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에 식물을 키워야 하는 이유
코로나 자택 격리가 해제된 지 이제 2주일이 다 되어 간다. 다행히 약간의 잔기침과 체력이 떨어진 것 정도를 제외하곤 심각한 후유증은 없다. 코로나 확진 증세 및 회복 후 증상은 개인차가 많기 때문에 최대한 조심하여 걸리지 않는 것이 좋다.
어떤 경험이든 새로운 경험은 사람의 인생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코로나 확진으로 인해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회로부터 격리를 당하는 경험을 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도 금고형 이상의 범죄를 짓거나 전파력이 강한 질병에 감염되지 않는 이상 '격리' 경험을 하지는 않을 것 같다. '격리'가 주는 강한 어감 때문인지 색다른 경험이 되었다. 뉴스를 보니, 코로나 누적 확진자수가 1,300만 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나뿐만 아니라 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첫 경험을 했으리라 생각한다.
코로나 유행 정도에 따라 바뀌지만, 현재는 코로나 확진이 되고 재택치료에 해당된다면 7일 동안 집안에만 있어야 한다.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곤 외출이 불가능하다. 몸이 많이 아프지만 않다면, 일주일 동안 집에서 요양을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이 기회에 그동안 지친 심신을 회복할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꼭 그렇지가 않다.
힘든 한 주를 보내고 있는 목요일 저녁, 내일 하루를 더 출근해야 한다는 게 믿기지 않을 때쯤, 다음 일주일 동안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게 든다. 이런 상황에서는 집에서 격리를 당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 의지에 의해서가 아닌 타의에 의해 강제적으로 외출을 하지 못하는 상황은 쉽게 받아들일 수가 없다. 반항하고 싶다. 오히려 더 나가고 싶다. 하지만 나의 외출은 타인에게 때론 심각한 피해를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외출하고 싶은 마음을 꾹 억누른다.
업무 특성상 굳이 사무실을 가지 않아도 될 때가 많다.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놓았기 때문에 격리 기간 동안 업무적으로 큰 불편함은 없었다. 확진이 되어 격리를 시작하면서도 평소와 다름없이 업무를 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셋째 날이 되면서부터 '외로움, 고독'이라 것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코로나 확진 시 나타나는 증상의 대부분이 나타났지만 심각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집에서 업무를 하는 데 불편함은 없었다. 하지만 셋째 날부터 '무기력증'이라는 불치병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급한 일만 처리하고, 대부분의 시간은 책상에 앉아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리며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바로 눈앞에 있는 키보드 타이핑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 줄 몰랐다. 마치 녹슬어 버려진 자전거처럼 머리와 손가락은 도저히 움직일 생각을 하질 않았다.
나의 뇌가 위기상황을 감지했는지 무언가를 하게 만들었다. 내 고개를 갑자기 책꽂이로 돌리게 만들었고, 그 수많은 책 중 '식물예찬'을 발견하게 만들었다. 이미 2 회독을 한 책이었기 때문에 큰 감흥은 없었고, 멍한 상태였기 때문에 책을 꺼내 읽는 둥 마는 둥 했다. 바로 그때, 페이지를 넘기던 중 유독 한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자연결핍'
책에서 예른 비욤달 박사는 우리 현대인들에게는 자연이 결핍되어 있기 때문에 두통,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무거운 느낌, 피로, 호흡기 자극 등의 증상들이 나타난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증상들은 특히 겨울에, 대체로 실내와 도시 환경에서, 건강한 녹색 식물을 보지 못하거나, 냄새 맡지 못하거나, 만질 수 없을 때, 우리 주변의 빛이 너무 약하거나 혹은 너무 밝을 때 나타난다고 한다.
우리는 이런 증상들이 나타날 때, 그저 일이 많아서, 업무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치부하기 쉽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업무 스트레스만이 원인은 아니며, 바로 우리 주변에 식물이 부족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한다.
