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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디어셀러 May 15. 2017

31. 슬라이드식 글쓰기

머릿속에선 너무도 분명하던 생각이 막상 글로 쓰려고 하면 엉켜버린다. 예를 들어 자신이 타고 있는 자동차를 글로 표현한다고 생각해보자. 머릿속에서는 차의 크기며 디자인, 색상, 헤드라이트와 그릴, 시트의 재질까지 입체적이고 동시적으로 떠오른다. 하지만 이것을 글로 쓰는 것은 중고나라에 매물을 올리듯이 앞면, 옆면, 뒷면, 위에서 본 모습, 아래에서 본 모습 등을 사진으로 한 장씩 찍어서 보여주는 것과 같다. 이러한 현상은 ‘현실은 입체이고 글은 평면’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발생한다.      


입체와 평면     


현실이 입체도형이라면 글은 평면 전개도이다. 현실은 한 번에 모양과 소리와 냄새와 촉감을 모두 전달할 수 있다. 그러나 글은 문장의 전개 순서에 따라 한 번에 한 가지밖에 전달하지 못한다. 현실은 한눈에 그녀의 아름다움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글은 그녀의 눈, 코, 입, 머릿결, 옷차림을 하나씩 묘사해야 한다. 그래야 독자의 머릿속에서 하나의 완성된 모습으로 ‘조립’된다. 정보를 얼마나 세밀하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현실에서의 1초가 소설에서는 몇 페이지가 될 수도 있다.      


글은 입체인 현실을 될 수 있는 대로 그대로 전달해야 한다. 그러나 단순히 정보를 ‘많이’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생생하게’ 전달해야 한다. 그것이 글솜씨다. 그녀의 피부가 얼마나 깨끗한지를 표현하기 위해 모공 하나의 생김새까지 꼼꼼하게 묘사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단 한 문장으로 ‘그녀의 피부는 이제 막 보호필름을 벗겨낸 휴대폰의 액정과도 같았다.’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이 더 생생한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우리가 국어 시간에 배운 비유법을 비롯한 각종 표현법은 입체인 현실을 평면인 글로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서 수 천 년에 걸쳐 만들어진 기법들이다.      


슬라이드식 글쓰기   

  

하나의 단위글은 프레젠테이션에서 슬라이드 1장에 해당한다. 슬라이드식 글쓰기의 원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슬라이드 1장에는 1개의 주제문 들어간다. 슬라이드는 주제문이 혼자 사는 원룸이어야 한다. 슬라이드 한 장에 2개 이상의 주제문이 있으면 안 된다. 아무리 친한 사이도 원룸에 같이 살면 반드시 싸움이 일어난다. 그럴 때는 따로 방을 구해주어야 한다.     


둘째, 슬라이드 1장에는 관련 없는 내용이 들어가면 안 된다. 주제문을 뒷받침해 주는 문장 외에는 모두 군더더기다. 군더더기는 비계 같아서 글을 둔하고 보기 싫게 만든다. 불필요하다면 한 글자, 한 음운이라도 줄이자. 글에도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셋째, 슬라이드와 슬라이드는 분량이 비슷해야 한다. 각 단락이 4~5줄 정도로 분량이 엇비슷해야 쓰기도 쉽고 읽기도 쉽다. 슬라이드가 템플릿에 따라 정해진 형식을 따르듯, 같은 자격을 가지고 열거되는 단락들은 문장의 구성이나 용어, 서술어를 통일해 주는 것이 좋다. 이것이 균형 잡힌 글쓰기다.  

    

1단위 1메시지     


하나의 단위에 하나의 메시지를 담는 것은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각각의 단위는 각각 하나의 메시지를 담고 있으면서 상위 단위에서 다시 하나의 메시지로 묶여야 한다. 이는 부분집합과 전체집합의 관계와 같다. 예를 들면 ‘가위 바위 보’에 대한 글을 쓴다면 ‘가위’에 대한 단락은 ‘가위’에 대한 이야기만 해야 하고 ‘바위’에 대한 단락은 ‘바위’에 대한 이야기만 해야 한다. 하지만 각 단락들이 합쳐서 글 한 편을 이루면 ‘가위 바위 보’라는 하나의 주제에 대해 말해야 한다.    

 

이러한 개념을 책 전체에 적용하면 책 한 권은 하나의 메시지를 담고 있어야 하고 책의 각 장도 하나의 메시지를 담고 있어야 한다. 각 장을 이루는 꼭지도 마찬가지다. 책 전체의 메시지가 분화해서 각 장이 되고 각 장의 메시지가 분화해서 각 꼭지가 된다. 한편, 각 꼭지의 메시지를 합치면 장 전체의 메시지가 되어야 한다. 또 각 장의 메시지를 합치면 책 전체의 메시지가 되어야 한다. 약간 도식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런 생각의 틀을 가져야 메시지가 분명한 책을 쓸 수 있다.      


글로 프레젠테이션하기     


 한 편의 글은 하나의 주제로 진행되는 프레젠테이션과 같다. 프레젠테이션은 슬라이드 화면과 그에 대한 강사의 설명으로 이루어진다. 이를 글쓰기에 적용하면 하나의 단위글은 ‘에피소드 + 저자의 생각’으로 구성된다. 설명하고자 하는 한 가지 개념에 관해서 사례를 보여주고 그에 대한 자기 생각을 말해주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하나의 단위글을 쓸 때는 ‘하나의 장면’을 머릿속에 떠올려야 한다. 머릿속에 있는 화면에 하나의 단어가 떠오르면 키워드가 되고, 하나의 장면이 떠오르면 에피소드가 되며, 하나의 문장이 떠오르면 인용구가 된다. 그리고 머릿속에 떠오른 화면을 독자에게 프레젠테이션하듯이 자기 생각을 펼치면 된다. 한 편의 글은 이렇게 장면과 생각이 번갈아 나오면서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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