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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상인 Dec 05. 2021

유비에게 배우는 최고의 학습태도

"재호야 나 이름만 대면 아는 뮤지컬 배우에게 노래 배웠어."

대학에서 어마어마한 음치 선배에게 들은 말이다. 연극 영화과 입시는 '연기'만 보지 않는다. '특기'라는 항목이 있다. 대부분 뮤지컬도 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하여 '노래'나 '춤'을 특기로 준비한다. 음치 선배는 이어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 엄마가 나한테 노래로 투자한 돈이면 내가 이렇게 노래 부르면 안 되는데...'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기에 스승이란 직업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교육이란 비단 가르치는 일은 스승만의 몫은 아니다. 애초에 공부에 뜻이 없는 학생에게 억지로 가르친다고 하여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학생도 스승으로부터 많이 배우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고로 공부는 가르치거나 배운다는 표현보다 '나눈다'라는 표현이 적합할지도 모르겠다.

 자연스러운 이치로 스승의 마인드도 중요하지만 학생의 마인드도 중요하다. 더 나아가 나를 가르치는 스승이 얼마나 뛰어나든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만약 좋은 스승만이 좋은 학생을 배출한다고 생각한다면? 서울대를 나와야만 좋은 학생인 건가? 또한 좋은 학생이어야만 인생의 성공을 맛볼 수 있는가? 절대 그렇지 않다. 지방대를 나와서도 성공한 인생을 사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물론 대학을 나오지 않고도 성공한 인생을 사는 사람은 셀 수 없이 많다. 결코 '좋은 스승'이 '좋은 학생'이나 '인생에서 성공하는 사람'을 배출하지 않는다.

 조금 더 디테일한 예시를 들어보자. 내가 만약 연기를 이병헌 배우님께 배웠다고 가정해보자. 나는 나의 스승이 이병헌 배우이기 때문에 스승만큼 연기를 잘 할 수 있는가? 또한 배우 이병헌과 똑같이 성공한 길을 갈 수 있는가? 마찬가지로 서울대를 나온 사람에게 수학했다고 제자도 서울대를 가지는 않는다. 음치 선배도 마찬가지다. 내로라하는 뮤지컬 배우에게 배웠지만 본인은 절대 스승만큼 노래를 부르지 못한다. 하지만 요즘 TV 프로그램만 보아도 유튜브를 통해 노래를 배워 가수가 되었다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유비와 공손찬은 모두 당대 최고의 학식가라는 '노식'에게서 배웠다. 노식이 유비와 공손찬을 더 이상 가르치지 못하고 떠난 이유도 조정에서 부름을 받았기 때문이다. 나는 자세히 그 당시의 노식의 직책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나 아마 군대로 치면 3 스타 이상이라고 본다. 임용한 교수는 당시 노식 학당을 지금과 비교하여 설명하셨다. 요즘으로 치면 노식 학당은 '하버드 스쿨' 정도라 하신다. 이어 2010년 기준으로 한 학기 등록금이 6천만 원 정도라 하셨다. 그렇게 대단한 노식의 제자임에도 불구하고 공손찬은 원소에게 패하여 자결했다. 하지만 유비는 촉이라는 나라를 세우고 삼국 중 한 국가의 통치자가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공손찬이 유비보다 못한 사람이다.'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두 사람 모두 빼어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금만 더 깊이 생각을 해보면 노식 밑에서 배운 학생이 달랑 두 사람뿐이었는가? 그 수많던 노식의 제자들 중 오직 두 사람만이 삼국지에 이름을 실었다. 게다가 같은 노식에게 배운 사람 중에도 단 한 명만이 국가의 주인공이 되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노식'에게 배워서가 아니라 '유비'의 수강자적 마인드가 다른 사람과 달랐기 때문은 아닐까?

 그럼 우리는 어떠한 '학생'이 되어야 할까? 유비 같은 학생이 되어야 한다. 유비 같은 학생이라고 하니 왠지 '인의'를 중시하고 '덕'과 '도', '예'를 나누어야만 할 거 같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유비가 인의와 덕, 도, 예 등을 '선택'한 사람이라는 점을 더 심도 있게 본다. 삼국지의 시대를 돌아보면 한나라의 정통은 이미 무너지고 많은 간신들이 들끓고 심지어는 각지에서 대업을 이룬다며 아우성이었다. 그야말로 난세라는 말이 가장 알맞은 용어다. 이런 대혼란의 난세에서 '나는 인의 덕도 예를 지키며 살아가겠다.'라고 선택한 유비다. 유비는 무엇이든 결정할 때, 자신이 선택한 인의 예덕도 등의 기준을 통해 결정하고 선택한다. 누구나 머리로 아는 것은 많지만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이런 점만 보아도 유비는 대단한 사람이다.

 지금 우리네 삶도 난세와 다를 바 없다. 단순히 나라가 어지럽다는 개념이 아니다. 개인으로 보아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TV에서 하얀 가운 입고 '여기가 안 좋으시죠? 그럼 이거 드시면 낫습니다.' 혹은 '애들이 피아노 배우면 좋다더라', '이게 몸에 그렇게 좋대', '공부 잘하려면 이렇게 해야 한대' 등등의 말에 현혹되는 사람을 많이 볼 수 있다. 또한 주변을 보면 '강의 중독'이라고 하여 남들이 좋다고 하는 강의는 줄줄이 들어가서 돈 내고 듣는 분도 꽤 계시다.

 '나'의 귀를 솔깃하게 하는 다양한 문구들이 너무나도 많이 있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 보자. 몸이 안 좋으면 병원을 가야 한다. 무슨 음식을 달여서 매일 먹는다고 낫는 게 아니다. 또한 아이들이 피아노를 배워서 좋은 게 아니다. 아이가 피아노를 사랑하기 때문에 배워보니 좋은 거다. 강의를 많이 들어서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원하는 성공을 위해 나에게 필요한 강의를 골라서 들어야 한다. 공부를 잘하려면 누군가가 알려주는 방법보다 '내가 공부를 사랑하면'된다. 누군가의 말에 현혹되고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나' 스스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을 잡아야 한다. 나를 가르치는 사람이 제아무리 '노식'이며 '이병헌 배우'일지라도 말이다. 이 점이 바로 내가 생각하는 '유비 같은 학생'이다. 유비는 자신이 원하는 목표(한의 재부흥)가 뚜렷했다. 또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점이 무엇이 있는지 명확히 알았다.(인의 예덕도 등) 그러기에 삼국지 내내 패전만 일삼던 유비가 제갈공명을 얻어 삼국의 한 주인으로 자리 잡았던 건 아닐까? 그렇게 똑똑한 제갈공명이 갈 곳이 없어 유비에게 갔겠는가? 삼고초려 때문일까? 나는 제갈공명이 유비를 선택한 이유는 그의 뚜렷한 신념과 신념을 지키는 대쪽 같은 실천력 때문이라 본다. 나는 그런 유비가 선택한 목표와 방향성, 그리고 목에 칼이 들어와도 자신의 신념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실천하는 자세를 배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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