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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학하는 CEO Jun 06. 2021

운명 같은 만남, 화장품 해외영업

바닥에서 시작하다

2013년 자동차 해외영업에서 화장품 영업으로 산업 이동 

2013년 11월 초, 32살을 한 달여 앞두고 화장품 제조회사 해외영업팀으로 이직을 했다. 필자가 당시 입사했던 회사는 마스크팩을 주로 제조하고, 직원은 20여 명 정도에 연 매출 40억 규모의 작은 제조회사였다. 이전 직장보다 연봉도 낮춰야만 했고, 복지혜택은 거의 없는 수준이었지만 딱 한 가지, 그 한 가지가 마음에 들어 선택을 했다. 


그 당시 필자가 찾고 있던 회사는 기술력은 있지만, 영업력이 부족해서 성장 가능성이 큰 회사였다. 그런데 면접 당시 담당 이사님이 하신 말씀 때문에 바로 이직을 결정했다. 


바로, '성장성'


"마스크팩 시장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대부분의 제조 기업들은 1세대인 시트 마스크팩을 제조하고 있지만, 우리는 3세대인 바이오 셀룰로오스 마스크팩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성장 가능성은 무궁 무한합니다."


평생 마스크팩 이라곤 써본 적 없지만, 뉴스를 통해 마스크팩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회사는 2세대가 뭔지는 모르지만 그걸 건너뛰어 3세대를 생산하고 있다는 것이 아닌가? 이는 마치 테이프로 음악을 듣던 시절에 CD를 건너뛰어 바로 MP3로 넘어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고민하고 말게 없었다. 바로 찾던 회사였다. 


화장품 영업 경험은 없었지만 이전 직장에서 3년 동안 해외영업을 했던 것을 인정받아 대리 직급을 받았다. 하지만 정말 화장품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대리' 직급 조차 부담스러웠다. 


회사 적응보다 더 큰 문제는 화장품에 대해 정말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다. 대부분 남자들이 그러하듯 생일에 가족에게 받는 스킨로션 세트로 일 년을 버텼다. 여름에는 땀이 많이 나니까 스킨만 사용하고, 겨울엔 피부를 보호해야 할 것만 같아 스킨과 로션을 같이 쓰거나, 그마저도 귀찮을 땐 로션만 사용했다. 그러다 보니 항상 스킨이 부족했다. 부족하면 바르지 않으면 되니까 뭐 큰 문제는 아니었다. 

지금이야 전 세계 화장품 브랜드 기업, 화장품 원료, 제조 방법 등에 대해 많이 알고 있지만, 그 당시엔 정말 화장품에 대해 아무 지식도 없이 화장품 회사에 입사했던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무모했다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운명적인 만남은 이렇게 좀 말이 되지 않아야 감히 '운명'이라는 단어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화장품에 대한 지식, 정보, 인맥 네트워크가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필자의 화장품 회사 생활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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