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구의 위계질서
욕구에는 다양한 종류와 층위가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매슬로우는 욕구를 5단계로 나눴다. 생명을 유지하려는 생리적 욕구,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안전의 욕구,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려는 사회적인 욕구, 남들에 인정을 받고 싶은 존중의 욕구,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려는 자아실현의 욕구가 그것이다. 매슬로우에 의하면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사회적 욕구, 존중의 욕구는 결핍 욕구로서 한 번 충족되면 이제는 동기로 작용하지 않는다. 반면 자아실현의 욕구는 성장 욕구로서 충족될수록 더욱 증대된다.
■ 8가지 선천적 욕구
한편 『캐시버타이징』의 저자 드류 에릭 휘트먼은 인간의 선천적인 욕구를 8가지로 나눈다. 첫째 생명연장의 욕구, 둘째 먹고 마시는 즐거움, 셋째 공포와 고통과 위험으로부터의 자유, 넷째 성적 만족의 욕구, 다섯째 안락한 생활을 누리고 싶은 욕구, 여섯째 남보다 우월해지고 싶은 욕구, 일곱째 사랑하는 사람을 보호하고 싶은 욕구, 여덟째 사회적 인정의 욕구이다. 그는 이와 별개로 '지식 획득의 욕구' 등 9가지 후천적 욕구를 제시한다. 하지만 후천적 욕구는 선천적 욕구에 비하면 약하다. 광고할 때는 선천적인 8가지 욕구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 3가지 욕구
타깃 분석이란 곧 타깃의 욕구를 분석하는 것이다. 나는 마케팅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학자마다 제각각인 욕구의 종류와 층위를 딱 3가지로 정리했다. 첫째는 생존의 욕구이고 둘째는 관계의 욕구이고 셋째는 성장의 욕구이다. 진화 생물학적으로 봤을 때 생존의 욕구는 개체 존속과 관련되고, 관계의 욕구는 집단 존속과 관련된다. 성장의 욕구는 개체 존속과 집단 존속에 모두 해당한다. 수많은 심리학자, 마케팅 전문가들이 말하는 욕구들은 이 3가지 카테고리 안에 대부분 포함된다. 이제 각각의 욕구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자.
■ 생존의 욕구
생존의 욕구는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자원을 획득하고자 하는 욕구를 말한다. 가장 중요한 자원은 돈이다. 돈이 있으면 생존에 필요한 식량, 도구, 노동력 등을 살 수 있다. 2번째 자원은 노동력이다. 건강한 신체는 그 자체로 생명이며 다른 자원을 생산할 수 있다. 3번째 자원은 시간이다. 생명은 시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돈이 없어도 시간을 들이면 생존에 필요한 요소를 마련할 수 있다. 4번째 자원은 정보다. 돈과 시간이 없어도 유용한 정보가 있으면 생존에 필요한 요소를 획득할 수 있다. 많은 광고 카피에 '쉽고 빠르게 돈을 벌 수 있는 OO'와 같은 표현이 들어간다. 이는 인간의 원초적인 생존의 욕구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 관계의 욕구
관계의 욕구는 성적 만족을 얻고, 가족을 보호하고,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존경받고, 호감을 사고자 하는 욕구를 말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다. 이성의 성적인 관심을 끌 수 있으면 자손을 남기고 집단을 존속시킬 수 있다. 또한, 집단 구성원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면 개체의 존속에도 유리하다. 그뿐만 아니라 한 집단 내에서 구성원들의 인정과 존경을 받는 것, 즉 권력을 획득하면 생존에 필요한 자원인 돈, 노동력, 시간, 정보 등을 더 풍족하게 얻을 수 있다. ‘할리 데이비슨에 오르라, 아이들에게는 영웅이 필요하다’라는 광고는 아버지들의 인정 욕구를 자극한다.
■ 성장의 욕구
성장의 욕구는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인생을 살아가고자 하는 욕구를 말한다. 자아실현이란 교과서에 나오는 두루뭉술한 개념이 아니다. 자신의 타고난 자질, 능력, 소망대로 살아가는 것이 자아실현이다. 은행나무 씨앗의 자아실현은 은행나무가 되는 것이고, 독수리의 자아실현은 독수리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은행나무 씨앗이 싹이 트기도 전에 햇볕에 말라죽기도 하고, 독수리가 성장하기도 전에 타조 마을에 입양되어 평생 달리기만 연습하다가 죽기도 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현실의 한계를 극복하고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고자 하는 성장의 욕구가 있다.
■ 가장 강력한 욕구
3가지 욕구 중 가장 강력한 것은 생존의 욕구다. 일단 살아남아야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것도, 성장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다음이 관계의 욕구다. 관계를 잘 맺으면 개체와 집단의 존속에 유리하다. 마지막이 성장의 욕구다. 성장의 욕구는 개체나 집단의 존속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개체나 집단의 존속에 큰 도움이 되는 발명, 사상, 제도의 혁신은 성장의 욕구에서 비롯되었다. 현실적으로 위 3가지 욕구를 칼로 두부를 자르듯이 딱 구분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승진하고 싶은 욕구는 기본적으로 관계의 욕구이면서 생존의 욕구 및 성장의 욕구와도 관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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