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쿠폰에 얽힌 욕망의 비밀
(9) 수집 욕구
지갑이 두꺼워지는 일이 많이 늘었다. 물론 내 소득이 극적으로 늘어 부유해졌다는 등의 눈꼴 시린 자랑은 아니다. 단지 쿠폰이 많이 늘었다는 소리다. 어느 카페든 들리기만 하면 쿠폰을 주니, 내 지갑은 이미 외래종에 파괴당한 생태계마냥 지폐보다 쿠폰이 많아진 지 오래다. 쿠폰을 주는 곳이 어디 카페뿐인가? 이제 쿠폰을 주지 않으면 사업이 망하기라도 할 것처럼 쿠폰을 주는 음식점은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다. 왜 음식점들은 쿠폰을 주는 걸까. 단골이 되면 경제적인 이득이 있음을 알려주기 위해서? 물론 이 또한 노림수 중 하나다. 하지만 쿠폰을 기대할 수 있는 건 그뿐만이 아니다. 합리적인 선택이나 손익 계산 이전에 당신을 자극하는 무언가. 바로 “욕망”이야말로 쿠폰 마케팅의 가장 본질적인 목적이라 할 수 있다.
[쿠폰을 준비하지 않는 카페는 드물다. 때론 지갑 공간이 부족해질 정도다.]
도대체 쿠폰에 얽힌 “욕망”이란 무엇일까? 그건 바로 “완성 욕구”다. 인간은 무엇이든 불완전한 채로 두는 것을 떨떠름하게 여긴다. 일을 모두 마쳐야 자리에서 일어나는 사람들이 그렇고, 퍼즐을 모두 맞춰야 일어나는 사람이 그렇고, 때때로 “조금만 더”를 외치고 마는 당신도 그렇다. 우리는 모두 온전한 것을 원한다. 조금만 더하면 끝날 일을 두고 몸을 일으키는 사람이 없듯이, 불완전한 것을 그대로 두고 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자이가르닉 효과”라고 부른다. 인간은 무엇이든 완료하지 않은 것에 대해 더 많은 신경을 쓰고, 또 이를 끝마치고 싶어 한다는 것이 그 요지다.
쿠폰 또한 마찬가지다. 도장 10개를 모아야 한다면 나머지 9개를 채우고 싶은 욕망이 무의식 속에 숨어 당신을 충동질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욕망은 도장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더욱 노골적으로 당신의 사고 속에 드러난다. ‘벌써 다섯 개나 채웠나? 앞으로 다섯 번은 더 와야지’, ‘이제 두 번만 더 오면 끝이네’ 등등. 사실 당신은 커피 한 잔이나 와플 하나를 공짜로 얻어먹든 그렇지 않든 별로 상관없을지도 모른다. 고작 그 하나를 위해서 카페 한 곳만 열 번을 넘게 오고가겠는가? 당신을 움직이는 진정한 동력은 이 쿠폰을 “완성”하고 싶은 욕망일 거란 추측이 더욱 타당하다.
[인간은 무엇이든 완성하고 싶어 한다. 불완전한 채로 두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이 욕망을 마케팅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쿠폰은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외에도 활용법은 무궁무진하다. 예를 들어 당신이 시계를 판매하는 사람이고, 고객이 시계 구매를 결정한 순간 사은품처럼 시계 케이스를 선물해준다면 어떨까. 시계 케이스 안에는 다섯 개의 시계가 들어갈 수 있다. 이미 시계를 구매한 고객은 다음에도 구매 가능성이 높은 잠재고객일 뿐만 아니라 시계 케이스라는 “선물”을 받았으므로 그의 거부감은 많이 옅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시계 케이스에 시계 하나만 덩그러니 두는 건 그의 욕망에 걸맞지 않다. 다섯 개를 모두 채우고 싶어지는 게 당연한 이치다. 그는 아마도 다음에 또 다시 시계를 구매하기 위해 당신을 찾게 될 것이다.
얼마 전에 희소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언급했던 한정판도 이러한 수집 욕구를 자극하는 물건 중 하나다. 해당 제품을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모아두고 있을 것이고, 그러한 사람들에게 한정판은 퍼즐에서 놓칠 수 없는 한 조각일 가능성이 높다. 수집해둔 것이 많을수록 그들은 그 공백을 참기 힘들 것이다. 만년필이나 캐릭터 상품 등이 이러한 마케팅을 하는 대표적인 업종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활용법은 다양하다. 불완전한 것을 두고 인간은 불편함을 느끼고, 또 비교적 더 많은 신경을 쓴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당신만의 창의적인 마케팅도 생각해낼 수 있을 것이다.
더는 쿠폰으로 지갑을 두둑하게 할 이유가 없다. 쿠폰에 얽힌 “욕망”의 비밀로 당신의 지갑을 두둑하게 만들자. 물론, 쿠폰이 아닌 지폐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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