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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디어셀러 Mar 22. 2017

7. 베스트셀러의 공식

3T 전략으로 독자를 사로잡아라

출판계에서는 베스트셀러의 공식으로 3T를 꼽는다. 3T란 타이밍(Timing), 타게팅(Targeting), 타이틀링(Titling)을 말한다. 즉,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예상독자를 겨냥하고 적절한 제목으로 출간해야 베스트셀러가 탄생한다는 뜻이다.      


3T의 예     


반기문 UN사무총장의 일대기를 다룬 《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신웅진, 크레용하우스)는 ‘3T’ 전략의 모범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이 책은 반기문이 UN사무총장으로 선출되자마자 출간됐다(Timing). 또한 자녀를 반기문 사무총장처럼 키우려는 청소년 부모를 예상 독자로 정했고(Targeting), 대구를 맞춘 매력적인 제목으로 반기문의 성공비결을 강조했다(Titling). 결국 이 책은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OO처럼 OO하고, OO처럼 OO 하라》는 식의 제목은 출판계의 트렌드가 되었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나온 《조용한 열정, 반기문》(이하원, 기파랑)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타이밍은 좋았지만, 타이틀링과 타게팅이 맞지 않았던 것이다. 특히 제목이 너무 무난했던 점이 아쉽다.      


Timing     


베스트셀러의 첫 번째 조건은 타이밍이다.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는 국민의 정치적 관심이 높아지며 베스트셀러가 된 사례다. 물론 이 책이 단순히 때를 잘 맞춰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김어준은 그전부터 ‘딴지일보’와 ‘나꼼수’를 통해 인지도를 높여왔고 특유한 익살스러운 언어 구사는 많은 독자의 공감을 얻어왔다. 그러나 이 책이 당시 2012년 대선을 앞둔 타이밍에 출간되었기에 더욱 화제가 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2017년 조기 대선이 다가오자 다시 이 책의 판매가 늘어나고 있는 것만 보아도 타이밍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인간은 필요 없다》(제리 카플란, 한스미디어)도 타이밍을 잘 맞춰서 대박이 난 사례다. 2016년 초,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 9단으로 4대 1로 꺾으면서 전 세계는 패닉에 휩싸였다. 그동안 공상과학영화에만 등장했던 인공지능이 본격적으로 현실 속에 등장한 것이다. 인공지능의 힘에 두려움을 느낀 사람들이 찾아본 책이 마침 서점에 나와 있던 이 책이었다. 뒤를 이어 부랴부랴 다른 출판사들이 인공지능을 주제로 한 책들을 기획했지만 역시 가장 주목을 받은 책은 《인간은 필요 없다》였다.   

  

타이밍을 잘 맞추면 잊혔던 책이 다시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한다. 2016년 말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면서 많은 사람이 박근혜 대통령의 의사소통 능력을 비판했다. 특히 대통령이 연설문조차 다른 사람의 첨삭을 받았다는 사실에 적잖이 실망하고 분노했다. 그런 타이밍에 재조명받게 된 책이 강원국의 《대통령의 글쓰기》이다. 이 책은 청와대 연설비서관 출신인 저자가 8년간 지켜본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글쓰기 원칙을 정리한 것이다.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서 단숨에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더니 《대통령의 말하기》라는 책도 덩달아 많이 팔렸다.     


Targeting   

  

예상 독자를 정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쉬울 것 같아도 막상 해보면 ‘20~30대 직장인 여성’과 같은 뻔한 예상 독자밖에 안 나온다. ‘감수성이 예민한 20대 여성’, ‘자기계발에 관심이 있는 30대 직장인’도 비슷하다. 이런 예상 독자는 ‘내 책의 내용에 관심이 있는 독자’와 마찬가지로 동어반복에 불과하다. 예상 독자를 정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기획이 다 끝난 다음에 억지로 예상 독자를 끼워 맞추려고 하기 때문이다. 예상 독자 분석은 기획의 첫 단계에서 해야 한다. 제목도 컨셉도 모두 예상 독자로부터 나온다.      


