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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상인 Nov 22. 2021

사람을 이끄는 최고의  리더십은 무엇일까?

로마형 리더와 카르타고형 리더

한 때,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가 우후죽순 흘러나오던 시절이 있었다. 책 제목도 다양했다. 이건희 리더십, 이기는 리더십, 지는 리더십이니, 뭐니. 리더십이 들어갈 수 있는 제목은 다 나온 거 같다. 어쨌든, 리더십 하면 뭔가 정주영 회장이나 스티브 잡스처럼 카리스마 있는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마지 절대 군주 시절의 아주 강력한 왕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진정한 카리스마는 '나 카리스마 있어!'라고 소리칠 때, 나오지 않는다. 또 카리스마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최고의 리더십일까? 오늘은 로마가 이탈리아를 통일하고 시칠리아 섬으로 세력을 확장해가는 이야기를 통해 '리더십'을 고찰해보고자 한다.


 그렇게 이탈리아 반도를 손에 넣은 로마는 이제 이탈리아 반도가 아니라 더 넓은 지중해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물론 이탈리아를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무력으로만 통일한 것은 아니었다. 라틴동맹이라는 조금은 이해 어려운 방법으로도 통일을 해냈다. 하지만 로마는 이 라틴동맹으로 인해 단단한 이탈리아를 통일하게 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보통은 전쟁에서 승리하면 그 지역 주민을 노예로 부리는데 로마는 똑같은 시민으로 대우해주었다. 동맹국 시민으로. 하지만 로마 시민과는 구별했다. 차별이 아니라 구별. 이는 어찌 보면 학연 연, 지연, 혈연 등으로 점철된 대한민국에 크게 시사하는 부분이라 본다. 또 세계적으로 남녀 갈등, 인종갈등이 많은데 이 시절의 로마로부터 '차별'과 '구별'에 대해서 배워 보는 건 어떨까? 싶다.


어쨌든 이탈리아 남서쪽에는 큰 섬이 하나 있는데, 이 섬 이름이 바로 '시칠리아'다. 우리나라로 치면 제주도라고나 할까? 또 시칠리아가 유명한 건 영화 대부의 주인공인 마이클 꼴리오네의 아버지 비토 꼴리오네의 고향으로도 유명하다. 시칠리아 마피아라고 하면 알아준다고나 할까. 그런데 이 섬은 이탈리아 반도와 매우 가까이 붙어 있다. 어쨌든 배를 타고 건너가야 하지만 그래도 가가운 편이다. 얼마나 가까우면 로마 때부터 지금까지도 다리로 연결하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이니 말이다.

1차 포에니 전쟁 이전의 시칠리아섬의 세력 구도

 어쨌든 이 시칠리아 섬에서 세 국가가 공존하고 있었다. 섬을 동서로 뚝 잘라 서쪽에는 지중해의 패권을 장악하는 카르타고. 동쪽 땅 중에서도 남북을 뚝 잘라 북쪽은 메시나가 남쪽은 시라쿠사가 있었다. 그중 메시나는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이탈리아와 마주 보고 있었다. 어쨌든 이제 카르타고와 로마 사이에서 어느 쪽과 동맹을 맺어야 할지가 난감해진 메시나는 회의를 통해 로마와 손을 잡기로 했다. 이윽고 시칠리아 섬에 있는 카르타고로부터 보호해달라 요청해왔다. 두 국가의 숨 막히는 전쟁인 포에니 전쟁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그렇게 메시나의 요청을 받고 시칠리아에 들어간 로마는 바로 남쪽의 시라쿠사를 공격한다. 역시 육지전이라 그런지 승리를 거머쥔 로마였다. 이 기세를 몰아 서쪽의 카르타고군도 무찔러 버렸다. 역시 육지전은 당시 로마가 최고였다. 하지만 현재 시칠리아 섬은 3파전이다. 아무리 혼자 강하다고 해도 2개의 적국이 손을 잡고 대항한다면, 어려운 상황에 갇히게 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시라쿠사는 카르타고가 아닌 로마와 동맹을 맺는다. 그렇게 시칠리아섬은 동서로 분열되어 카르타고와 로마 동맹의 전쟁으로 치닫게 되었다. 로마 입장에서 보면 다행이고 카르타고 입장에서 보면 불행이지만 시라쿠사의 입장으로서는 당연히 로마와 동맹을 맺을 수밖에 없었다. 로마는 당시 속주라 불리는 식민지가 없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각국이 동등한 권리를 갖는 '라틴동맹'이었다. 게다가 그 맹주가 '로마'였을 뿐인데, 맹주인 로마는 다른 가맹국을 보호해줄 의무를 가지고 있었다. 로마는 전쟁에서 승리하여 상대국가를 흡수할 때도 이 방법을 사용했다.

