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껍아 두껍아

by 아이디어셀러

“알잖아, 우리 집 사정. 당장은 그럴 여유 없어.”


꾸륵...꾸륵...건너방에서 들려오는 두꺼비 소리가 신발 속에 들어간 모래처럼 거슬렸다. 나는 모래시계처럼 몸을 뒤집어서 반대편 어깨로 휴대폰을 넘겨받았다. 그러나 꾸륵거리는 소리는 조금도 작아지지 않았다. 털어내려고 하면 할수록 오히려 끈덕지게 파고들었다. 나의 인내심은 이제 막 구멍이 뚫리려고 하고 있었다.


-그럼 나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해? 나도 이제 여자나이 서른둘이야. 더 이상 선보라는 엄마 말 거절할 핑계거리 찾기도 힘들어. 여잔 나이가 유통기한인거 몰라?


때마침 휴대폰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다행히 두꺼비 소리를 어느 정도 상쇄시켜 주었다. 스으-하는 쇳소리가 살짝 섞인, 여자 목소리치고는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였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여자와 통화하는 이유는 이런 효과 때문이었다. 일종의 인간 백색소음기라고 해야 할까? 그 왜 비싼 고시원에 있는, 스으-하고 작은 소음을 계속 내서 더 큰 소음을 막는 장치 말이다.


“넌 무슨 대본이라도 가지고 있냐? 또 그 소리야? 그러지 말고 그냥 선보러 가면 되잖아.”


이건 백색소음기가 아니라 그냥 소음기 수준이었다. 깔때기처럼 이 여자와의 모든 대화는 결국 결혼문제를 둘러싼 말다툼으로 끝이 났다. 달라지는 거라곤 그놈의 ‘여자나이’만 해마다 서른에서 서른하나로, 서른둘로 바뀌는 점 뿐이었다. 나는 내친 김에 악셀을 밟았다.


“결혼은 뭐 방 한 간도 없이 하니? 병원비 대느라 그동안 모아둔 돈도 다 털어먹었어. 너한 집에 같이 살면서 두꺼비 데리고 살 자신 있어?”


-내 말 그런 뜻 아닌 거 알잖아. 오빠는 왜 매번 그렇게...


꾸륵...꾸륵...꾸륵...


“끊어. 우리 집 두꺼비 밥 달라고 조른다. 나중에 전화할게.”


삑. 나는 아직도 뭐라고 쫑알거리고 있는 휴대폰 잎을 엄지로 틀어막고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네에 갑니다. 가요.”


냉장고까지는 침대에서 일어나 앉은 자세 그대로 앞구르기 두 번이면 갈 수 있는 거리였다. 하지만 내 방 상태는 태평양에 떠 있다는 쓰레기 섬만큼이나 엉망이었기 때문에 앞구르기는 엄두도 낼 수 없었다. 왠지 한번만 잘못 구르면 5번, 6번 척추뼈 사이에 볼펜뚜껑이라도 박힐 것만 같았다. 나는 발끝으로 쓰레기를 헤쳐서 모노륨 장판으로 징검다리를 만드는 기적을 시전하며 냉장고로 갔다. 꾸륵...꾸륵...냉장고로 가는 동안에도 그 놈의 두꺼비는 기름 떨어진 보일러처럼 울어댔다. 반찬이라고는 쉰 김치와 죽은 파리 떼처럼 엉겨 붙은 시커먼 파래무침이 전부였다. 나는 그것들을 대충 밥 대접 위에 얹어서 건너 방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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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뚜껑을 열자 웅크리고 있던 역한 냄새가 확 달려들었다. 암모니아 냄새와 땀 냄새가 뒤섞인 코가 썪는 냄새였다. 그것은 요강 단지같이 어둡고 습한 이곳에 서식하는 두꺼비가 내뿜는 포자와도 같은 독기였다. 두꺼비는 벽에 달아놓은 밧줄을 붙잡고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밧줄은 손때가 타서 기름칠을 한 것처럼 맨들거렸다. 꾸륵...꾸륵...꾸륵...간신히 상체를 세운 거대한 두꺼비는 굽은 등을 들썩이며 신음소리를 냈다. 웃는 건지 우는 건지 분간도 안가는 기묘한 소리였다.


“밥 때도 아닌데 벌써부터 보채고 난리야. 빨리 먹어요. 설거지하고 오후 교대 나가야 하니까.”


나는 두꺼비의 손에 숟가락을 쥐어주었다. 우툴두툴한 돌기로 덮인 손등에선 진물이 흐르고 있었다. 두꺼비는 숟가락을 들다 말고 도로 내려놓았다.


“왜요? 떠서 먹여줘?”


