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역하다 겪은 썰
어느 날 통역 중, 프링글스 '할아버지' 맥도날드 '광대' 같은 가상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런 가상의 친구들을 지칭할 때 우리가 자주 쓰는 영어 단어가 있다. 게임 'OOO', 이런 식으로 한국어처럼 자주 쓰는 단어이다.
바로..... 캐릭터이다.
'캐릭터라는 쉬운 단어가 잘못 쓰일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런데 이 단어는 오래전 우리나라의 영어 수준이 높지 않을 때부터 수입해 쓴 것이다 보니 남발되어 사용되어 왔고, 사용 빈도가 높은 만큼 정확한 뜻을 궁금해할 만한 기회도 많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영어로 대화 중 종종 혼동을 불러올 수도 있는 단어이다.
아니, 왜?
예를 들면 '비즈니스 차원에서 회사들이 사용하는 캐릭터'라고 한다면 우리는 무슨 뜻인지 이해하고 맥도날드의 광대나 캘로그의 호랑이 같은 가상 대상들을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저 말 그대로 영어로 'characters used by companies for their businesses'라고 한다거나 'company characters'라는표현을 한다면 영어권 사람들 대부분은 듣고 '뭔 소리지?'라고 생각할 것이다. 왜냐하면 영어권에서는 맥도날드 아저씨 같은 캐릭터를 두고 '마스코트'라는 표현을 쓰기 때문이다.
예로 든 것처럼 가상의 '대상'을 지칭할 때 남발되어 혼동을 불러올 수가 있는데 한편으로, 캐릭터라는 단어에 대한 우리의 이해의 폭이 부족해 문장이 이해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예전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정은에 대해 이야기하며 'he is a character'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다.
영미권 거주 경험 없이 이 표현을 알고 있다면 영어 공부 꽤나 한 사람일 듯싶다.
뜻은 확고한 개성이 있다는 뜻이다. '줏대가 있다'거나 하는 좋은 성격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고 약간 맛탱이가 갔다거나 하는 나쁜 의미가 될 수도 있다. 맥락에 따라 이해해야 하는 표현이다.
한국과 영미권 간 영어 회의를 하다 보면 오래전부터 한국어처럼 쓰던 '캐릭터'와 같은 단어가 회의를 늘어지게 하는 복병이 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시험을 위한 영어 공부를 하다 보니 단어를 머리에 때려 넣는 게 중요하지만... 그렇게 고생해서 넣은 단어 한 번이라도 실용적으로 써보려면 단어를 좀 곱씹어볼 필요도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