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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디어셀러 Sep 15. 2017

19. 무의식을 좌우하는 어림짐작의 기술

(19) 휴리스틱


당신은 하루 평균 몇 시간을 고민에 투자하고 있는가? 모르긴 몰라도, 그렇게 오랜 시간을 투자하고 싶진 않을 것이다. 알다시피 고민이란 신산하고 지난한 과정이 아닌가. 고민을 해소하기 위해선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많은 심력을 소모해야 한다. 그러고서도 이 선택이 최선인지는 장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고민을 즐거워할 이들은 인류의 고난을 짊어질 소수의 철학자들이면 충분하다. 평범한 사람들은 고민하길 즐기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최대한 회피하고 싶어 한다.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고뇌는 고통을 동반한다. 고민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따라서 “어림짐작의 기술”이 인간 심리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더라도 신기한 일은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마주치는 모든 일에 관해 고민하는 건 무척 피곤할뿐더러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어림짐작의 기술”을 “휴리스틱”이라 부른다. 굳이 고민할 필요가 없는 일상생활의 많은 판단이 이 “휴리스틱”에 의해 이루어진다. 물론 광고를 볼 때도 마찬가지다. 현대 사회에서 광고를 접하는 건 이미 일상생활의 일부다. 광고를 마주칠 때마다 일일이 고민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러므로 “휴리스틱”을 이해하는 건 마케팅에 한 가지 전략을 추가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휴리스틱”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대표적인 예는 “줄 서서 먹는 맛집”이 있다. 맛집은 손님이 많고, 또 줄 서서 먹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테니, 대기하는 줄이 길다면 그 집은 그만큼 맛집일 거란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이를 이용해 한때 일본에서는 “줄 서기 아르바이트”가 유행하기도 했다. 신장개업한 가게가 바람잡이로 줄 서는 사람들을 고용하는 마케팅인데, 얼핏 보면 어이없는 일처럼 보이지만 효과는 꽤 괜찮았다고 한다. 휴리스틱으로 내린 무의식적인 판단이 나중에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때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차를 타고 지나가며 줄이 길게 늘어선 가게를 보고 ‘저곳은 맛집인가?’라고 생각했다면 나중에 점심 메뉴를 정할 때도 “아, 그 줄이 길게 늘어선 곳이 있었는데”라는 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일본의 많은 가게 주인들이 줄 서는 사람을 돈 주고 고용했던 이유다.     



사실 휴리스틱은 그렇게 활용하기 어려운 개념이 아니다. 이를 제일 잘 써먹는 족속 중 하나가 바로 사기꾼들이다. 일반적인 사기꾼들의 특징을 생각해보면 휴리스틱이란 무엇인지 금세 이해할 수 있다. 외제 차를 몰고 다니고, 멋진 정장을 입고 다니는 사기꾼들. 왜 비싼 돈 들여가며 그러는 걸까? 당연히 인간의 무의식에 신뢰를 심어주기 때문이다. 비싼 차를 몰고 비싼 옷을 입고 다니니, 저 사람은 부자일 것이고, 그렇다면 굳이 내 돈을 뜯어먹을 이유가 없으니 사실을 말하고 있으리란 생각이 들게 된다. 집단을 대표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면, 그 사람을 그 집단의 일원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 또한 휴리스틱이다. 이처럼 휴리스틱은 사기꾼의 수상쩍은 제안마저 믿게 만들 힘이 있다. 정당한 장사를 한다면 신뢰감을 심어주기엔 더욱 쉽다.     



[사기꾼은 값비싼 차를 끌고 나온다. 부자 집단의 특성 중 하나를 흉내냄으로써 그 집단의 일원인 듯 보이기 위해서다.]



흔히 “앵커링”이라고 부르는, 최초에 마주한 대상을 기준점으로 삼는 것 또한 휴리스틱이다. 값싼 핸드백, 수십만 원짜리 핸드백, 수백만 원짜리 핸드백을 두고 아내에게 줄 결혼기념일 선물을 고르라고 한다면 주로 수십만 원짜리 핸드백을 고르게 된다. 단순히 수십만 원짜리 핸드백 하나만 두었을 때 팔리지 않는 것과는 큰 차이다. 또한, 휴리스틱은 받아들인 정보를 분석하는 데만 쓰이지 않는다. 그 정보가 얼마나 가치 있는지를 판단할 때도 쓰인다. 주변의 일, 최근의 일, 그리고 아는 사람에게 벌어진 일일수록 사람들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광고에서는 그러한 사실을 위주로 배열함으로써 잠재고객의 반응성을 높이곤 한다.     



“휴리스틱”이란 결국 인간 심리의 기저에서 동작한다. 무심코 판단한 사실은 합리적인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오늘부터라도 고민해보는 게 어떨까.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판단을 내리고 지나간 적은 없는가? 그랬다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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