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으로 공감대를 형성하라
4절. Real Storytelling - 스토리텔링으로 공감대를 형성하라
3번째 단계인 Real Storytelling에서는 판매자의 진솔한 스토리로 고객과 공감대를 형성한다. 고객이 현재 겪고 있는 것과 같은 문제를 겪고,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판매자는 고객을 가이드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한다. 이때 판매자가 자신의 최대한 노출함으로써 고객의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마구잡이식 노출은 안 된다. 잘 짜인 시나리오처럼 기승전결을 갖추어서 전달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 와비파커의 스토리텔링
와비파커는 기업 가치가 3조원대에 이르는 안경 쇼핑몰 브랜드다. 어느 날 한 청년이 비행기에 안경을 두고 내렸다. 청년은 새 안경을 사고 싶었지만 새 안경은 비쌌다. "왜 큰돈을 쓰지 않으면 멋진 안경을 살 수 없는 걸까?" 학교로 돌아간 청년은 친구들에게 말했다. "우리가 직접 회사를 차려서 좋은 안경을 저렴한 가격에 팔면 어떨까?" 한 친구가 제안했다. "안경 쇼핑을 재미난 일로 만들자." 다른 친구가 말했다. "안경이 하나 팔릴 때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안경을 하나씩 기부하자." 또 다른 친구가 말했다. 이것이 와비파커가 탄생 스토리다.
■ 브랜드의 신화
스토리텔링은 한 마디로 브랜드의 신화다. 신화에는 탄생신화, 영웅신화, 성공신화가 있다. 프라이탁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트럭 천을 재활용해서 가방을 만들었다. 이처럼 상품이 왜,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알려주는 것이 탄생신화다.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쫓겨났다가 복귀해서 아이폰을 세상에 내놓았다. 이처럼 주인공이 고난을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영웅신화다. 스타벅스는 한 개의 소매점에서 출발해서 단 10년 만에 세계적인 커피 브랜드로 성장했다. 이처럼 판매자나 구매자의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 성공신화다. 스토리텔링이 없는 브랜드는 신화가 없는 신과 같다.
■ 스토리텔링의 본질
스토리텔링은 정보와 기억의 결합이다. 판매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만 나열해서는 스토리텔링이 되지 않는다. 그것은 상품 설명서에 불과하다. 기억만 두서없이 나열해도 에세이가 되어버린다. 상품과 그것으로부터 연상되는 관련 기억이 결합해야 비로소 스토리텔링이 된다. 예를 들어, ‘고등어’라는 상품에 ‘어릴 적 어머니가 구워주시던 고등어 반찬’이라는 기억이 결합하면 스토리텔링이 된다. ‘시계’라는 상품에 ‘우주비행사가 달나라 여행에 차고 갔던 시계’라는 기억이 결합하면 스토리텔링이 된다. ‘중고차’라는 상품에 ‘가난했던 젊은 시절, 캠핑으로 신혼 여행을 했던 차’라는 기억이 결합하면 스토리텔링이 된다.
■ 스토리텔링의 4단계
Real Storytelling은 크게 4단계로 구성된다. 각각의 단계는 탄생신화, 영웅신화, 성공신화를 반영한다. 이 4단계는 블레이크 스나이더의 『Save the Cat』에 소개된 반드시 흥행하는 시나리오의 14단계를 압축한 것이다.
■ 1단계: 똑같은 일상
스토리는 특별할 것도 없는 보통의, 혹은 그 이하의 일상에서 시작된다. 이렇게 변화하기 전의 이미지를 '변화 전 이미지'라고 한다. 나중에 나오는 '변화 후 이미지'와 대비된다. 변화 전 이미지는 지하 셋방에서 택배 상자를 부치던 시절, 달동네에서 신문 배달 아르바이트하던 시절 등 비참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잘난 척을 하지 않고 최대한 고객과 동질감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변화 전 이미지를 통해 고객은 자신과 판매자를 동일시하고 감정이입을 한다.
