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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디어셀러 Jun 16. 2017

35.글을 쓰다가 막힐 때

많은 글쓰기 책에서 글이 안 써지면 ‘무조건 앉아서 쓰라’고 말한다. 나는 이 말을 굉장히 싫어한다. 독자는 무조건 쓰는 게 안 되니까 답답한 것이다. 다음은 내가 지금까지 글을 써오면서 글이 막힐 때마다 썼던 방법들이다. 이 중 1~2가지라도 써보면 분명히 효과가 있으리라 장담한다. 

    

결론부터 툭 던진다     


멋있는 말로 시작하려고 하면 글이 막힌다. 욕심을 버리고 일단 하고 싶은 말, 결론부터 툭 던진다. 그러면 뜻밖에 다음 문장이 술술 풀려나가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생각’을 머릿속에만 두지 말고 일단 밖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머릿속의 생각을 객관화된 문장으로 보면 뇌는 그 생각에 대해 다시 판단을 내리면서 다음 문장을 만들어 나간다.      


독자의 입장에서 질문한다     


툭 던질 결론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독자의 의자에 앉아서 스스로 질문을 던진다. 모든 글의 시작은 질문이다. 그 질문에 대해 단 한 문장으로 답한 것이 결론이다. 결론을 확장해서 한 편의 글을 완성한 다음 질문은 감쪽같이 지워버리자. 자전거 타기가 익숙해지면 보조 바퀴를 떼어버리듯이 말이다.     


단순 작업을 한다     


창의적인 생각이 잘 안 떠오를 때는 모델 북 필사하기, 인용구 정리하기, 목차 다듬기 등 기계적인 단순 작업을 한다. 몸과 뇌는 연결되어 있어서 몸을 움직이면 뇌도 활동하기 시작한다. 책쓰기와 관련된 단순 작업을 하다 보면 창작의 펌프에 다시 물이 차오를 것이다.     


쉬운 꼭지부터 쓴다     


굳이 첫 번째 꼭지부터 마지막 꼭지까지 차례대로 쓸 필요는 없다. 글을 쓰다 보면 분명히 막히는 꼭지가 있다. 그런 꼭지는 과감하게 건너뛰고 쓰고 싶은 꼭지부터 쓴다. 쉬운 꼭지를 쓰다 보면 막힌 꼭지를 풀어나갈 실마리가 떠오르기도 한다. 나는 앞꼭지부터 순서대로 쓰다가 막히면 뒤꼭지부터 거꾸로 써서 중간에 만나는 식으로 초고를 완성한다. 쉬운 꼭지를 먼저 쓰고 어려운 꼭지만 남으면 여세를 몰아서 어떻게든 끝낼 수 있지만, 어려운 꼭지에 막혀서 한 발자국도 못 나가면 글을 쓸 의욕을 잃는다     


경어체로 쓴다     


비상수단이다. 도저히 글이 안 써진다면 경어체로 써보자. 어미를 ‘~습니다’ 또는 ‘~해요’로 바꾸어 주면 어이없을 정도로 글이 쉽게 풀리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경어체가 실제 대화에 많이 쓰이는 구어체이기 때문이다. 뇌는 집필 모드에서 대화 모드로 바뀌는 순간 신나게 수다를 떨기 시작한다. 일단 경어체로 쓰고 나중에 평어체로 바꾸어도 된다.     

경어체의 단점은 군더더기가 많다는 점이다. 일단 경어체로 내용을 쏟아내고 나중에 불필요한 부분을 걷어내야 한다. 고쳐쓰기를 할 때도 평어체와 경어체를 혼용해서 쓰지 않았나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걷는다     


철학자 니체는 “모든 위대한 사상은 걸으면서 품어졌다.”고 말했다. 최근 스탠퍼드 대학의 연구에 의하면 걸으면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등의 호르몬이 나와서 뇌 기능이 활성화되고 창의력이 높아진다고 한다. 매일 수학 문제를 10문제씩 푸는 것보다 매일 30분씩 산책하는 것이 두뇌 건강에 더 좋다. 생각이 막히면 수첩을 들고 무작정 걷자. 책상 앞에서 안 나던 생각이 마구 떠오를 것이다. 니체뿐 아니라 아리스토텔레스나 임마누엘 칸트도 산책하며 사색했다.      


대립키워드를 떠올린다     


창의적인 사람은 어떤 문제에 부딪혔을 때 ‘대립키워드’를 순간적으로 떠올린다. ‘남자’에 관해 글을 쓰다가 막히면 ‘여자’에 대해서 써라. 그러면 ‘여자’와의 비교, 대조를 통해 글을 풍성하게 진전시킬 수 있다. 계속 글을 쓰다가 또 막히면 ‘인간’의 대립키워드인 ‘동물’을 떠올려라. 이런 식으로 대립키워드를 떠올리면 글쓰기라는 탱고에서 얼마든지 다음 스텝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성질은 오로지 대비를 통해서만 스스로 드러내는 거지 그 자체만으로 존재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 – 허먼 멜빌, 《모비 딕》의 작가     


마법의 주문을 외운다     


그래도 글이 안 써진다면 마법의 주문을 외운다. 마법의 주문은 ‘왜냐하면’과 ‘예를 들면’이다. 주장 뒤에 무슨 문장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면 “왜냐하면?”이라고 주문을 외워보자. 자신이 글이 제자리를 뱅뱅 도는 것 같다면 ‘예를 들면?’이라고 주문을 외워보자. 즉시 마법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기도한다     


여기까지 다 해봤는데도 글이 안 써진다면 최후의 수단이 있다. 기도하는 것이다. 농담이 아니다. 단, 신에게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무의식에게 기도를 한다. 자기 전에 ‘나의 무의식아, 내가 이러저러한 글을 쓰고 있는데 어떠어떠한 느낌으로 쓸 수 있게 아이디어를 다오.’라고 주문을 하면 다음 날 아침 번쩍 영감이 떠오르기도 한다. 무의식은 우리가 잠을 자거나 다른 생각을 할 동안에도 충직한 하인처럼 24시간 내내 주문에 대한 답을 찾아 준다. 농담처럼 느껴지겠지만 나는 이 방법을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배웠다.      


* 참고로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은 ‘부사와 형용사를 지워버려라. 지옥으로 가는 길은 부사와 형용사로 덮여있다.’였다. 당시에는 지나친 말이 아닌가 했는데 지금 다시 보니 정말로 맞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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