예상 독자의 상황과 정서에는 예상 독자의 욕망과 요구가 숨겨져 있다. 예를 들어 ‘은퇴 후 창업’을 주제로 책을 쓴다면 ‘은퇴를 앞둔 50대, 60대 직장인’은 아무 의미가 없는, 그저 책의 주제를 되풀이한 것에 불과하다. 그 앞에 구체적인 ‘상황’과 ‘정서’를 붙여보자. ‘은퇴를 앞두고 아직 돈 들어갈 곳은 많은데 저축해 놓은 돈이 없어서 두려운 50~60대 직장인’이라고 범위를 좁힐 수 있다.  

    

그러면 이러한 예상 독자에게 필요한 책은 어떤 책일까? ‘상황’(아직 돈 들어갈 곳은 많은, 저축한 돈이 없는)과 ‘정서’(두려움)를 위주로 생각해보자. 소자본으로 창업하는 노하우를 알려주는 책, 창업의 두려움을 이길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책, 실패 없이 창업할 수 있는 비밀을 알려주는 책 등일 것이다. 그렇다면 《제2의 인생을 위한 - 절대로 실패하지 않는 무자본 창업의 기술》 또는 《다시 도전하는 50대를 위한 꺾이지 않는 창업 마인드》와 같은 제목이 나올 수 있다.      


다음으로 직업을 좀 더 세분해보자. ‘직장인’을 ‘중간관리직’이나 ‘영업인’으로 세분화시키면 어떨까? 《관리의 경험을 돈으로 바꾸는 창업의 기술》이나 《내 사업을 시작하는 영업자의 창업 노트》와 같은 제목이 나올 수 있다. 그냥 막연하게 생각하는 것과는 확실히 다르다. 이런 타겟 세분화 작업은 기존 요소를 쪼개는 방식으로도 이루어지고(직장인 > 중간관리직) 새로운 인구통계학적 요소를 추가하는 방식으로도 이루어진다(결혼 여부, 연 소득, 자택 소유 여부 등). 이러한 작업을 머릿속에 딱 1명(페르소나)이 선명하게 떠오를 때까지 반복하면 타게팅이 끝난다.  

   

Titling     


책에서 가장 중요한 문장은 제목이다. 2002년 21세기북스에서 출간한 《유 엑설런트》라는 책은 2만 부가 판매되는 데 그쳤다. 하지만 6개월 후 출간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책은 무료 100만 부가 넘게 판매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두 책은 제목만 다를 뿐 완전히 같은 책이었다는 점이다.     


제목의 중요성은 1920년대 미국의 통신판매업자 홀드만 줄리어스의 사례를 보면 더욱 잘 드러난다. 그는 잘 팔리지 않는 책들의 판권을 헐값에 사들인 뒤 제목을 매력적으로 바꿔 재출간해서 수익을 남겼다. 책은 대부분 소책자였고 가격은 단돈 5센트에 불과했다. 그가 1920~30년대에 그런 식으로 판매한 책은 2,000권이 넘었다고 한다.      


소설가 김훈이 《칼의 노래》의 원제로 들고 온 제목은 《광화문 그 사내》였다. 혜민 스님의 대표작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자칫 《힘들면 잠시 쉬었다 가요》라는 제목으로 출간될 뻔했다. 150만 부가 팔린 강헌구 교수의 《아들이 머뭇거리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의 원제는 《비전 세포》였고 전옥표 작가의 밀리언셀러 《이기는 습관》의 원제는 《돈박꼭질》이었다. 만약 위 책들이 원래 제목대로 출간되었다면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었을까?     


제목을 지을 때는 지나치게 노골적이거나 우스꽝스러운 제목은 피하는 것이 좋다. 한마디로 지하철이나 카페에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제목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남자의 심리를 분석한 문화심리학 책의 제목을 《남자는 왜 섹스에 열광하는가》와 같이 짓는다면 독자의 눈길을 끌 수는 있겠지만 팔리지는 않을 것이다. 튀는 것도 좋지만, 남들의 이목에 신경 쓰는 한국인의 정서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김정운 교수의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나 《남자의 물건》은 절묘한 줄타기에 성공한 센스있는 제목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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