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선택장애
다양성은 대개 장점으로 인식된다. 대한민국에는 수천만 명의 사람이 살아가고 있다. 그 수많은 사람 중 취향이 전적으로 동일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달리 말하자면 수천만 개의 취향이 존재하는 셈이다. 그러므로 다양성을 택하는 건 당연한 결론일 수도 있다. 고객들의 취향에 좀 더 다가가고자 하는 시도는 나쁘지 않다. 그러나 문제가 하나 있다. 혹시, 당신은 당신의 취향을 제대로 알고 있는가? 알고 있다면 왜 늘 선택을 앞두고 고민하는가? 그 이유야말로 오늘 이야기할 “선택장애”의 근간이라 할 수 있겠다.
[세상에는 수많은 취향이 있다. 이를 위해 다양성을 강조하는 곳도 많다.]
당신이 향수를 사고자 백화점에 들렀다 치자. 브랜드가 두 곳이 있다. 브랜드 하나는 당신에게 다양성을 강조하며 말한다. “매장에는 26가지 향수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중 제일 마음에 드는 향이 나는 향수를 고르시면 됩니다!” 나머지 한 곳은 반대로 단순함을 기치로 홍보 중이다. “매장에는 개성 강한 향수 6개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오셔서 고르시죠!” 두 개의 브랜드 중 실제로 판매량이 더 높은 곳은 어디일까? 다양성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단연 첫 번째 브랜드가 최고라고 할 수 있지만, 사실 더 판매량이 높은 건 향수가 6개밖에 없는 두 번째 브랜드다. 왜 그런 결과가 나오는지 한 번 생각해보자.
사람들은 모두 “선택장애”를 가지고 있다. 취향이 제각각인 만큼, 그 취향과 온전히 부합하는 상품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아무리 다양성을 강조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그 취향마저 그날의 기분이나 상태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는데, 고객의 “취향저격”을 하기란 참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선택을 망설인다. 이 상품이 더 내 취향 같아 보이기도 하고, 저 상품은 이런 부분이 또 내 취향 같기도 하고… 고객의 취향에 맞춰야 하는 건 고역이지만, 동시에 고객이 제품을 고르는 일 또한 고역이다. 괜히 “선택장애”라는 말이 나오는 게 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려운 선택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주어진 선택지의 가짓수가 너무 많으면, 고민의 시간도 길어질뿐더러 골라야 하는 것도 많아진다. 과도한 선택지는 피로를 부르고 피로는 결국 고객의 구매 욕구를 감쇄시킨다. 26가지 향수는 종류가 너무 많아서 오히려 선택에 부담을 가지게 된다. 사실 향수는 딱 6개 남짓이 적당한 가짓수였던 셈이다. 그 외에도 시계 6종류를 광고하기보다 시계 단 하나를 광고했을 때가 효과가 더 높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광고를 보며 선택을 고민하고 싶은 사람은 없으므로, 무의식적으로 기피 심리가 작용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결과다.
[너무 많은 선택지는 거부감을 줄 뿐이다. 선택의 과정은 의외로 괴롭다.]
따라서 당신이 취급하는 상품의 가짓수를 늘리고 싶다면, 단순함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필요성이 있다. 단순한 선택은 오히려 기쁘다. 실제로 노점에서부터 성공한 상수역의 “라멘트럭” 등의 음식점들은 오로지 하나의 메뉴만을 취급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식사시간이 한참을 지났을 때도 대기자가 있을 만큼 인기를 끌 정도다. 어찌 보면 단순함이야말로 마케팅의 기초이자, 왕도가 아닐까? 당신이 오늘 저녁 메뉴를 고민하는 만큼, 고객들도 늘 선택을 고민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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