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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학하는 CEO May 15. 2022

사피엔스를 5번이나 읽은 이유

사피엔스 5번 읽은 오피엔스 이야기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이 책의 표지 전면에는 책을 통해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이 간결한 문장으로 친절하게 정리되어 있다. 이 문구는 7년 전에도 강렬했지만, 5회독을 마친 지금도 그 때의 강렬함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만 같다. 2016년에 1회독을 시작했고, 7년이 지난 2022년 드디어 사피엔스 5회독을 마쳤다.

7년 간 5회독을 함께 한 사피엔스책


어렸을 적부터 나는 역사에 관심이 많았다. 2016년 그 당시 사피엔스는 역사 분야 베스트셀러로 꽤 유명한 책이었기 때문에, 꼭 읽어야만 했던 책이었다. 독서 지구력이 지금과 같지 않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6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분량은 상당히 도전적이었다. 그래서 책을 사놓고 쉽게 독서를 시작할 수 없었다. 책상 위에 놓여진 사피엔스를 보며 여러번의 마음의 준비를 한 끝에, 드디어 1회독을 시작했다. 어렵게 시작했지만 글을 유려하게 잘 썼기 때문에 1회독을 마치는 데는 약 2주간의 시간이 걸렸다.  



충격의 연속!

사피엔스를 읽는 내내, 여러 의미로 정말로 많은 충격을 받았다. 학창 시절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 한국사, 세계사였을 정도로 역사를 좋아했고, 성인이 되어서도 즐겨읽었던 독서 분야 중의 하나가 역사였다. 역사에 대해선 어느 정도 잘 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얼마나 역사에 대해 무지한가를 깨닫게 되었다.


내가 알고 있던 것들은, 글자가 만들어져 기록으로 남겨진 역사 시대 이후의 이야기들 중 극히 일부만 피상적으로 알았을 뿐이었다. 기록으로 남겨진 것 만이 인류의 역사는 아닌 데, 그 길고 긴 인류의 역사 중 그저 극히 일부분만 알고 있던 것이었다. 특히 인류의 역사 중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선사 시대에 대해선 배경지식이 거의 없었다. 호모 사피엔스니, 오스트랄로 피테쿠스니 하는 고인류에 대한 얄팍한 지식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업데이트 것이 없었고, 딱 그 정도의 배경지식으로 이 책을 접했던 것이다.



1회독을 하는 내내 입을 다물지 못하고 책을 읽었다.

'어떻게 저자는 이런 깊은 역사 지식을 갖고, 인류사를 꿰뚫어보는 통찰력을 갖게 되었을까?'

'250만년에 걸친 이런 놀라운 이야기를,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도록 글을 쓸 수 있었을까?' 등 작가에 대한 놀라움이었다. 작가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은 1회독을 마친 뒤, 작가의 다른 책으로 관심이 옮겨갔다.

'호모데우스',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초예측', '극한의 경험' 등 작가의 다른 책들도 완독을 했다. 비록 사피엔스만큼의 충격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대단한 작가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다.


사실 사피엔스 1회독을 마쳤을 그 때 당시는, 이 책을 다시 읽게 되리라고는 생각조차하지 못했다. 정독을 했기 때문에 책 내용을 이해했다고 생각했고, 엄청난 분량의 책을 다시 읽기엔 시간도 없었다. 또한 다른 책도 읽어야 했다. 하지만 정확히 1년 뒤, 다시 이 책을 집어들었다.





사피엔스 1회독을 끝낸 뒤,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선사 시대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는 것과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역사를 지엽적으로 바라보는 것에서 벗어나, 한 발 뒤로 물러나 객관화시킨 뒤, 넓게 바라볼 수 있는 눈이 생기기 시작했다. 역사를 보다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사피엔스 책처럼 역사를 넓게 조망할 수 있는 책을 읽으면서, 관심있는 시대에 실제로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병행해 읽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조선왕조실록과 태조 이성계 위인전을 함께 읽는 식이었다.  


이렇게 역사책을 읽어가니 역사 블럭쌓기를 하는 느낌이 들었다. 사피엔스와 같은 책을 읽으며 인류의 역사라는 거대한 블록의 도면을 스케치 해놓고, 과거의 인물, 특정 상황에 대한 책을 읽으며 블록을 하나하나씩 쌓기 시작했다. 블록이 맞춰지며 도면이 점점 그림이 되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역사 블록을 완성하기는 아직도 한 참 멀었지만, 역사를 바라보는 나만의 관점이 생기기 시작했다.



과학책 도전

역사에 대한 관심 이외에도 평소에 관심이 없었던 과학 분야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사피엔스를 완독했다는 자신감에서인지, 그 다음 도전했던 분야는 바로 과학의 바이블과 같은 '코스모스'였다. 평소 과학 분야의 책을 즐겨읽지 않았기 때문에 사피엔스보다 읽는 속도도 느렸고,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많았다. 이해가 안되는 부분은 굳이 이해를 하지 않고 넘겨가며 결국 완독을 했다.


그렇게 완독을 하고 나니, 과학에 대한 관심이 증가해 열역학 법칙, 상대성 이론 등 기존엔 엄두를 내지 못했던 분야에 대해 도전할 수 있었다. 관련 책들을 읽어가며 지식과 관심을 동시에 늘릴 수 있었다. 그렇게 브런치에 엔트로피에 대한 글도 쓸 수 있었다.

https://brunch.co.kr/@idh1008/46


역사에 대한 보다 많은 관심

사피엔스로부터 다시 시작된 인류 역사에 대한 관심은 한국사, 인류사, 세계사 등 다양한 분야의 역사책을 읽게 만들었다. 하지만 나에게 맞는 책을 찾지 못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책을 읽고 나면 무언가 조금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그런 아쉬움이 쌓여 역사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 질 때쯤, 눈에 들어온 것은 다시 사피엔스였다. 그저 훑어보려고 책을 집어들었는 데, 그만 빠져들어 그렇게 2회독을 시작했다.