우리 인류는 수백만 년 동안 자연에서 수렵채집을 하며 자연과 함께 살아왔다. 우리 몸은 자연 속에서 잘 살아가도록 적응되어 있다. 우리 유전자는 자연 속에서 살았던 우리 인류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1만 년 전, 농사를 본격적으로 짓기 시작하며 정주생활을 시작할 때도 우리는 자연 속에 있었다. 우리의 삶에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던 중 19세기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우리는 본격적으로 자연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도시에 모여 살기 시작했으며, 넘쳐나는 사람을 수용하기 위해 시멘트로 건물을 높이 짓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시멘트 구조물에서 생활을 하며 자연과 벽을 쌓고 살아간다.
우리의 몸은 정말 합리적인 시스템으로 움직인다. 생존에 꼭 필요한 것들이 부족할 때, '결핍'되었다는 신호를 보낸다. 나는 피곤하거나 비타민 결핍이 발생했을 때는 여지없이 입 병이 난다. 해외 출장 또는 해외여행을 할 때, 빵과 파스타, 피자 등 잦은 밀가루 섭취로 인해, '매운맛' 결핍이 되면 라면이나 김치가 생각난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고작 30여 년 밖에 살지 않은 나조차도 이렇게 결핍 증세가 나타나는 데, 수백 만년을 자연 속에서 살아온 우리 인류가 자연에서 멀어졌을 때, 그 결핍 증세가 나타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들은 '자연결핍'을 해소하기 위해 주말이면, 틈만 나면 산으로 바다로, 자연으로 나가는 것이다. 울창한 수목 사이로 떨어지는 햇빛을 받으며 한가로이 흙 길을 걸을 때, 우리는 편안함과 세상만사 모든 것으로부터 해방감을 느낀다. 그 자체가 힐링이 된다. 그 잠깐의 힐링이 우리의 일주일 삶의 원동력이 되어준다.
예름 비욤달 박사는 자연에서의 잠깐의 힐링도 좋지만 자연을 실내로 옮겨와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자연 결핍을 해소할 수 있다고 한다. 주말 동안 자연에서 힐링을 하고 집으로 돌아올 때 막히는 고속도로에서부터 이미 스트레스가 쌓이기 시작한다. 다음 날 출근 준비할 때, 흔히 월요병이라 부르는 불치병은 다시 그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비욤달 박사는 우리의 삶이 계속되는 실내에 자연을 옮겨와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실내에서 식물을 키우는 것의 효능 효과는 셀 수 없이 많다. 그중 요즘 현대인들이 주목하는 효과는 바로 실내 공기 정화일 것이다. 실내 공기 정화를 할 수 있는 식물들의 인기가 많아지고 있다. 실내에 식물을 키우면 좋다는 것은 아는 데 왜 식물을 키우지 못할까? 부담스러울 만큼 식물 구매 가격이 높은 것도 아니다. 다만, 식물을 키워보고 죽여본 경험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은 언제 줘야 하는지, 영양제는 언제 줘야 하는 지를 모르기 때문에, 죽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식물도 생명체이기 때문에 영생하진 않는다. 언젠가는 죽는다. 다만, 실외에서 땅 속에 뿌리를 박고, 햇빛을 보며 살아야 하는 식물이 화분에 갇혀 햇빛이 잘 들지 않는 실내에서 살아야 하기 때문에 수명이 짧은 것이다. 그러니 식물을 죽였다고, 너무 자책할 필요도 없고, 식물 키우기 어렵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우리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우리는 보다 많은 식물을 실내에서 키워야 한다.
다행히 식물 키우기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실내 생활시간이 길어지고 있고, 격리로부터 오는 우울감을 치유하기 위해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반려식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식물 키우기 어플들이 등장하여 식물 키우기를 쉽게 만들어 준다. 알람 기능을 활용하면 식물 물 주기는 이제 일도 아니다.
실내에 보다 많은 식물을 키워, 우리가 자연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다양한 혜택을 많이 받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