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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컵

by 아이디어셀러

<종이컵>



동그란 내 맘에

따뜻함을 담아들려요

한번도 쓰지 않은 새하얀 마음

당신 위해 아껴왔어요


그러나 당신은 커피만 드시고

텅 빈 나는 몰라보셨네

무심히 침 뱉고 손으로 구겨

휴지통에 던져버렸네


나는 버려진 종이컵

남은 것은 쓰디 쓴 검은 눈물 뿐

다음 생에 태어난다면

유리컵이 되어 그대 곁에 머물고 싶어라


내 몸에 실을 꿰어

그대 귀에 속삭이고 싶어요

가끔은 그대 가슴에 얼굴을 대고

심장소리도 듣고 싶어요


그러나 당신은 버려진 나를

흙으로 채워주셨네

아름다운 씨앗 하나 채워주시고

사랑으로 물을 주셨네


시간은 흘러흘러

봄이 오고 싹이 움트고

싹은 자라고 자라

당신 닮은 웃음꽃을 확짝 피웠네


이제 꽃은 작은 나무가 되어

어딘가로 떠나버리고

남은 건 쭈그러지고 흙 묻은 몸 뿐


그러나 아직 기억하고 있어요

처음 나를 잡아준 그대 손길

그리고 입술의 감촉


남김없이 태워주세요 그 어느날

촉촉한 이슬비 내려 나뭇잎에 맷힌다면

그 안에 내가 있을 겁니다


흔적없이 태워주세요 그 어느날

촉촉한 이슬비 내려 그대 어깨 젖는다면


그 안에 내가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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