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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디어셀러 Jun 29. 2020

하나를 보면 열을 아는 유추의 기술

우주로부터 무한정 아이디어를 끌어다 쓰는 업다운 발상법

오늘의 오픈 스토리는 이 사진입니다. 바로 교과서에서 가져온 물의 순환에 대한 정리도입니다. 하늘에서 비가 되어 내린 물은 지상에서 일련의 과정을 거쳐 증발되고, 다시 하늘에서 비가 되어 내리게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순환과정에서 그 모습은 다 다를지라도 ‘물’이라는 본질은 모두 같다는 것입니다. 어때요? 벌써부터 무언가 거대한 신비로움이 느껴지지 않나요? 물론 아무 느낌이 들지 않더라도 좋습니다! 오늘의 특강은 바로 천재의 생각을 훔쳐오는 유추의 기술입니다.     


우선 들어가기에 앞서 ‘유추’가 정확히 무엇인지 짚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유추의 본질적인 정의는 이렇습니다. 두 사물의 어떤 부분이 동일하다면, 다른 부분 역시 동일하다고 추측하는 것이죠. 유비추론이라고도 합니다. 이는 빈틈없는 논리로 구성되는 연역적 사고보다 불완전하지만, 훨씬 생산적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오류투성이라서 잦은 과오를 범할 수는 있지만, 개중에 신박한 몇몇 개는 그야말로 놀라운 변화를 초래한다는 것이죠.     


‘열쇠의 법칙’이 있습니다. 바로 ‘마케팅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는 마케팅 책 밖에서 나온다’는 법칙입니다. 즉 마케팅의 열쇠는 항상 외부에 있다는 말입니다. 그 사례로 저번 특강에서 논리적인 글쓰기의 공식을 ‘세포분열’이라는 외부의 원리를 끌어와서 정리한 바가 있습니다. 세포의 분열처럼 글을 나누고, 확장하고, 서로 연결하며, 암세포처럼 무한정 분열하지 않고 제한하라는 공식이었죠. 이처럼 무언가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는 외부에 이미 존재하며, 이를 서로 잇는 것이야말로 유추의 기술입니다.     


1945년, 피망의 씨앗 제거 공정이 특허를 받습니다. 피망의 꼭지 부분에 압력을 줬다가 갑작스럽게 압력을 빼면 그 격차 때문에 피망의 씨앗 부분이 딸려 나온다는 것을 발견한 겁니다. 그리고 5년 뒤인 1950년, 도토리의 껍질 제거 공정이 특허를 받습니다. 도토리 껍질에 압력을 가하다가 압력을 빼면, 그 격차 때문에 껍질이 바스라져 떨어져 나온다는 것을 ‘발견’한 겁니다. 맙소사! 뒤이어서 같은 방법으로 남극의 조그마한 크릴새우도, 햄스터가 사랑해마지 않는 해바라기 씨의 껍질도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이 ‘발견’됩니다. 심지어는 압력으로 단단한 인공 다이아몬드를 쪼개는 특허가 1972년에 허가됩니다.      


유추의 기술은 얼핏 별개의 ‘현상’으로 보이는 문제의 동일한 ‘본질’을 짚어내는 능력입니다. 어떤 분야의 해결책 99%는 이미 다른 분야에 존재합니다. 우리가 아직 모를 뿐이죠. 스스로 거인이 되려고 하지 마십시오. 현명한 사람은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탑니다. 거인의 어깨 위에서 거인과 같은 높이에서 생각하세요. 피카소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훌륭한 예술가는 베끼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 그리고 피카소는 위대한 예술가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유추의 발상법을 배워야하는 이유입니다.     


유추의 기술은 ‘다이아몬드 모델’로 명명한 6단계를 말합니다. 문제를 보다 상위의 개념으로 추상화(Up)하고 해당 개념의 해결책을 다시 구체화(Down)한다는 점에서 ‘업다운 발상법’이라고 부르셔도 상관없습니다. 간략하게 설명드리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문제정의: 구체적인 당면 문제를 정의

2. 추상화: 구체적인 문제를 일반적인 문제로 추상화(Up)

3. 구체화: 일반적인 문제로부터 구체적인 영역(이종분야) 탐색(Down)

4. 해결책 탐색: 구체적인 영역(이종분야)에서 해결책을 선정(Deep Down)

5. 추상화: 해결책을 추상화(Up)

6. 구체화: 해결책을 당면 문제에 적용(Down & Deep Down)     


저번 특강을 하나의 예시로 들어보겠습니다.     


