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상인 Nov 23. 2021

대단한 사람들만이 아는 질문법

성공의 지름길을 안내하는 질문법

 미국에서 큰 산불이 나 소방 대원이 출동했다. 온갖 장비를 다 두르고 출발한 이 팀은 산불을 진압하던 중 자기네들끼리 해낼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순간 소방 대장은 대원들에게 지금 즉시 눈앞에 불을 지르라고 이야기했다. 아니 불길이 자신들에게 닥쳐오고 있는데, 눈앞에 불을 지르라고? 이건 설상가상이 아닌가? 결국 대장의 말을 듣지 않고 대원들은 도망치기 시작했다. 눈앞에 불을 지른 대장은 자기가 지른 불씨가 꺼지자 그곳에 납작하게 누워 큰 화마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렇다. 불은 그냥 존재할 수 없다. 공기와 연료가 있어야 한다. 대장은 눈앞의 불을 질러 연료를 없앰으로써 그 부근에 불이 오지 못하게 했다. 도망간 대원들은 어떻게 됐을까? 수십 명의 대원중 두 명만이 살아남았다. 그리고 죽은 대원이든 산 대원이든 도망간 대원들의 공통점은 지금 당장 필요도 없는 '장비'에 집착했다는 점이다. 심지어 타 죽어 가는 그 순간에도 한 대원은 손에서 소방 도구를 내려놓지 못했다고 한다. 소방 도구를 버리고 도망가도 살지 말지 난감한 상황에서 말이다. 도서 싱크 어게인 서문에 나오는 내용이다. 그들이 소방 도구를 내려놓을 수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소방 도구가 없으면 자신은 더 이상 소방 대원이 아니라는 '정체성'을 보유한 물건들이기 때문에 버릴 수 없었다고 이 책의 작가 애덤 그랜트는 해석한다. 우리는 이처럼 생각보다 쓸데없는 일에 집착하며 살아간다. 오늘은 로마사에서 집착이 낳는 폐해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이때까지의 로마는 언제나 육지에서 전투를 해왔지 해전에는 전무한 상황이나 마찬가지였다. 그에 반해 카르타고는 지중해의 패권을 거머쥔 해상 강국이었다. 하지만 카르타고와의 해전을 피할 수는 없었다. 육지전에서 엎치락 뒤치락하는 사이 카르타고는 해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를 알게 된 로마도 카르타고와의 해전을 준비한다. 문제는 해전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는 로마가 어떻게 카르타고를 이길 수 있을까? 였다. 이에 대해서 로마는 이런 질문을 던졌을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육지전처럼 만들까?" 당시 정석이라 일컫던 모든 것을 버려버리고 배 갑판에 '까마귀'를 설치한다. 까마귀란 일종의 가교 역할을 하는 장치이다. 즉, 해전으로는 게임이 안되니 일단 적군의 배를 들이받고 까마귀로 적의 배 갑판에 딱 고정시킨다. 다음에 보병은 이 까마귀를 통해 상대 배로 건너가서 싸운다. 즉, 백병전으로 끌고 간 로마다. 처음 이 우스꽝스러운 요물을 본 카르타고군을 심히 비웃었을지도 모른다. 더 나아가 해군임에도 배를 제대로 조종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심히 비웃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로마는 그런 것이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까마귀를 이용해 적군의 배와 아군의 배를 하나로 만들어 백병전으로 만드는 일뿐이었다. 요즘으로 치면 축구 세계 1위 국가와 100위권 국가가 싸우는 일이었다. 그런데 당연히 질 거라 판단했던 100위권 국가가 이긴 꼴이 되어 버렸다. 이 승리를 기점으로 로마에겐 큰 자신감이 고취되었다. 이어 시칠리아 섬의 주인을 자리를 두고 겨룬 포에니 1차 전쟁은 엎치락뒤치락하다가 결국 로마의 승리로 마침표를 찍게 된다.


 포에니 1차 전쟁에서 내가 배운 점은 바로 '의외성'이다. 옳고 그름을 따지며 운운하는 사람을 우리는 '고지식'하다고 표현한다. 다시 말해, 사고의 유연성이 없는 사람을 이기는 방법이 바로 '의외성'이다. 전통과 예의 예절을 다 따지고 지키고 드는 사람의 허점을 노리는 의외성. 인간은 완벽하지 않다. 아무리 완벽한 인간도 허점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 '정답'과 '규정'을 만드는 순간 우리의 사고는 '딱딱하게 굳어지게 된다.' 그렇게 딱딱하게 굳어진 생각은 우리를 '자신감'이 아닌 '자만감'으로 똘똘 뭉치게 해 준다.


어려운 말로 돌려 돌려 이야기했지만 일상에서 예시를 들어보면 간단하다. 나는 새벽 4시에 일어나는 사람이기 때문에 나는 대단한 사람이다.라고 나 자신을 규정하게 되면, 새벽 4시에 못 일어나는 사람들을 보며 조롱하고 비난하기 시작한다. '새벽 4시에 일어나지도 못하는 것들이 뭘 알겠어?' 물론 겉으로 보이는 이 사람은 자신감 있는 사람처럼 보이겠지만, 이건 자신감이 아니라 자만심이다. 물론 새벽 4시에 일어나는 모든 사람이 저런 생각을 가지고 있진 않다. 전에도 말했듯이 사건과 해석은 분리되어야 한다. 즉, 새벽 4시에 일어나는 나를 대견하게 생각하고 멋있게 생각하는 것과 새벽 4시에 일어나는 사람만이 멋진 사람이다.라고 생각해서 다른 사람에게도 그 잣대를 견주는 건 전혀 다른 논제이다. 나에게 멋진 일이 남에게는 멋지지 않을 수도 있다.

Pablo Picasso - Portrait de Marie-Thérèse

 입체주의 화가 피카소의 작품을 보면 난해하다는 생각이 든다. 또 무슨 단어는 이리도 어려운지 입체주의가 뭔지 삭막하기만 하다. 하지만 영어로 보면 조금은 이해가 간다. 큐비즘. 즉, 큐빅들을 모아 만든 작품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왜 피카소는 이렇게 사람을 조각내어 표현했을까? 인간은 모두 다양한 감정이나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살아간다. 이 다양한 감정과 다양한 모습을 '한 폭'에 그림에 담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얼굴을 쪼개고 몸을 쪼개고 그 다양한 면면을 쪼갠 한 조각에 담아내는 것. 그것이 바로 큐비즘의 시작은 아니었을까? 한다. 즉, 피카소가 한 질문은 '어떻게 하면 세잔처럼 그릴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내가 원하는 바를 그림으로 표현해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나의 정체성을 만들어 주는 건 '지금 이 순간' 흘러가는 '충동'들의 합이다. 내가 새벽 네시에 일어나기 때문에 대단한 사람인 것도 아니고 내가 소방 도구를 거머쥔 사람이기 때문에 소방대원인 건 아니다. '나는 어떤 사람이야'라고 규정하기보다 로마인들처럼 '지금 내가 무엇을 해야 할까?'라고 고민한다면, 그 고민들에 대한 나 스스로의 해답이 나를 대단한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건 아닐까?


이 글을 읽는 분 중에서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면, '무엇이 대단한가?' 혹은 '대단한 사람은 어떻게 할까?'라는 질문하기 전에 '나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를 질문해보는 건 어떨까?






배우 차재호가 직접 들려주는 오디오북
작가의 이전글 사람을 이끄는 최고의 리더십은 무엇일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