두꺼비는 퀭한 눈을 들어 나를 바라봤다. 눈두덩의 가죽이 늘어져서 흰자위를 가리는 바람에 검은자위만 보였다. 동공도 광채도 없이 검은색 포스터칼라로 칠해놓은 것처럼 먹먹한 눈이었다. 눈이 두 번 꿈쩍였다. ‘아니’라는 의미다.


“그럼...쌌어?”


두꺼비가 또다시 눈을 두 번 꿈쩍였다.


“...고마...나가자...꾸륵...강바람...쫌...꾸륵...쏘이고...싶구마...”


두꺼비가 꾸륵거리는 소리 사이로 힘겹게 말을 뱉었다. ‘그 날’ 이후로 두꺼비의 입에서 꾸룩 이외의 소리를 듣기는 실로 오랜만이었다.




개구리왕자가 개구리가 된 데는 사연이 있듯이 두꺼비가 두꺼비가 된 데도 사연이 있었다. 두꺼비는 원래 한 남자였다. 젊은 시절부터 노가다판에서 잔뼈가 굵은 남자는 군대에서 익힌 아크용접이 특기였다. 남자에게 용접봉은 불꽃이 튀길 때마다 뭔가를 만들어 내는 요술봉이나 다름없었다. 용접봉 하나로 식구들을 먹여 살리고 자식들 공부까지 시켰다. 하지만 2년간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다는 조건에 넘어가 무리한 공사에 뛰어든 게 화근이었다. 도둑이 들려면 개도 안 짖는다고 했던가. 그날은 기가 막히게 운이 없는 날이었다. 그날 남자는 야근을 하면 안 되었다. 아무리 야근수당이 1.5배씩 척척 붙는다고 하더라도 그냥 소주나 사들고 집에 기어들어갔어야 했다. 그날 남자는 몸의 경고를 들었어야 했다. 작업장에 들어서는 순간 왠지 기분이 이상했다. 온 몸의 솜털이 바늘처럼 곤두서고 재채기가 났다. 그것이 인화성 분진에 의한 알레르기 반응이라는 것까지야 모르더라고 감기약이라도 사들고 그냥 집에 기어들어갔어야 했다. 그날 남자는 안전수칙대로 물청소를 해야 했다. 아무리 현장소장이 닦달을 해대도 묵묵히 호스물로 폴리에틸렌 탱크 주위의 분진들을 씻어낸 후 작업을 했어야 했다. 진작 집으로 기어들어갔어야 할 남자가 용접봉에 불꽃을 튀겼고 그 순간 남자는 펑-하고 두꺼비로 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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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정신을 차린 곳은 응급실 내 집중치료실이었다. 의사들이 물개 시체에 몰려든 게 때처럼 달라붙어서 피부에 녹아 붙은 작업복을 제거하고 있었다. 전신 3도 화상이었다. 4차례에 걸친 수술 끝에 남자는 간신히 목숨을 건질 수 있었지만 폭발순간 반사적으로 몸을 웅크린 탓에 가슴 쪽 피부와 배 쪽 피부가 들러붙어서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머리털은 모두 빠지고 전신의 피부가 우툴두툴하게 일어났다. 흉곽이 굳어서 숨을 쉴 때마다 꾸룩거리는 소리가 났고 성대가 오그라붙어서 몇 달 동안 말 대신 눈짓으로 의사소통을 해야 했다. 미라 상태로 거진 반년을 보내고 난 후 붕대를 풀렀을 때 내 눈앞에 나타난 것은 영락없이 한 마리의 커다란 두꺼비였다. 죽어가는 남자를 두꺼비로 부활시키는 마법에 나는 결혼자금으로 모아둔 5천만원을 모두 쓰고도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야 했다. 그것도 모자라 두꺼비 병수발을 드느라 월급 따박 따박 나오던 직장을 그만두고 편의점에서 파트타임으로 바코드를 찍기 시작했다. 두꺼비가 밥 때에 맞춰 꾸륵 꾸륵 울어댈 때마다 나는 밥에다 농약을 타고 싶은 욕구를 간신히 참아야 했다.




“아 쫌 가만히 있어 봐요. 엄살부리지말구.”


두꺼비 임금님의 행차는 수월하지 않았다. 우선 두꺼비를 바퀴가 달린 가마에 태우고 길가로 나가는 것부터가 문제였다. 관리인 영감의 도움으로 1층 엘레베이터에서부터 아파트 입구까지 이어지는 계단은 겨우 옮길 수 있었지만 그 다음부터가 난관이었다. 뭔 놈의 턱이 그렇게도 많은지 장애물 경주를 하는 기분으로 두꺼비를 실은 수레를 요리 조리 몰고 다녀야 했다. 강변 자전거 도로에 도착했을 때는 벌써 정오가 거의 다 되어 있었다. 편의점 오후 교대는 물 건너갔다. 지금쯤 오전 담당 용식이가 내 욕을 실컷 하면서 유통기한 3시간 남은 삼각김밥을 까먹고 있겠지. 머리 위로 떠오른 태양이 돋보기로 지지는 듯 정수리를 간지럽혔다.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일기예보대로 어서 소나기나 왔으면 싶었다.