■ 2단계: 변화의 계기
원치 않는 문제가 발생해서 이제는 일상에 머물 수 없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해결책을 찾아 나서야 한다. 브래들리 타임피스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손목시계다. 이 시계는 바늘이 없고 대신 전면부와 측면부의 쇠 구슬을 만져서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회사의 대표는 미국 대학원 재학 시절 함께 수업을 듣던 시각 장애인 친구가 계속 시간을 묻는 것을 계기로 시각 장애인용 시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변화의 계기는 탄생신화에 해당한다. 상품의 존재 이유(Why)가 드러나며, 주인공은 일상의 세계에서 문제의 세계로 진입한다.
■ 3단계: 고난 극복 과정
변화는 시작되었지만 해결책을 찾기까지는 숱한 고난을 겪어야 한다. 문제 극복은 단번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문제1 발생 - 문제1 해결 시도 - 문제1 해결 시도가 문제2 유발 - 문제2 해결 시도'가 반복된다. 이 과정을 통해 판매자는 자신이 만든 상품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 고객도 판매자의 내면에 공감하게 되고 온갖 고생 끝에 탄생한 상품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게 된다. 신화로 치면 영웅신화에 해당한다.
■ 4단계: 해결책 발견
온갖 고생을 한 끝에 주인공은 결국 해결책을 발견한다. 영웅은 마침내 용을 물리치고 공주를 구한다. 영웅은 다시 일상의 세계로 복귀하지만, 예전의 일상이 아니다. 사회적 지위도, 경제적 지위도 달라졌다(공주와 결혼하고 왕국을 물려받는다). 또 성공은 한 사람에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주인공은 자신의 해결책을 주변 사람들에게 전파해서 성공을 확장해나간다. 신화로 치면 성공신화에 해당한다. 스토리의 주체에 따라 성공신화의 주인공은 판매자일 수도 있고, 고객일 수도 있다.
■ 사생활 노출
사람들은 자신의 개인 정보(얼굴, 사진, 가족)를 공개한 사람은 정직할 것이라고 믿는다. 이러한 심리를 악용해서 사기꾼들은 프로필 사진에 아기와 함께 찍은 사진을 걸어두기도 한다. 이처럼 일부만 보고 전체를 어림짐작하는 심리적 경향을 '휴리스틱'이라고 한다. 사생활 노출은 휴리스틱을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름과 사진이 있는가? 공개하라. 과거 이력이 있다면? 공개하라. 자신의 가족을 공개하는 판매자도 있다. 물론 부담스럽다. 그러나 공개하기 부담스러운 사생활을 공개할수록 고객은 판매자를 신뢰한다.
■ 제작 과정 공개
실물 상품일 경우 제작 과정을 공개하라. 제작 과정은 상품의 사생활이다. 내가 자주 가는 우리 동네 콩나물 국밥집은 콩나물시루의 한쪽을 통유리로 제작했다. 고객들은 식사를 하면서 콩나물이 위생적으로 자라는 모습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캠핑카를 제작하는 한 업체는 블로그에 제작 과정을 일일이 올려서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어갔는지 고객들이 알 수 있게 한다. 제작 과정을 노출하는 것은 그 자체로 브랜드의 탄생신화를 고객에게 생중계하는 것과 같다.
■ 실제 예문
다음은 온라인 강의 플랫폼 클래스101에서 신사임당이 진행하는 스마트스토어 강의 세일즈 페이지에서 인용한 Real Storytelling이다. 변화 전 이미지로 고객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멘토로 포지셔닝하는 과정을 살펴보자.
"저 역시 처음이었던 날, 회사를 그만둔 백수 아빠로서 느껴졌던 차가운 겨울바람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잘했던 것은 아닙니다. 나 홀로 모든 문제를 안고 씨름해야 했기 때문이죠. 누군가 제가 지금 알고 있는 것들을 미리 알려줬다면, 지금보다는 편하게 홀로서는 행복을 배웠을 것입니다. 그래서 처음 시작하는 분들이 얼마나 막막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있습니다. 아주 멀리 앞서가고 있는 거대 쇼핑몰의 사장은 아니지만, 두어 걸음 먼저 가본 사람으로서 솔직하고 담담하게 준비했습니다. 잘난 사람 신사임당이 아닙니다. 진솔한 사람 신사임당으로서 제가 알고 있는 거의 모든 것을 담았습니다. 위대한 사람들만 갖는 것처럼 보였던, 월수입 천만 원을 넘기던 그 날의 기쁨을 여러분에게도 공유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