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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신 Jul 31. 2023

두통에 관하여..

통번역사 일상 이야기

국내 인구의 80% 이상이 1년에 1회 이상 두통을 겪는다는 통계가 있다. 오늘은 7년째 사라지지 않고 사람 빡치게 하던 나의 친구 '두통'에 관한 이야기다.  


정확히 2017년 겨울이었다.


삼성 계열사에서 프로젝트 번역 업무를 할 때였는데 교통 수단이 마땅치 않아서 오산에서 기흥까지 대략 10킬로 정도 되는 거리를 자전거로 출퇴근했다. 춥긴 했다. 출근 직후에는 손가락이 얼어서 타자 쓰기가 힘들 정도였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자전거를 타고 출근을 했는데 오른쪽 머리가 싸했다. 정말이지 아직도 말로 묘사하기 힘든 느낌이다. 확실한  것은 지금까지 겪어 본 여러 두통들과는 확연하게 다르다는 것이었다. 숙취 때문이든 게임을 너무 오래 해서이든 타이레놀을 한 알 먹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금방 사라지던 것이 내가 알던 두통이었다.


바로 그날이 '고통 혹은 불편'이 하루가 지나도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날이다. 사실 내 두통은 '통증'이라고 부를 만큼 아프진 않다. 굳이 묘사하자면 아주 미세한 열감과 함께 손바닥을 오른쪽 머리에만 계속 올리고 있는 느낌이라고 해야 되나..?


처음에는 목이 의심스러워서 정형외과를 다니며 MRI도 찍어봤지만 결국 디스크도 아니라는데 애꿎은 목에만 물리치료를 엄청나게 받았고 이상한 주사도 맞을 뻔했는데 (무서워서) 참았다.


그렇게 그냥 계속 달고 살다가 거처도 변하고 서울에서 다른 프로젝트를 하던 어느 날 두통은 갑자기 씻은 듯이 사라졌다


(화창한 여름날 점심으로 오리백숙을 먹던 날이었는데 그날 기분이 너무 좋아서.. 이후로 오리 고기를 좋아하게 되었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머리를 지그시 누르는 듯한 느낌은 다시 살아났고 느낌 유무의 차이를 확연하게 느끼게 되면서 더 적극적으로 근본 원인을 찾아 나섰다.


병원

우선 뇌 검사(MRI/MRA)를 받았다. MRA 검사를 했을 때는 약간 부푼 부분이 있다는 소견을 들었지만 의사 선생님이 작은 용종처럼 대수롭지 않게 이야길 하셔서 뇌 자체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여겨 넘겼다.


또한 오른쪽 코로 숨이 잘 안 쉬어져서 그런가 하는 생각에 비중격 만곡증 수술을 받았고 오른쪽 치아 세 개에 신경치료를 받았다.. 그리고 오른쪽 눈에 생긴 다래끼를 두 번이나 쨌다. 글로 쓰고 보니까 분노의 집착인 것처럼 좀 무섭게 읽힐 것 같기도 한데, 흰머리도 오른쪽부터 나더니 왜 오른쪽만 먼저 늙어가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결국 병적인 원인을 찾지는 못했다.


운동

근 10년 이상 해 온 턱걸이 때문인가 하는 마음에 기간 별로 운동을 중단하고 추이를 보는 등의 노력도 했다. 

그렇다고 운동 부족을 의심하기에는.. '2017년 어느 출근 날' 자전거로 회사에 향할 때도 꽤 오랜 라이더였고 지금도 타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모든 질병의 원천이자 유주얼 서스펙트인 그놈 때문일까?


'스트레스'

주위에 두통에 관해 토로할 때면 가끔 '요즘 정신과 가는 게 잘못된 건 아니다'라는 반응이 돌아오곤 했다. 30대 때부터는 정말 부럽게 잘 나가는 친구들도 있고, 통번역대학원에 들인 돈/시간 대비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도 드는 등 솔직히 스트레스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진 않다. 


하지만, 누군가 내 머릿속에 들어와 나의 생각을 들여다본다면 부끄러울 정도로 나는 낙천적인 사람이다... 게다가 대학원 졸업 후 장밋빛 미래를 그리며 사회에 나오자마자 시작된 두통이다 보니 타이밍 차원에서도 스트레스가 합리적인 원인처럼 보이진 않는다.


최근 한 열흘쯤 전부터 그 지긋지긋한 두통이 갑자기 사라졌다. 


최근 삶에 변화?

엎드려 누워서 자면 등이 뒤로 펴져서 개시원하다는 걸 깨달았다는 것 정도와 한 2주째 엽산을 먹고 있다는 것 정도이다.


X같은 두통아 이제 제발 꺼져라..



추신

- 완전히 나았다고 볼 수는 없어서 이 이야기는 계속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당히 오랜 경험에서 나온 팁을 드리자면 정말로 의사가 권하는 것처럼 두통 일지를 기록해 보는 게 좋은 방법일 것 같다. (단순히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의심되는 원인을 소거해 나가면 좋지 않을까 싶다.)


- 여전히 가장 의심 가는 원인은 턱걸이/헬스 등으로 인한 견갑/능형근 쪽 결림이다. 여기서부터 목을 타고 올라오는 것 같다. 그래서 제대로 된 마사지를 받으면 '머리 깨끗한'날들이 찾아오곤 했으며 최근 한 2년은 어느 정도 완화 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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