“...저게...마...내가...젊을 때...꾸륵...등골 빠지게....지은 거라...꾸륵...”


두꺼비가 제방이 붕괴되어 흙탕물이 흐르는 뻘건 강을 바라보며 말했다. 물의 흐름을 고려하지 않고 억지로 보를 쌓아서 세굴현상이 계속 되다가 급기야 얼마 전 큰 비에 무너지고 만 것이었다.


“꾸륵...쫌만...더...가까이 가자...”


강가 계단 쪽으로 더 다가가기 위해서는 약 15cm 높이의 턱을 넘어야 했다. 소위 4대강 사업이라고 불리는 낙동강 정비 공사 때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들면서 생긴 콘크리트 턱이었다. 근데 니미럴, 아무리 용을 써도 휠체어를 밀고 이놈의 턱을 넘기가 쉽지 않았다. 도움닫기까지 해도 몇 번을 실패하자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휠체어 손잡이를 움켜쥐고 숨을 고르고 있는데 밑에서 뭔가 검은 것들이 꼬물거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두꺼비였다.


진로 병뚜껑에 있는 것과 똑같이 생긴 두꺼비 너덧 마리가 턱 밑에 고인 물웅덩이에서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반투명한 똥줄기 같은 것도 보였다. 큰 비가 왔을 때 물 땅 구분 못하고 길가로 나왔다가 돌아가지 못한 두꺼비들이 그만 물웅덩이에서 교미가 붙어 알을 낳아버리고 만 것이었다. 물웅덩이는 내리쬐는 햇볕에 이미 짜파게티 국물처럼 졸아들고 있었다. 두꺼비들은 몸부림을 치면서 자글자글 타들어가는 등줄기에 미지근한 물을 끼얹었지만 가망이 없어 보였다.




두꺼비는, 아니 두꺼비가 되기 전의 남자는 피부가 미끈하고 잘 생긴 축이었다. 나름 경력 있는 용접기술자여서 벌이도 괜찮았다. 기분 좋은 날은 치킨이며 피자도 곧잘 사들고 왔고 가끔 일을 쉬는 날엔 자식 손을 붙들고 놀이공원에 나가 아이스크림도 사주곤 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 누가 두꺼비 아니랄까봐 - 술독에 빠져 살았다. 일이 좀 고된 날이면 남자는 어김없이 땀샘에서 알코올을 휘발시키며 들어왔다. 집에는 유리그릇이 없었다. 남자가 늦게 오는 날엔 집안에 있는 칼이며 가위며 드라이버며 좌우지간 날카로운 것들은 모두 장롱 속으로 숨겨야 했다. 안방극장용 이종격투기가 한바탕 벌어진 다음 날이면 여자는 으레 짙은 눈화장을 해야 했다. 여자의 눈화장은 날이 갈수록 짙어졌고 마침내 자식의 중학교 입학식 날 여자는 자신의 눈화장을 마음에 들어하던 어떤 놈과 눈이 맞아서 달아났다. 그날 이후 나는 하루가 멀다하고 학교에서 싸움박질을 해야 했다. 그래야 아무도 내 눈두덩의 색상과 부피의 변화에 대해 묻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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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너무 많이 두들겨 맞아서 학교도 못 나가게 되었을 때, 나는 집 안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남자가 오기를 기다렸다. 양 손으로 부엌칼을 들고 안방 문 안쪽에 숨어 있었다. 강제로 문을 따고 들어오면 그대로 콱 찔러버릴 작정이었다. 크르릉...낡은 차의 시동이 꺼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시동이 꺼지는 소리만으로 누구의 차인지 알아챌 수 있었다.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쿵! 쿵! 쿵! 남자가 문을 두드렸다. 철문이 울릴 때마다 내 심장이 들썩거렸다. 부엌칼을 쥔 손이 하얗게 질렸다. 한참동안 이어지던 문소리가 잠잠해 졌다. 문을 따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나는 그 자리에서 5분을 더 기다렸다가 방범 구멍으로 밖을 확인해 보았다. 남자는 보이지 않았다. 문을 열고 나가보니 우유나 신문 따위를 넣는 박스에 노오란 색 훼미리 주스 한 통이 놓여있었다. 그것을 치우자 안방 쪽 내가 서있던 자리가 들여다보였다.




“읏차!”


