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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상인 Nov 11. 2021

로마는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1장 로마 건국의 아버지 아이네아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는 본토 일본에서 넘어와 한국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나도 학창 시절 완독은 아니어도 꽤나 읽었던 기억이 있다. 오랜만에 다시 책을 펼쳐보려니 왠지, 이 책만으로 로마를 논하기에는 너무 진부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한국에서 '로마서'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이 책 이야기가 나오니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을 빼놓고 로마를 논한다는 것도 참 뭔가 앙꼬 빠진 찐빵의 느낌이 물씬 난다.


그래도 이 책부터 읽으면 왠지 다른 책을 읽지 못할 거 같다는 불안감에서. 다른 책들도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전부터 꼭 읽고 싶었지만 계속 뒤로 미뤄왔던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를 도서관에서 큰 맘먹고 빌려왔다. 전 6권이지만 한 권당 두께가 어마 무시한 책이다. 또 리비우스 로마사, 하이켈하임 로마사, 맥세계사편찬위원회에서 출간한 로마사까지 다양한 책을 읽고 있다.


물론 모두 읽고 바로 이해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 파트를 다양한 사관 혹은 다양한 접근 방식으로 읽을 수 있는 재미는 언제나 쏠쏠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열어보지도 못한 로마인 이야기 1권의 책 제목은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라는 말이다. 뭐 이 말을 알기 위해선 역시 로마의 건국 신화를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로마의 건국 신화는 거슬러 거슬러 올라가 트로이 전쟁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브레드 피트 주연의 영화 트로이를 떠올리시는 분도 많으실 거라 예상한다. 그 트로이 전쟁이 맞다. 트로이 전쟁은 트로이 왕자가 그리스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나와 사랑에 빠져 함께 트로이로 도주하면서 이에 대한 복수로 그리스의 모든 도시국가 동맹이 트로이에서 전쟁을 하는 내용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일리아드'가 바로 이 내용을 소재로 한 고대 소설이다.


Luca giordano - Aeneas and turnus

근데 무슨 로마 건국에 트로이 전쟁이?라고 생각이 들겠시겠지만. 이때 트로이 진영의 사람 중 한 명은 '헬레나를 돌려보내고 우리의 잘못을 시인합시다'라고 외치던 사람이 있었다. 그가 바로 '아이네아스'이다. 전쟁이 끝나고 트로이가 졌을 때도 그리스인들은 이 아이네아스를 처형하지 않고 살려준다. 대신 트로이를 떠나 다른 곳에 정착해서 살라고 했다. 그렇게 목숨을 부지한 채로 여행을 떠나 정착한 곳이 바로 이탈리아 라티움이였다. 거기에 원래 살고 있던 원주민들과의 마찰을 잘 마무리하여 그들과 함께 살게 되었다고 한다.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결국은 두 집단(아이네아스의 트로이인과 원주민)이 함께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때 원주민 통치자인 라티누스는 자신의 딸을 아이네아스에게 시집을 보낸다.


결국은 그의 후손들이 만든 나라가 로마이다. 우리의 단군 신화와도 비슷한 부분이 있다. 하늘에서 내려온 환웅과 원주민인 웅녀가 만나 낳은 자녀가 바로 '단군왕검'아닌가? 서로 아버지는 타지에서 온 사람이며 어머니는 원주민 부족이었다. 하지만 아이네아스의 왕위를 물려받은 아들이 조강지처(트로이인의 자녀)인지 라티누스의 딸의 자녀인지는 명확하게 내려오고 있지는 않다고 하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위대한 로마의 첫걸음은 목숨만 겨우 부지한 채로 고향을 떠나 어렵사리 타지에 정착한 아이네아스로부터 시작한다. 작년 3월에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보아왔다. 이 중에 어떤 분들은 나보다 늦게 시작했거나 혹은 비슷한 시기에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보다 더욱 멋지고 훌륭한 블로그를 만들어 내신 분도 계시다. 물론 반대로 지금은 블로그 주소를 입력하면 '찾을 수 없는 블로그'라고 뜨는 블로거도 있다.


혹자는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는 CEO의 필독서이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아이네이아스가 처음부터 '내가 세운 이 땅의 백성들은 훗날 대 번영을 이룰 것이다!'라는 엄청난 큰 뜻을 품고 나라를 만들지는 않았을 거다. 그저 지금 나와 함께 하는 트로이인들과 머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기에도 급급하지 않았을까? 당연히 그리스를 보며 '쟤들은 저렇게 잘나가는데 우린 뭐지...'하며 자책할 시간조차도 없었으리라 본다.


블로그를 하던, 유튜브를 하던, 사업을 하던, 무엇을 하던 그 시작은 언제나 초라할 수 있다. 또 시작이 화려했다고 해서 그 끝도 화려하게 마무리되지만도 않는다. 5살에 천재라 소문난 모차르트의 인생이 그리 순탄했던가? What's up을 부른 4non blondes가 2집을 내지 못하고 해체한 이유는 '너무 큰 사랑을 받은 1집을 뛰어넘는 작품을 만들 수 없어서'라나. 물론 처음부터 잘 되어서 마지막까지도 잘 된 사람도 있다. 무조건 첫 끗발이 개끗발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지금 내가 첫 끗발이 개끗발이었다면? 로마의 시작이 초라했음을 다시금 떠올려 보면 어떨까? 앞으로 로마가 부흥하기까지는 몇백 년이 흘러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배우 차재호가 직접 들려주는 로마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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