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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상인 Nov 22. 2021

짓밟혀도 내 길을 밀고 나가는 로마인과 한민족의 지혜

밟아도 뿌리 뻗는 잔디 풀처럼

시들어도 다시 피는 무궁화처럼

끈질기게 지켜온 아침의 나라

옛날 옛적 조상들은 큰 나라 세웠지

우리도 꿈을 키워 하나로 뭉쳐

힘세고 튼튼한 나라 만드세


군가 - 아리랑 겨레






그렇게도 군대에서는 외우기 싫고 힘들었던 군가인데, 문득 오늘 아침에 일어나 보니 머릿속에 쓱 하고 지나갔다. 그간 로마를 공부하면서 우리 역사도 많이 언급해왔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나는 우리 역사에 오점을 특히나 많이 언급해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역사의 오점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 않았다. 생각보다 많은 민족이 역사 속에서 자취를 감추었던 것에 반해 우리는 역사 속에서 꿋꿋이 살아남은 이유는 무엇일까? 또 그런 역사를 통해서 한 사람의 개인이 배울 점은 무엇일까?


 그렇게 초토화된 로마를 카밀루스가 다시 재건했다. 다시 강력해진 로마는 이제 남쪽으로 눈을 돌렸다. 로마보다는 남쪽에 살던 삼니움인들 과의 전쟁이 일어나게 되었다. 그런데 로마는 평지 전투에 능했고 반대로 삼니움인들은 산악지형에 살다 보니 산악 전투에 능했다. 결국 서로 잘 하는 곳에서 싸우려 하니 서로 눈치만 보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 로마는 삼니움인들이 평지 쪽을 쳐들어 간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바로 로마인들은 이때가 기회다 싶어 바로 그곳으로 향해 쳐들어 갔다. 문제는 이 평지를 가려면 좁다란 협곡을 지나가야 했다. 사실 삼니움인들이 거짓 정보를 흘려 로마군을 이 협곡에 가두는 계략을 쓴 것이었다. 협곡에 갇힌 로마인은 이도 저도 하지를 못 하게 되었다. 또 삼니움인들도 협곡에 가둬둘 뿐 먼저 싸우려 들지 않았다. 하지만 협곡에 갇힌 로마에게 가장 큰 적은 삼니움인이 아니라 굶주림이었다. 아무리 강한 군대도 식량 앞에서는 무릎을 꿇는다. 삼국지에서도 식량 보급을 끊는 계책이 다양하게 나온다. 그만큼 전쟁에서 식량이라는 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상황이니 로마인도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이 되어 삼니움인의 협상 조건에 무조건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삼니움인의 조건은 식민지 포기, 강화조약, 로마군의 명예 실추였다. 동양에서는 다리 사이로 지나가라는 게 치욕적인 일이지만 당시 이탈리아에서는 창 세 개로 림보 하듯이 창을 세우고 그 아래로 기어 지나가는 게 치욕적이라고 한다. 갑옷을 모두 벗고 그 창 림보 밑으로 기어나가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리비우스에 따르면 로마인들이 그 치욕에 울부짖었다 한다. 거기다 앞서 말한 식민지 포기와 강화조약에 대한 담보로 포로 600명을 인질로 잡아두었다. 그렇게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승낙하고 인질을 돌려받은 걸로 리비우스는 추측한다. 뭐 어쨌든 그렇게 돌아간 로마인에게는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엄청난 무기가 있었다. 첫 번째 무기는 '천천히'였고 두 번째 무기는 '착실히'였다. 갈리아인에게 로마가 초토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로마인 특유의 천천히 그리고 착실히라는 이념으로 다시 재건한 로마인들이다. 그들은 실패에서 좌절하지 않고 실패와 실수를 통해 배우고 다시 도전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렇게 다시 삼니움 인과 전쟁을 하여 승리하게 되었고 이제 로마는 명실상부 이탈리아반도의 최강자로 군림하게 된다.

폴 고갱 -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무엇이며? 어디로 가는가?

 우리 역사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다. 바로 병자호란이다. 영화 남한산성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우리 왕인 인조가 청나라군을 피해 남한산성에서 수성을 했다. 그런데 희한하게 청나라군은 쳐들어 오지 않고 포위만 했다. 우리 조선군이 무서워하는 건 이제 더 이상 청나라가 아니라 굶주림으로 바뀌자. 강화조약을 맺게 된다. 그런데 로마인들이 림보를 기어 지나가듯, 조선의 왕 인조도 삼전도에서 삼보배고구두례를 했다. 즉 머리가 땅에 닿을 정도로 세 번 절하는 것을 세 번 반복한다는 의미다. 근데 그냥 땅에 닿는 게 아니라 소리가 쩌렁쩌렁 울리도록 머리를 박았다 한다. 


 역사는 지나갔고 치욕스러운 일도 모두 지나갔다. 이를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연세대학교 명예 교수이신 김동길 교수님의 말씀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모 토론회에 나오셨을 때, 사회자가 이렇게 질문했다. "지금 나라의 존망의 기로에 서있는 시점이라 할 정도로 시국이 참 어렵습니다. 교수님은 앞으로 대한민국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그러자 김동길 교수님께서는 "우리는 언제나 나라의 급박한 위기 속에서도 끝까지 살아남았습니다. 역사를 보세요. 우리는 분명히 길을 찾아낼 것입니다." 나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아무리 원종이 원나라에게 머리를 조아렸어도, 아무리 인조가 청나라에게 머리를 조아렸어도, 아무리 고종이 일본에 나라를 빼앗겼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떻게든 살아남았다.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드라마 꽃들의 전쟁 中 인조 역의 이덕화

 역사는 역사이고 이제 한 사람의 개인으로 와서 이 논제를 정리해 보자. 첫째로 로마인의 천천히 그리고 착실하게를 배울 필요가 있다. 언제나 위기나 고난과 시련이 오는 이유는 너무 조급하게 모든 일을 처리하려다 보니 오게 된 경우가 많다. 결국 우리가 무엇인가를 해내기 위해서는 착실히 하루하루에 소중함에 감사하며 전진하는 수밖에 없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나의 페이스에 맞추어 한 걸음씩 전진하자. 둘째로는 포기하지 말자. 우리가 아무리 힘들고 괴로운 시절에도 독립운동하시는 선생님들은 그 고통 속에서도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그랬기에 우리가 이 땅에 두발을 디디고 서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셋째로는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 로마인들은 언제나 성공보다 실패와 실수에 대한 기억을 절대 잊지 않았다 한다. 결국 그 실패와 실수를 통해 배운 점을 잊지 않고 다음에 다시 적용하여 발전했다는 의미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 또 실패한 사람만이 성공할 수 있다. 그러니 실패했다고 좌절하거나 자신을 부정적으로 평가하지 말고 실패를 통해서 앞으로 어떤 것을 배워야 할지 고민해 보는 게 내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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