마지막 힘을 쥐어짜서 휠체어를 밀자 덜컥! 하는 충격과 함께 휠체어가 턱을 타고 넘었다. 위에서 내려다본 계단이 아찔하게 높아 보였다. 두꺼비 한 마리가 아작이 나서 휠체어 바퀴에 붙어 덜렁거리는 것이 보였다. 내장이 똥구멍으로 튀어나온 채 팔다리를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조금 미안하지만 그래도 천천히 말라죽는 것보다는 한순간에 가는 게 나으리라. 다른 두꺼비도 그걸 좀 알아줬으면 좋겠는데.


“꾸륵...니...내가 원망스럽재?”


뜨끔. 두꺼비가 제법 어른스러운 말을 했다.


“..내...꾸륵...다 안다...”


알긴 뭘 알아. 용접봉에 불꽃이 튀기는 순간 박살난 것은 두꺼비의 몸뚱이뿐이 아니었다. 두꺼비 알도 올챙이가 되어보지 못한 채 끓는 물속에서 하루하루 익어가고 있었다. 더웠다.


“그만 들어갑시다. 이따 소나기 온대요.”


아닌 게 아니라 하늘에 서서히 먹물이 스며들고 있었다. 용식이가 혼자 계산대 뒤에서 컵라면을 후후 불며 굳은 삼각김밥을 말아먹고 있는 모습이 눈에 밟혔다. 유통기한이 얼마 안 남은 도시락이나 삼각김밥은 알바생 몫이었다. 용식이는 항상 김을 벗긴 삼각김밥을 컵라면에 말아먹었고 나는 그 김에 맨 밥을 싸먹곤 했다. 집에는 먹을 만한 것이 없었다.


“담배나..꾸륵...한 갑...사 온나...꾸륵...”


강변 매점은 비싼데..소리를 꾹 참고 나는 주머니를 뒤져서 천 원짜리 3장을 구겨 쥐고 매점으로 달려갔다. 혹시 아는가. 담배에 불을 붙이는 순간 펑-하고 다시 남자로 돌아올지.




내가 검지와 중지 사이에 샤프 대신 담배를 꽂게 된 것은 고등학교에 막 들어가서였다. 집안꼬라지 비슷한 놈팽이들끼리 몰려다니며 매점 뒤에서 한 모금씩 돌려 피우던 것이 습관이 되자 끊을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남자의 작업복에서 조금씩 뽑아 쓰다가 나중에는 과감하게 남자의 담배보루에서 한 두 갑씩 슬쩍 했다. 그렇게 쟁여놓은 것을 더러는 내가 피기도 하고 더러는 남자가 담배심부름을 시킬 때 담뱃값을 꿀꺽하고 대신 가져다주기도 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작업복 대신 내 잠바를 입고 나간 남자는 안주머니에서 익숙한 사각물건을 발견했고 다음날부터 나는 싸움을 조금 더 많이 해야 했다.




우당탕탕!


나는 담배를 집어던지고 뛰어갔다. 나도 모르게 입에서 열여덟 욕이 튀어나왔다. 두꺼비는 아득한 계단 아래로 굴러 떨어져서 팔다리를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휠체어는 산산조각이 나서 분해되어 있었다.


“왜 그래? 누가 밀었어? 엉?”


나는 두꺼비를 안아 세웠다. 뒤통수가 물컹했다. 뜨끈뜨끈한 피가 두꺼비의 이마에서 우툴두툴한 피부골을 타고 흘러내렸다. 두꺼비는 온혈동물이었다.


“..이 자석아...”


두꺼비가 눈을 꿈뻑였다. 검은자 양 옆으로 흰자가 보였다. 동공이 있고 광채가 있는 사람의 눈이었다.


“...그날...내가 못 죽어서...생명보험은...남아있다...니 장개갈 때...작은 집 한 채는...해 갈 수...있을 끼다...”


더 이상 꾸륵 거리는 두꺼비 소리가 아니었다. 언젠가 놀이공원에서 아이스크림을 쥐어 주던 따뜻한 한 남자의 목소리였다.


“죽지 마! 집이 다 뭐야...장가 안 가도 좋으니까 죽지 말란 말야!”


쿵! 쿵! 쿵! 쿵! 거친 철문 소리가 들렸다. 우유 박스 안에 노오란 훼미리 주스가 보였다.


“그날...그날 다 알고 있었지? 내가 안에 있으면서 문 안 열어준 거 다 보고 있었지?”


아빠는 희미하게 웃으며 천천히 눈을 두 번 깜빡였다. 그리고 세 번째는 뜨지 않았다. 뺨이 뜨끈 하더니 눈에서 뭐가 자꾸 쏟아졌다. 소나기가 마구 내리고 있었다. 비에 젖은 두꺼비는 점 점 머리카락이 돋고 굽은 등이 펴지더니 어느새 피부가 미끈한 한 남자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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