작게 고민했다.
장소가 술집이 아니니 술과 음식도 각자 가져오는 포틀럭 파티로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남자들의 모임이라. 치킨과 족발만 중복으로 몇 개씩 있을 줄 알았으나... 뭐 그러진 않았다만, 예상대로 대부분 배달의 민족을 거쳐 온 배달음식이긴 했음.ㅋ 특이한 걸로는 포항에서 온 기름진 과메기(그날 가장 먼저 동났다.)가 있었고, 연남동의 유명한 숯불바베큐통닭도 인기가 있었다.
유일한 여자멤버인 배민아 자매브로는 센스있게 하나를 꺼내먹을 때마다 바닥에 따스한 단어들이 나타나는 예쁜 머핀을 준비해주었다.
그 유일한 여자브로가 먹고 싶다는 떡볶이를 준비해 준 상우브로의 센스와 배려도 돋보였고, (죠스떡볶이가 아니라는 것에 한 바탕 지랄지랄을 했지만.ㅋ)역시 떡볶이는 어딜 가나 무조건 중간 이상은 하는 메뉴임.
달디 단 정균브로의 디저트도 좋았고! 아. 스투시브로가 준비해 온 샤오롱빠오도 맛있었음.ㅋ
분위기를 띄울 장식도 좀 하고 싶었고,
(천장에 띄울 풍선과 BST 2017 레터풍선으로 끝.)
거의 대부분 40대 남자들이라... 좀 간지럽다만, 매년 하던 선물 교환은 기본으로 해야했다.
과거에 꽤들 하다가 나이 먹어가면서 점점 안하게 되는 것들을 어느 한 곳에서는 반드시 해야한다는 게 내 생각.(우리가 영포티 이기도 하고ㅋ)
(저 나이 많은 형들 표정 좀 보게 저거... 바로 저 귀욤귀욤하려는 표정이 나이 먹어도 선물 교환을 해야한다는 방증임)
이번에도 역시 안가져온 브로는 단 한 명도 없었고, (안가져 오면 그로 인해 분위기가 살짝 꼬일 수 있다는 걸 아시는.ㅋ) 모바일 상품권 등으로 대체하는 브로도 없었다.
저자가 넷 씩이나 있기도 한 만큼 모두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니 책을 가져와서 이 책이 어떤 책이고 내게 어떤 영감을 주었는 지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경매를 통해 약간의 돈을 만들어 좋은 데에 쓰고도 싶었다.
책 경매를 할 때에는 모두 새 책 가격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가격에 팔렸다. 대웅이형은 취한 상태로 무리하게 경쟁하다가 65,000원에 낙찰 받음ㅋㅋㅋ
럭키 드로우도 하게 되었는데,
핏비트 블레이즈와 몰스킨 노트,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상품 등이 있었으며, 승우브로는 최근 저서인 ‘창업가의 브랜딩’을 모두에게 나눠주었고,
춘재는 산소세제, 도마행주소독제, 욕실청소제 등을 모두에게 나누었다.
물론 장안의 화제인 죠스 어묵티도 나눌 수 있었다.
그리고, 하이라이트는.
우리 브로들의 한 해를 좀 살펴보며 관련된 이야기를 자연스레 끌어내보려 얕은 인터뷰를 한 것인데,
이를 위해 전날 밤에 모두의 페이스북을 뒤지며 이 사람이 뭘 했나, 어떤 생각을 했나, 어떤 이야기가 있나, 어딜 다녀왔나, 누구랑 놀았나, 어떤 업무를 했나...를 살펴보며 세 장씩의 사진을 선정해서 띄우고 입수한 정보를 간략하게 전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궁금한 것들을 물어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기도 했다.
처음에 페이스북을 뒤지기 시작할 때는 봐야 할 게 너무 많아서 ‘아 괜히 시작했나...?’ ‘좀 귀찮은데?’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하면 할 수록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왜?
들여다보면 볼 수록.
우리 브로들이 보통 사람들이 아니네... 싶은 거다.
너무 가까이에 있어서 그냥저냥 넘어갔던 이야기들,내가 늘 보던 거니 다소 평범하게, 조금 낮춰보는 면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던 거다.
아마 이미 너무 가까워진 사람들이라 흔하거나 당연하게 느껴져서 그랬을 게다.
이런 것들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고, 그러면서 사유와 감정들, 의도와 앞으로의 진행 방향, 해결해야 할 일들... 그런 것들이 간접적으로라도 전해졌거든. 그래서 더 축하하고 싶고, 더 응원하고 싶고, 더 궁금해졌다.
올해들이 부쩍 아이 사진을 많이 올리는 브로도 있고, 책을 쓴 브로도 셋이나 되고, 큰 프로젝트를 몇 개나 해서 성취를 올린 브로도 있고, 올해들어 본격적으로 강연을 시작해서 여기저기 핫하게 불려다니는 브로도 있고, 이직을 한 브로도 셋이나 있고, 인생 최고의 힐링 여행을 다녀온 브로도 있다. 인생사진을 찍은 브로도 있고.
송년회동의 가장 핫한 영역은 장소도, 음식도, 선물도 아니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며, 그들의 이야기다.
2011년에.
내가 그래도 좀 능숙한 영역인 ‘브랜딩과
마케팅’하는 분들 중에 직접 만나서 괜찮다(실력있다, 예의있다, 에너지가 밝다, 신념있다, 열정있다, 잘생겼닼)고 느꼈던 분들에게 전화를 걸어 만날 것을 제안했다.
그렇게 모인 브로들이다.
큰 변화없이 7년을 왔다.
강제성도 없고, 모임의 주기도 정한 적 없으며, 정기 회비도 없다. (오로지 술값만 걷는다.ㅋ 가끔씩 ‘내가 낼게!’ 하는 분들도 있고.)
하지만 ‘한 번 모입시다!’ 하면 출석률은 무조건 80%이상이고, 자리에서는 기운을 빼거나 부정의 언어를 말하는 이도 없다.
서로 하는 일을 꽤 구체적으로 알며, 근황을 물으면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한 일에 대해 칭찬하기도, 위로하기도 한다.
가끔씩 모여서 철저히 브랜딩 이야기만 하고, 사례 발표하면서 공부도 하지만, 지금은 그런 이야기들을 부러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나오며, 사적인 대화에도 모두 녹아있다.
사적인 이야기와, 업무나 브랜딩 이야기를 마구 믹스해서 나눠도 모두가 이해하며 자연스럽게 인사이트와 노하우를 교환하게 되었다.
로버트 드니로가 지금은 얼굴에 주름이 엄청 많지만, 젊었을 땐 상당한 미남 배우였다는 것 쯤은 알거다.
그런 그가 자신과 몇 십년을 함께 해온 사진작가한테 이렇게 말했단다.
“이 봐. 당신 내 얼굴 보정 작업할 때 주름 하나라도 지우기만 해. 확 소송을 걸테니. 이 주름 하나하나에 엄청난 이야기들이 들어있다구!”
지방이 많아서 그런가 아직은 주름이 잘 안보이지만, 로버트 드니로 같은, 안성기 같은 멋진 주름을 기대하고 있는데, 이들과 함께 그 주름을 늘려갈 수 있어서 기쁘다.
멋있게, 밝게, 자신있게, 좋은 기분 유지하며 같이 늙읍시다 아재들.ㅋ
안녕 그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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