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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디어셀러 Mar 29. 2017

15. 심층제목과 표층제목

목차를 카피라이팅하라

소쉬르의 구조주의 언어학에 따르면 기호가 표시되는 형식을 ‘기표(signifier)’라고 하고 그것이 나타내는 대상이나 의미를 ‘기의(signified)’라고 한다. 즉 ‘꼬리를 흔들며 네 발로 뛰어다니고 멍멍 짖는 동물’이 ‘기의’에 해당하고 이것을 ‘개’나 ‘dog’라는 문자나 소리로 표현하는 것이 기표에 해당한다. 나는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목차의 제목을 ‘심층 제목’과 ‘표층 제목’으로 구분했다.     


심층 제목이란?     


심층 제목이란 다듬어지기 전의 노골적이고 직접적인 목차 제목을 말한다. 구조주의 언어학의 개념을 빌리면 ‘기의’에 해당한다. 예상 독자의 질문에 대한 ‘단 한 문장’의 답변이 곧 심층 제목이다. 예를 들어 ‘꿈을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대해 ‘이상을 추구하면서 현실의 고난을 견뎌라’라고 대답했다면 그것이 곧 심층 제목이 된다. 심층 제목은 작가가 원래 하고 싶은 말을 조금도 다듬지 않고 그대로 서술한 것이다.     

 

표층 제목이란?     


표층 제목이란 심층 제목을 좀 더 세련되게 다듬은 목차 제목을 말한다. 구조주의 언어학의 개념을 빌리면 ‘기표’에 해당한다. 심층 제목은 너무 노골적이고 직접적이어서 독자들이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목차에도 카피라이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이상을 추구하면서 현실의 고난을 견뎌라’라는 심층 제목은 ‘별을 바라보며 뻘을 걸어라’라는 표층 제목으로 바꿀 수 있다. 마치 시처럼 이미지, 비유와 상징, 운율을 활용하면 매력적인 꼭지 제목을 만들 수 있다.

     

왜 구분이 필요한가?   

  

번거롭게 심층 제목과 표층 제목을 구분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목차에서 독자의 흥미를 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보저자들이 만든 목차는 너무 투박해서 그대로 출간하기 힘들다. 둘째, 중요한 꼭지가 제목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삭제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떤 꼭지가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면 삭제하지 않고 표현만 다듬어야 한다. 셋째, 집필을 빨리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 완벽한 목차는 없다. 목차를 예쁘게 다듬는데 시간을 쏟기보다 심층 제목이 나왔으면 일단 집필을 시작해야 한다. 목차 카피라이팅은 초고를 집필하는 틈틈이 할 수 있다.  

    

목차는 속담처럼 쓰라

     

목차를 카피라이팅 할 때는 속담처럼 쓰려고 노력해야 한다. 속담은 모든 카피라이터가 지향해야 할 가장 세련된 문장이다. 예를 들어 인생의 지혜를 담은 자기계발서를 쓴다고 가정해 보자. 속담을 하나도 모른다는 전제 아래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꼭지 제목을 보면 어떤 느낌을 받을까? 나라면 감동해서 주옥같은 문장들을 잊어버릴세라 모두 노트에 옮겨 적을 것이다. 속담은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다.     


첫째, 속담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진리를 담고 있다. 속담으로써 살아남기 위해서는 짧게는 수백 년에서 길게는 수 천 년 동안 구전되어야 한다. 제아무리 명언이라고 할지라도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사람들의 공감을 사지 못하면 사라진다. 속담은 보편적인 진리를 가장 함축적인 표현 속에 담고 있는 명언 중의 명언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속담은 비유와 상징의 보물창고다.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속담을 보자.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구르는 돌’에, 게으름으로 인한 퇴보를 ‘이끼’에 절묘하게 비유하고 있다. 이처럼 추상적인 관념을 주위에서 볼 수 있는 구체적인 사물로 쉽게 표현한 것이 속담이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속담도 절약의 당위성을 절묘한 비유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셋째, 속담은 대구법으로 균형 잡힌 형식미를 갖추고 있다. 대구법은 같은 문장 구조가 짝을 이루는 것을 말한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속담은 전반부와 후반부가 비슷한 구조로 되어 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나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대칭성은 문장의 형식적인 완성도를 높여준다.     


넷째, 속담은 운율을 갖추고 있다. 운율은 두운이나 각운을 통해 드러난다. 두운은 문장의 앞부분에 비슷한 소리가 반복되는 것이고 각운은 문장의 끝부분에 비슷한 소리가 반복되는 것이다. ‘꿩 먹고 알 먹고’에서 ‘먹고’가 각운을 형성하고 있으며 글자 수도 1글자 2글자 / 1글자 2글자로 균형을 이룬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역시 ‘물’과 ‘맑’이 각운을 이룬다. 영어 속담 ‘No Pain No Gain’은 대구와 운율이 모두 완벽하다.      


목차 카피라이팅의 사례     


위에서 언급한 속담의 특성을 목차 카피라이팅에 적용해 보자. 다음은 내가 코칭한 《사하라로 간 세일즈맨》 목차의 일부분이다.     


• 별을 보며 뻘을 걸어라 : 심층 제목은 ‘이상을 추구하며 험난한 현실을 견뎌라’이다. 높은 곳에서 빛나는 이상을 ‘별’로, 고단한 현실을 ‘뻘’로 비유했다. ‘별’과 ‘뻘’이 비슷한 발음으로 운율을 형성한다. (* 표준어는 ‘펄’이지만 어감을 살리기 위해 ‘뻘’이라고 표기했다.)     


• 피(避)할 것인가 파(跛)할 것인가 : 심층 제목은 ‘시련을 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도전해서 깨뜨려라’이다. 대구법을 사용하여 형태적으로 안정감을 주며 ‘피(避)’와 ‘파(跛)’가 비슷한 발음으로 운율을 형성한다.     


• 색소폰으로 색다른 삶을 연주하다 : 심층 제목은 ‘취미로 색소폰을 즐기다 보니 남들과 다른 즐거운 삶을 살게 되었다.’이다. ‘색소폰’과 ‘색다른’이 두운을 형성한다. 색소폰이라는 악기에 맞춰 ‘연주하다’라는 서술어를 선택하여 의미적 통일성을 부여했다.      

    

* 모든 목차에 카피라이팅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사전류에 카피라이팅을 하면 어떻게 될까? 일대 혼란이 벌어질 것이다. 정보 전달 위주의 실용서는 쉽고 간결한 목차가 더 어울릴 수 있다. 이 책은 책쓰기 실용서이기 때문에 독자들이 원하는 부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목차를 간결하게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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