그동안 배경지식이 늘어서 그런지 1회독에 비해 2회독은 읽는 속도가 빨라졌다. 속도만 빨라진 것이 아니라 1회독 때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았던 부분들도 2회독 때는 이해되는 부분이 많았다. 1회독 때에 비해 보다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작가와 대화를 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더라도 작가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다. 그렇게 2회독이 끝나고 1회독을 마쳤을 때 처럼 다시 다른 역사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다른 역사책들을 읽어가며, 결국엔 다시 사피엔스를 읽고 있었다. 이렇게 3회독, 4회독을 거쳐 이번 5회독까지 완료를 했다.





같은 책, 같은 사람이라도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같은 책이라도 책을 읽는 사람, 그 사람의 상황, 배경지식 등에 의해 깨닫는 것은 제각각이다. 나 또한 2016년 1회독을 했을 때부터, 5회독을 완료할 때까지 매번 나라는 사람은 똑같았지만, 그 당시 상황, 배경지식, 하고 있는 업무, 지위 등 많은 것들이 달랐다. 사람들이 물질의 노예가 되는 단계를 설명한 부분을 읽고 매 회독마다 기록을 남긴 것들을 보니, 5번이나 읽을만한 가치가 있음을 느꼈다.



인류가 수렵채집생활을 포기하고 농경생활을 시작하며 꿈꿨던 안락한 생활이 허상이었음을 알게 되었을 때 왜 농경을 포기하지 못했는가에 대한 부분에서 나는 매 회독마다 느낀점들이 조금씩 다르기도, 한 편으론 일관되기도 했다.

 

첫번 째로 책을 읽었을 당시, '미니멀 라이프' 삶의 방식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2015년 당시 '단순하게 살기 시작했다'라는 책을 읽기 시작한 뒤 미니멀 라이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농경생활을 포기하지 못한 사피엔스를 보며, 미니멀하게 살아야 하는 이유를 깨달았다. 그렇다고 극도의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진 않았다. 되도록 소유에 집착하지 않는 삶을 살고자 했다.


2회독과 3회독 때는 그 마음을 다시금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4회독은 작년에 했는 데, 사업을 준비하며 읽었다. 그런 상황에서 읽어서 인지 상당히 많은 고민을 했던 시기였다.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하는가?'vs'더 늦기 전에 내 사업을 시작해야 하는가?'


책에 적어 놓은 메모에 그 고민에 대한 해답이 적혀있었다. '언제든 정리가 쉬워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 세상이 만들어 놓은 덫에 내발로 기어들어가지 말자'라고 적었다. 그당시 직장에서는 본부장/이사 직급으로 업무를 했기 때문에 적지 않은 연봉, 법인카드, 업무용 차량 지급 등 충분히 회사에 길들여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매번 책에 적었던 그 문장들은 길들여지는 삶으로의 선택을 하지 않는 결정을 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고 생각한다.



나의 생각, 메모 한 줄, 말 한 마디의 위력

책을 읽다가 여백에 적은 몇 자 때문에 인생에서의 중요한 선택을 쉽게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메모들은 그 때 당시, 나의 생각이었고,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적었던 것이다. 또한 매년 그 방향성을 확인했기 때문에 가고자 하는 방향대로 꿋꿋이 나아갈 수 있었던 것 같다.


7년 동안 5회독을 하며, 같은 문장을 5번 읽으며, 그 때 느꼈던 것들을 메모했던 5문장을 보며, 감회가 새로웠다. 좋은 일도 많았지만, 걱정도 많았고, 두렵기도 했다. 내가 스스로 만든 지도와 나침반만으로 이 거친 바다 위를 항해하고 있기 때문에, 누군가 나에게 방향에 대해 조언으르 해줄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내가 제대로 잘 가고 있는지... 얼만큼 가고 있는지...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몰라 두려웠고, 험한 파도에 휩쓸렸을 때는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누가 등 떠밀어 하라고 하지도 않았고, 내가 만든 지도와 나침반으로 항해를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책임도 내가 져야만 한다. 그런 상황에서 가고자 하는 길에서 벗어나지 않고 변치 않는 마음으로 꾸준히 나아가고 있는 항해를 하고 있는 내 자신이 보였다. 


내가 뱉은 말 한마디, 어딘가에 적어 놓은 글 한문장, 별 것 아니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쌓인 것들은 나를 이루고 선택과 행동을 해야하는 순간에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래서 책을 많이 읽어야 하고, 책을 읽었으면 꼭 기록으로 남겨놔야 한다. 생각했던 내용을 기록으로 남기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고, 그러면서 더 뇌리에 남게하기 때문이다.


사피엔스를 통해 인생의 방향 점검하는 오피엔스

인생은 우연의 연속이듯, 사피엔스 5회독은 계획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같은 책이지만 매번 읽을 때마다 새로운 발견을 했기 때문에 5번이나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새로운 발견을 함과 동시에 기존 생각에 대한 점검을 하기도 했다. 사피엔스를 통해 나의 인생의 방향을 점검하고 있었다. 그 방향은 계속 확인하고 점검해줘야 한다. 그래서 앞으로도 6회독, 7회독... 계속 읽어나갈 것 같다. (오피엔스: 사피엔스를 다섯 번 읽은 사피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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