1. 문제정의 – 논리적인 글쓰기를 어떻게 설명할까?

논리적인 글쓰기는 이미 공식이 있습니다. 하버드대에 입학한 학생들이 연습하기도 하고, 세계적인 기관에서도 비슷한 구조의 글쓰기를 권하고 있죠. 논리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그 주장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는 것을 말합니다. 당연히 논리적인 글쓰기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진행되어야 합니다.     


2. 추상화 – 부분이 전체를 떠받치는 구조

이 논리적인 글쓰기의 방법들을 보다 상위의 개념으로 추상화해봅시다. 옳거니, 논리적인 글쓰기는 기본적으로 각 부분들이 전체의 논리를 견고하게 뒷받침하고 있는 글쓰기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렇다면 추상화된 논리적인 글쓰기는 ‘부분이 전체를 떠받드는 구조’입니다.     


3. 구체화 – 생물

그렇다면 부분이 전체를 떠받드는 다른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가장 먼저 건축물이 있을 것입니다. 또한 특강에서 다룬 바대로 생물이 있을 것이고, 탑, 정부조직도 꼽을 수 있습니다. 다른 모든 것들로도 예시를 들 수 있지만, 일단 편의상 저번 특강처럼 생물을 예시로 들어보겠습니다.     


4. 해결책 탐색 – 수정란 분열, 세포확장, 세포연결, 성장제한

생물의 각 부분이 전체를 떠받드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봅시다. 일단 생물은 본질적으로 하나의 수정란에서부터 분열되어 개체를 이루고, 이를 바탕으로 세포를 확장하며, 당연히 이 세포들은 연결되어 있어야만 합니다. 또한 무한정 분열하면 암세포가 될테니, 적절하게 하나의 부분이 폭주하지 않도록 제한을 둬야합니다.     


5. 추상화 – 분열, 확장, 연결, 제한

추상화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C(hop)하고 E(xpand)하고 L(ink)하고 L(imit)하라! 간단하면서도 명료한 법칙입니다.   

  

6. 구체화 – 주제문 분열, 주근사자정, 연결어, 수미상관, 주제적 제한

이를 통해 논리적인 글쓰기를 설명해봅시다. 일단 논리적인 글쓰기를 위해서는 말하고자하는 큰 주제, 즉 대주제문을 각각의 소주제문으로 쪼갤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각 소주제문을 ‘주근사정’ 공식을 통해 확장할 수 있죠. 각각의 주제문은 연결어 등을 통해 서로 어떠한 유기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밝힐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하나의 대주제를 이루기 위해 적절한 수준의 제한도 필요합니다!     


어디까지나 편의상 생물을 예시로 들었지만, 앞서 말했듯이 건물이나 탑, 정부 등을 이용해서도 동일한 유추의 과정을 밟을 수 있습니다. 가령 건물이라면 4단계에서 벽돌, 방, 세대, 아파트(건물)로 4단계를 진행했을 것이고, 6단계의 결과물은 문장, 단위줄, 바탕줄, 책이 됐을 겁니다.     


물론 예시는 예시입니다. 당장 ‘당면문제’를 찾으라느니, 추상화를 하라느니, 구체화를 하라느니 직접 해보려고 한다면 생각만큼 안 풀리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각 단계에서는 다음과 같은 점을 유의해야합니다.

     

먼저 1단계에서는 ‘어떻게 구체적인 당면과제를 정의할 것인가’를 염두해둬야 합니다. 당면과제를 설정하는 방법에는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목적지향 문제정의’입니다. 자, 여러분은 시원한 맥주 1병을 사들고 집에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맥주병을 따서 컵에 따르려는 순간, 여러분의 집에는 병따개가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목적’입니다. 질문이 달라지면 답변이 달라집니다. 문제가 다르다면 해결하기 위해 취해야하는 행동도 달라집니다.     


