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씨의 어느 가을날>
아직 햇살의 따사로움을 야외에서 즐길 수 있는 가을날이었다.
J가 공원으로 나갔을 때 단풍은 화려하게 물들어 있었고 그녀는 산책을 하다 벤치게 걸터앉아 두 눈을 감았다. 단풍의 잔상이 남은 채로 찬 바람이 코를 스치고, 바람에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소리가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었다.
'자연을 즐기는 동안에 현실의 걱정을 잠시 잊을 수 있음은 참 감사한 일이지.'
그녀는 손에 들린 핫팩을 두 눈두덩이에 올려놓고 편안한 호흡으로 몸을 이완했다. 가만히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바람은 더 싸늘하게 다가왔고, 동시에 그와는 반대로 눈가의 온기는 점점 더 따뜻해져 갔다. 상반대는 두 감각을 즐기며 쉬는 그 순간이 너무나 평화로와서 그녀는 마치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한기가 꽤 들었는지 핫팩이 주는 온기에 의지하던 어느 순간 문득 그녀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손길을 떠올렸다. 그녀의 아버지의 손은 사계절 내내 따뜻했고 겨울엔 특히 난로 같았다. 아버지의 무릎에 기대어 누워서 나른하게 눈을 껌뻑껌뻑하고 있으면, 따순 손을 아이의 머리에 얹어 쓰다듬는 아버지의 손길이 이랬을까, 그녀는 아주 오랜만에 충만한 사랑을 마주했다. 그것이 꿈만 같은 일인 줄 알면서도 그녀 스스로가 사랑받는 존재였음을 떠올리며 미소 지었다.
반가운 마음도 잠시뿐 그리움에 그녀는 금세 서글퍼지고 말았다. 흔적도 남지 않는 그 온기를 부여잡는 것이 그저 자신의 상상이자 집착임을 인정하자 두 눈이 뜨끈해졌다. 이제 현실로 돌아가야 할 타이밍이었다. 그녀는 눈물이 가득한 상태로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눈 앞에 펼쳐진 알록달록한 단풍이 감각을 깨우며 상념에서 그녀를 꺼내었다.
그녀는 곧 벤치에서 일어나 손에서 온기가 떠나 다시 차가워진 손에 핫팩을 쥐고 길을 걸었다. 단풍이 가득한 공원에서 그녀는 눈부신 햇살을 마주하며 웃으며 카메라를 들었다. 아직은 조금 시린 눈을 하고 그녀가 바라보는 아름다운 순간을 담으려 애썼다.
'지금 이 순간도 그리워질지도 모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