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낙엽> 안영준
지난 가을에 못다 진 잎이
이른 봄비에 뒤늦게 집니다
먼저 가면 나무가 추울까봐
버티던 손목도 힘이 다했습니다
그 푸르던 시절 어디로 가고
앙상하게 툭 불거진 검은 핏줄 뿐
비바람 땡볕에 삭고 삭아서
스치는 바람에도 바스러집니다
봄에 지는 낙엽은
가을시인의 詩도 되지 못하고
고운 책갈피도 되지 못한 채
쌓이고 녹아서 흙으로 썪어서
봄비에 나뭇잎 다시 나면
그 어느 잎사귀에
그립던 얼굴로 다시 핍니다
이번 겨울도 함께 하자고
생각을 파는 남자, 백건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