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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상인 Nov 19. 2021

발상의 전환!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누구나 발상의 전환을 느끼고 싶어 한다. 하지만 모두가 발상의 전환을 만들어내진 않는다. 아니 어떻게 보면 발상을 전환할 용기가 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발상의 전환이라는 건 무언가 딱 들었을 때, '오 획기적인데?', '오 그런 생각을 한다고?' 하게 된다. 문제는 발상의 전환이라는 것은 언제나 '일이 이루어지고 난 뒤'에 감탄이 나오게 된다. 또 이 발상의 전환을 하기 위해 '발상을 전환해야지!'한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기 때문에 발상의 전환이라는 게 참으로 어렵지 않나 돌아보게 된다. 하지만 가만히 보면 발상의 전환이라는 건 그리 어렵지만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로마의 코리올라누스의 이야기를 통해 발상의 전환을 논해보고자 한다.


평민의 권리가 오르기 시작한 일은 호민관이라는 작은 변화에서 시작되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조금은 빠르게 평민의 권리가 더욱 올라가는 사건이 있었다. 농사를 짓는 평민들이 전쟁을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평민의 생계도 생계이지만 애초에 국가의 식량 자체가 똑떨어져 버리게 생겼다. 이에 집정관은 멀리 시칠리아 섬에서 식량을 조달 받기로 했다. 이때, 국민들에게 판매할 식량의 값을 정하는데, 코리올라누스라는 사람이 평민들의 뜻을 거부하고 제값으로 쌀을 받겠다고 했다. 평민들은 당연히 고생한 대가로 쌀을 저렴하게 구매하고 싶어 했다. 결국, 화가 난 평민들은 코리올라누스에게 반기를 들었다. 여기서 잠깐 코리올라누스가 어떤 사람인지 살펴보자. 그는 주변국 중 하나인 '볼스키인'의 도시 중 하나인 '코리올라'라는 곳을 빼앗은 로마의 장군이다. 그 마을 이름을 따서 그를 '코리올라누스'라고 불렀다 한다. 평민들이 들고일어나자 코리올라누스는 로마를 떠나 볼스키인에게 망명한다. 자신이 짓밟은 나라에 가서 자신을 살려달라고 했다. 결국, 로마의 전술, 전략, 지형 등을 잘 아는 장군이 하루아침에 적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볼스키인들이 잃어버린 마을들을 모두 되찾고 심지어 로마의 코앞까지 들이닥치게 되었다. 큰 위협을 느낀 로마는 시급히 코리올라누스의 어머니와 부인을 찾아가 전쟁을 막아달라고 사정을 한다. 결국 어머니는 코리올라누스에게 가서 '로마를 공격하는 사람을 내 아들로 여길 수 없다!'라고 하니. 코리올라누스도 군대를 돌렸다. 가족 앞에서는 장사 없다.


이 일화를 들으면 우선 '베풂'이라는 단어가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도 국가적으로는 경제적인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비단 돈을 뿌려댄다고 좋은 일이 아니다. 시장에 화폐가 넘쳐나면 인플레이션이 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대 로마 시대에는 지금 당장 사람이 아사 직전까지 갔고 또 그런 이유가 국가를 위해 전쟁을 나간 일이니. 이는 충분히 배려 받아야 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일화를 보면서 코리올라누스의 역발상에 큰 혜안을 얻는다.


삼국지에서는 조금 더 기묘한 인물이 하나 나온다. 주군을 한두 번 바꾸는 인물을 삼국지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이 사람은 주군을 다섯 번 넘게 바꾸었다. 바로 '가후'다. 그중 가장 재밌는 일이 바로 완성 사건이다. 완성의 성주는 '장수'였다. 그 밑에서 가후가 있었는데, 어느 날 조조가 완성에 쳐들어 오자, 가후의 의견에 따라 그냥 투항했다. 그렇게 조조의 축하 연회를 베푸는 와중에 미망인이 된 가후의 형수를 보게 되었다. 조조에겐 조금 특이한 취향이 있는데, 바로 '유부녀'라고 하면 사족을 못 쓴다. 결국 두 사람은 바람이 났고 이에 장수는 크게 분노한다. 그래도 장수라는 사람도 대단한 게, 감정적으로 그렇게 화가 났는데 가후에게 가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어봤다. 인내심이 대단하다. 어쨌든 가후는 이에 대해 계책을 알려주었고 조조군은 대패하여 돌아갔다. 그렇게 돌아가는 길에 장수가 추격을 하려 하자. 가후는 절대 가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말을 듣지 않고 추격을 했다가 패배하고 돌아온다. 그런데 이번엔 가후가 오자마자 '빨리 다시 추격병을 보내십시오'라 한다. 왜 그런 고 하니, 처음엔 당연히 추격병이 올 것이기에 방비를 잘 했을 거다. 그래서 가지 말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겨서 추격병이 다시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할 테니 지금이 조조를 없앨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뭐, 결국 장수는 다시 추격을 안 했다나. 근데 이 완성 전투가 그저 그런 대패가 아니라 조조의 근위 장군 전위와 큰아들 조앙을 잃었다. 그런 가후가 나중에는 결국 '조조'밑으로 들어가게 된다. 자신의 아들을 죽인 사람을 등용할 줄 아는 조조의 넓은 아량에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조조의 또 다른 별명이 '인재 성애자'인가 보다.


이 두 가지 고사를 쭉 듣고 있으면, 무언가 탁하고 한 가지 공통점을 만나게 되는 거 같다. 그저 '누구나 다 생각할 법한 A에 대한 정반대를 생각해 보라'가 발상의 전환의 시작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조금 어렵게 이야기해보자면, 일종의 변증법이라 볼 수 있다. 변증법은 '정'이라는 한 주제에 '반'이라는 반대되는 의견을 제시하고 이 두 가지 고민 끝에 새롭게 도출되는 답을 '합'이라고 한다. 즉, 새로운 발상의 전환이라는 건 이런 정반합을 통해 이루어지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다.


Claude Monet - Water Lily

모네가 인상주의 화가이지만,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화가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만의 화풍을 가져가면서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그림의 화풍을 잘 버무렸기 때문이다. 즉, 사람들이 좋아하는 화풍을 '정'이라고 보고 자신만의 화풍을 '반'이라고 했을 때, 이 두 정과 반의 오묘한 조합이 바로 '합'이라는 변증법적인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고 본다.


사실 내가 항상 쓰고있는 이 '로마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그냥 딱딱한 역사를 글로 나열하는게 아니라, 나의 경험담과 나의 생각을 담아서 쓴다. 즉, 로마의 역사가 정이라면, 내 생각은 반이고 이 둘의 절묘한 조합이 바로 합으로 역사 에세이가 되었다. 꼭 이 방법만이 정답이다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내가 자주 애용하는 방법이다.


지금 혹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면, 변증법을 통해 새로운 길을 개척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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