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맥신 Feb 02. 2023

도대체 '안녕하세요'가 영어로 무엇?

번역사가 본 세상

'안녕하세요' 

영어로는 당연히 'hello' 혹은 'hi' 아니야?

라고 생각하고 이 글을 누르신 분들이 아마 많을 것이다. 

사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하염

처음 동시통역 수업을 들을 때 겪었던 일이다. 부스에 들어가서 이어폰을 끼고 처음 들은 말이 바로 '안녕하십니까?'였다. 실제 통역 현장은 아니었지만 부스에서 이어폰을 끼고 밖을 향해 목소리를 내보내는 게 흔히 할 수 있는 경험은 아니다 보니 적잖이 긴장도 했고 '안녕하십니까' 뒤로 통역해야 할 말은 수도꼭지 틀어 놓은 것처럼 이어졌다. 무슨 말이든 뱉어야 뒤에 말도 듣고 처리할 수 있는 상황에서 나한테서 튀어나온 말은... hi였다... 포멀한 환경에서 hello면 그나마 몰라도 hi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안녕하세요'를 쉽게 영어로 옮길 수 없는 이유는 한국말 '안녕하세요'도 사실 그때 그때 의미가 다르기 때문이다.


안녕(安寧)의 두 한자는 모두 '편안'이라는 의미이다. 즉, '안녕?'은 본래 '별 일 없이 잘 지내지?'라는 뜻이다. 이 사전적 의미대로 라면 '안녕?' '안녕하세요?'는 'hi'나 'hello'가 아니고 'how are you?'나 'how is it going?'이다.


그러나 우리는 사전의 뜻처럼 안녕의 여부를 묻기 위한 목적으로만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를 쓰지 않는다. 예를 들면 출근하면서 팀원이나 동료들에게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하는 것은 매일 보는 그들이 잘 지내고 있는지를 묻는 게 아니다. 이때 안녕하십니까는 별 뜻 없이 예를 갖춰 주의를 환기하는 것이다. 사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이 때는 안녕하십니까보다 좋은 아침입니다라는 표현을 쓰는 게 더 적절한 것 같다. 그래서인지 경우에 따라 '안녕하세요'에 대치되는 옳은 영어 표현은 good morning이다. 물론 시간에 따라 good afternoon이나 good evening을 써야 한다. 일본어로 안녕하세요를 '곤니찌와'라고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인 것 같다.


필자가 'hi'라고 해버렸던 연설의 상황(통역 연습 상황)을 다시 그려보자. 연설자가 연설을 하기 위해 연단에 선다. 그리고 많은 사람을 향해 '안녕하십니까?'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는 무탈한지 안녕 여부를 묻는 것일 수도 있지만 예를 갖춰 주의를 환기하는 제스처에 더 가깝고 특별한 의미가 있는 말인 것 같진 않다. 그래서 이런 상황에서도 회사 상황에서처럼 대게 안녕하십니까의 의미로 good morning/afternoon/evening을 쓴다. 그냥 별 뜻 없는 말이기 때문에 마음을 조금 담아서 '반갑습니다'라고 해도 될 것 같지만.. nice to meet you가 이어져 나온다면.. 반갑습니다를 두 번 해야 된다....

   

그렇다면 hi나 hello는 틀린 표현일까? 정말 안녕을 묻는 상황에서 쓴다면 틀리겠지만 hi나 hello도 위의 굿모닝류 표현들과 비슷하게 단어 자체가 갖는 특별한 의미는 없는 것 같다. 모두 주의를 환기하는 인사의 제스처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격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더 격 없이 hey, yo 혹은 내가 왔음을 알리는 아무 말이나 해도 된다.


언어의 세계는 참 어려운 것 같다. 안녕..히 계세요



작가의 이전글 특이점이 온 30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