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감성과 이성
구매를 앞둔 고객은 크든 작든 고민을 안고 있다. 그 내용은 대부분 과연 이 구매가 합리적인지에 관한 판단이다. 이처럼 우리는 꽤 합리적인 과정을 거쳐 구매를 결정하는 듯 보인다. 왜냐하면,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합리적인 존재가 합리적으로 행동을 결정하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닌가? 그러나 혹시 당신이 이 연재를 꾸준히 보았다면, 앞선 문장에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전제부터가 틀려먹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인간은 그렇게까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다. 사실 인간은 그저 합리적이고 싶은 존재에 불과하다.
[모든 사람은 모든 행동근거를 합리적 판단에 두고 싶어 한다. 그러나 늘 그렇지는 않다.]
“감성 마케팅”이라는 표현을 들어보았는가? 말 그대로 감성을 자극해서 구매를 촉진하는 마케팅을 말한다. 감성적인 디자인, 감성적인 인테리어, 감성적인 문구… 한때 “아이폰은 감성이다”라는 말이 유행했을 만큼 감성은 구매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모든 요소를 합리적으로 검토하는 건 지나치게 피곤한 일이고, 일상생활에서 수도 없이 이루어지는 구매행위라면 더더욱 그렇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구매를 결정하는 데 유효한 수단은 우선 감성을 건드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소유욕을 자극하거나, 친밀감을 높이거나, 멋진 미래의 모습을 약속하는 등의 마케팅이 모두 이에 속한다. 구매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으면 애초에 이야기는 시작도 되지 않으니, 마케팅에서 감성 자극의 중요성은 이루말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성적인 설득은 어떨까. 무용지물일까? 물론 그렇지는 않다.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순간에 구매를 망설인다. 왜냐하면 감성으로 구매를 선택하더라도 마지막 관문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말했듯이 인간은 “합리적이고 싶은” 존재다. 그래서 늘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며 스스로를 설득한다. 이 설득의 과정이야말로 구매의 마지막 관문이다. 마음이 동했다면 그 선택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도록 도와주어야 구매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 말하자면 순서의 문제인 것이다. 우선 감성으로 마음을 동하게 하고, 그 다음으로 이성으로 설득한다. 그래야 마케팅의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
[“감성 마케팅”은 우선 고객의 마음을 건드려 구매를 촉진한다. 설득은 그 후 덧붙인다.]
마케팅에서 이성과 감성을 나누는 일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무료’라는 말에 아무런 고민 없이 마음이 동한다면 이를 감성적인 선택(개념적인 사유보단 오감에 의한 자극이라 보아야 하므로)이라 할 수 있지만, 반대로 계산 끝에 무료라는 표현에 이끌린다면 이는 이성적인 선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전자의 이유로 상품 구매를 결정한다는 점이다. ‘무료’라는 글자를 보고 고민 끝에 구매하기보단 ‘무료’라는 단어에 우선 혹해서 상품을 둘러보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럼에도 많은 마케팅 담당자들이 손익 계산에 관련된 단어를 이성적인 판단으로 분류하기에 ‘무료’라는 단어를 감성 마케팅에서 제외할 때가 있다. 물론 ‘공짜’ 따위의 단어가 맥 빠지는 단어이긴 하지만 아예 써먹지 못할 단어는 없다. 무엇이 감성이고 이성인지는, 우선 사람들이 혹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두고 생각해보자.
결론은 마케팅에서 순서가 있을 뿐, 감성이든 이성이든 버릴 부분은 없다는 점이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쉬운 길은 없다. 다만 가야 할 길이 많을 뿐이다. 감성을 강조하든, 이성을 강조하든, 오늘부터 순서를 신경 써본다면 당신의 매출엔 좀 더 유의미한 변화가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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