 시라쿠사도 마찬가지였다. 역시나 로마와의 동맹 조건을 들어보니 자치권을 유지해주는 조건이 있었다. 게다가 풍부한 곡창 지대인 시라쿠사는 국제 밀 판매권의 우선권을 로마에게 돌리면 그만이었을 뿐이었다. 조공을 바치는 것도 아니고 우선권을 제공할 뿐이었다. 동등한 조건의 계약을 해주니 시라쿠사 입장에서도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반면에 카르타고는 그렇지 않았다. 1차 포에니 전쟁에서 패전한 장수들의 목을 베어 버릴 정도로 가차 없었다. 하지만 로마는 전쟁에서 패배한 장수를 더 우대해준다. 그 이유가 정말 멋지다.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 교훈으로 더욱 성장한 사람을 죽일 수 없다는 생각이었단다. 그렇게 시라쿠사는 한 번의 전투를 끝으로 로마와 손을 잡고 시칠리아섬은 동서로 양분되어 카르타고와 로마의 전쟁으로 치닫게 된다. 역사적인 포에니 전쟁의 시작이다.


Caspar David Friedrich - Wanderer above the Sea of Fog

 우리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전쟁에서 패배한 장군을 죽이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로마는 그렇지 않았다. 실패에 관대했다. 요즘 실리콘밸리형 인간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신입사원을 뽑을 때, 얼마나 많은 실패를 해보았는가?를 기준으로 뽑는 풍조가 돌고 있다고 한다. 이를 빗대어 '실리콘밸리형 인간'이라고 이야기한다고 한다. 아마도 실리콘밸리는 이 고대 로마의 실패로부터의 교훈이 가진 힘을 알았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하지만 이는 역사 속에서만 먹히는 이야기가 절대 아니다. 현대로 와서 우리가 다니는 직장으로 이야기해보자. 만약 당신의 작은 실수에도 크게 나무라는 사장과 그럴 수 있다며 나를 응원해주고 지지해주는 사장 중에 어떤 사장과 일을 하고 싶은가? 당연히 후자이다. 또 그렇게 작은 응원을 해주는 사장님에게 보답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일할 가능성도 있다. 다시 말해, 관대한 로마형 사장님과 무자비한 카르타고 사장님의 리더십이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기 때문에 진정한 문제는 내가 직원이 었을 때가 아니다. 내가 사장이 되었을 때이다. 혹은 리더일 때도 마찬가지다. 리더나 사장의 역할은 라틴연합의 로마가 '맹주'인 것과 같은 의미다. 가맹국의 안전을 지켜주면서도 함께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로마처럼 관대함을 가져야 한다. 이것이 바로 로마형 리더십이다. 하지만 사장이라는 건 무엇인가? 내 돈을 들여서 사업을 하던 대출을 받아서 하던 피 같은 돈이 들어간다. 사업을 해보신 분은 알겠지만 내가 시급 주는 알바생이 놀고 있으면 그것만큼 피 말리는 일이 없다. 어떻게든 청소라도 시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올라오는데, 막상 말하려니 말이 나오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내가 그 알바생이었으니까. 그러면서 자기가 알바생일때의 모습과 지금 내 알바생의 모습을 보며 참다 참다 '라떼는 말이야'를 시작한다. '라떼' 시전 하는 것은 카르타고가 패전한 장군의 목을 치는 것과 다름이 없다. 패전한 장군의 목을 치면, 어떻겠는가? 누구나 질까 봐 겁나서 전쟁에 나가길 꺼려하게 된다. '라떼'를 들은 직원의 입장이 그렇다. 어차피 잘해도 당연한 것이고 못 하면 라떼를 들을 뿐이다. 이것이 바로 카르타고형 리더십이다. 만들어진 카리스마. 그런데 반대로 사장의 '라떼'를 칭찬해준 상사가 '로마형 사장님'이었을 수도 있다. 그렇게 사장의 라떼가 만들어진 건 아닐까?


 리더도 마찬가지다. 어떠한 모임을 운영한다는 건 정말 지치고 힘이 들어간다. 가장 골 머리를 썩는 건 모임원의 참여율이다. 결국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이런저런 규율과 규제를 만들게 된다. 그러나 이런 규율과 규제는 결국, 가르타고식 리더가 될 뿐이다. 로마적 리더라면, 시라쿠사에게 자치권을 주었던 것처럼 모임원의 참여에 대해 자유를 줄 수 있어야 한다. 그 자유 속에서도 이 모임에 적극적을 참여할 수 있게끔 모임을 더욱 값지고 아름답게 만들면 된다.


 그렇다면 관대함이 필요하다는 건 알았지만, 도대체 관대함은 어디서부터 오는 것일까? '실패'에서 온다. 실패와 실수를 많이 해본 사람이 결국 자신의 직원들의 실수와 실패에 관대해지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믿음이다. 실수나 실패를 통해서도 배울 게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실패와 믿음을 바탕으로 한 관대함이 있었기 때문에 '맹주'인 로마가 이탈리아 반도를 사실상 통일하고 더 나아가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를 차지하는 거대한 제국으로 성장하는 건 아니었을까?


만약 여러분이 어디에서 이든 '리더'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면, 지금 내가 카르타고형 리더인지? 로마형 리더인지 돌아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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