만일 당면과제를 ‘병따개 구하기’로 설정한다고 생각해봅시다. 이를 위해서 취해야할 행동은 뭘까요? 나가서 병따개를 사와야 합니다. 이웃과 친근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 옆집에 빌려달라고 부탁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당면과제를 ‘병뚜껑 따기’로 설정해봅시다. 숟가락이 됐든 젓가락이 됐든 뭐가 됐든 일단 병뚜껑을 따면 그만입니다. 여러분의 목적은 무엇입니까? 여러분은 여기서 ‘병따개 구하기’와 ‘병뚜껑 따기’ 중 무엇이 근본 목적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 유형의 당면과제를 설정할 때는 항상 ‘왜 이 일을 하는가?(WHY)’를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두 번째는 ‘원인분석 문제정의’입니다. ‘문제의 근본원인이 무엇인가’에 대한 문제정의 방식이죠. 이를 위해서는 ‘5 why’를 기억해야합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제퍼슨 기념관’의 사례를 들 수 있겠네요. 미국의 워싱턴 DC의 제퍼슨 기념관은 외벽이 빨리 부식되는 문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원인을 분석한 결과, 대리석을 세제로 자주 씻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렇다면 청소를 좀 덜하면 되겠군요? 아니었습니다. 세재로 외벽을 청소한 이유는 바로 비둘기 똥이 너무 많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비둘기 밥을 못 주게 하면 되겠군요? 아닙니다. 비둘기가 온 건 제퍼슨기념관에 비둘기 먹이가 될만한 거미가 많이 살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거미줄을 없애면? 아닙니다. 거미들이 많이 사는 이유는 밤에 거미의 먹이인 나방이 많이 출몰하기 때문이었으니까요. 그렇다면 왜 제퍼슨기념관에 나방이 몰리는 걸까요? 바로 제퍼슨기념관의 점등 시간이 다른 건물보다 앞서 있기 때문에, 그 불빛을 보고 나방이 몰리는 것이었습니다. 이 5번의 why를 통해 제퍼슨기념관은 문제의 근본원인을 찾을 수 있었고, 점등시간을 2시간 뒤로 미룸으로써 비로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이 유형의 당면과제를 설정할 때는 이처럼 꼬리를 물고 연쇄되는 ‘왜?(why)’를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2단계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어떻게 구체적인 문제를 일반적인 문제로 추상화하느냐 입니다. 얼핏 어려워 보일지 모르지만 우리말 문장의 구조를 안다면 아주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우리말, 즉 한국어의 문장은 3가지 유형으로 귀결됩니다. 무엇이 무엇이다. 무엇이 어떠하다. 무엇이 어찌한다. 자 여기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문장은 뭘까요? ‘무엇이 무엇이다’는 일단 아닙니다. ‘무엇이 어떠하다’는요? 그건 주어의 속성을 서술하는 문장으로, 문제 해결 자체와는 다소 거리가 멉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취해야하는 문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무엇(대상)이 어찌(액션)한다     


이것이 우리말을 구성하는 가장 원초적인 3문장 중 하나이며, 가장 일반적으로 추상화된 문제의 서술 방법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대상’과 ‘액션’을 상위어로 전환하기만 하면 됩니다.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얼음 속의 기포’(대상)를 ‘제거’(액션)한다     


여기서 대상과 액션을 일반화해봅시다. 일단 ‘대상’에 해당하는 단어 중 상위어로 치환할 수 있는 것은 ‘얼음’하고 ‘기포’입니다. 그럼 얼음을 ‘결정체’, 기포를 ‘기체’로 변경하면 되겠군요? 즉 우리가 알아야할 일반화된 문장은 이렇습니다.     


결정체 속의 기체(대상)를 제거(액션)한다     


3단계는 상술한 문장을 통해 구글 검색을 하는 것으로 훨씬 더 효율적이고 방대한 이종분야 탐색이 가능합니다. 대상과 액션의 유의어를 번갈아 집어넣으며 탐색하고, 반드시 영문으로도 검색하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인터넷 자료의 과반수는 영어로 되어 있는 자료입니다. 한국에만 한정하지 않고 전세계를 대상으로 이종분야를 탐색하세요!     


4단계에서는 어떤 이종분야에서 어떤 해결책을 선정해야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합니다. 가장 추천드리는건, 당면한 문제와 가장 유사한 해결책입니다. 예를 들어서, 실제로 ‘샴페인 기포 관리’ 방법에서 착안해서 ‘반도체의 기포 제거’를 해결한 사례도 있습니다. ‘샴페인 기포 관리:반도체 기포 제거’처럼 서로 동일한 당면 문제를 찾아본다면 훨씬 수월하게 해결책을 선정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왔다면 이제 훨씬 수월합니다. 5단계는 2단계와 같이 진행하면 됩니다. 또한, 6단계의 경우는 4단계에서처럼 일대응 대응관계의 해결책을 찾았다면 아주 간단하게 해결됩니다. 예를 들어 기체를 제거하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는 가열해서 증발시키는 겁니다. 그렇다면? ‘물을 가열해서 기체를 제거’하고 물을 다시 얼린다면, 이번에는 맑은 얼음을 볼 수 있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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