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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상인 Dec 15. 2021

노력의 근원지는 무엇일까?

마케도니아 전쟁의 시작

가끔씩 우월한 유전자라는 말을 들을 때가 있다. 물론 혈통이나 유전자 자체가 없다고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유전자를 능가하는 것은 언제나 '노력'과 '경험'이다. 사람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하면, 그렇게 노력해봤자 재능이 넘치는 우월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에게 밀려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건 오해다. 물론 나 역시도 한 때 그렇게 생각을 했다. 강성태라는 사람을 보면서, 저 사람은 원래 천재니까. 원래 저렇게 공부 잘하는 머리로 태어났으니까. 하고 치부해버렸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았다. 그가 서울대를 들어갔다는 이야기만 듣고 그가 얼마나 노력을 하나도 안 한 사람이라고 느꼈다. 그런데 그런 강성태도 영단어가 외워지지 않아 발등에다가 영단어를 적어서 외운 적이 있다고 한다. 양말을 신고 벗을 때라도 외우려고 그렇게 했다고 한다. 오늘은 '노력'이라는 건 어디서부터 출발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그렇게 한니발 전쟁이라고 불리던 2차 포에니 전쟁이 끝났다. 파비우스의 지구전법이 제대로 먹혔다고나 할까? 2차 포에니 전쟁 전에는 시칠리아와 지중해 패권만을 장악하던 로마는 이제 에스파냐까지 세력을 넓히게 되었다. 사실상 지중해 서쪽은 모두 로마의 영토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제 동쪽으로 눈을 돌릴 시점이었는지. 아니면 세상이 그런 지중해의 반을 거머쥔 로마를 고깝게 보지 않았는지 알 수 없다. 확실한 건 알렉산더의 후예답게 마케도니아의 왕은 그리스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하나 그리스는 2차 포에니 전쟁에서 로마와 동맹을 맺은 사이었다. 게다가 그저 그런 동맹이 아니라. 로마인들은 그리스의 문화를 전적으로 수용하고 찬양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듯이 '그리스 로마 신화'라고 이야기하는데, 이는 그리스의 신화를 로마에서 그대로 수용했기 때문이다. 또 자신의 언어인 라틴어보다 그리스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을 로마인들끼리도 '지식인'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어디 그뿐인가? 그리스 하면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거장 철학자가 수두룩한 나라였다. 언제나 좋은 건 가리지 않고 받아들이는 로마인의 특성상 그리스는 그저 그런 그리스가 아니었다. 어쨌든, 마케도니아가 그리스를 침략했다. 문제는 그리스에도 이제 페리클레스와 같은 위대한 집권자가 없었다. 속수무책으로 마케도니아에 밀리고 있는 가운데, 로마가 마케도니아를 손쉽게 물리쳐 주었다. 알렉산더 대왕의 후예와 15년 동안 알렉산더만큼의 용맹을 떨치던 한니발과 싸워서 이긴 로마인이다. 언제나 이론, 혈통, 지식보다 '경험'이 위대하다는 교훈을 여기서도 엿볼 수 있다. 그렇게 그리스인들은 이제 로마의 통치를 받나 보다 했는데, 이게 웬걸? 아시다시피 로마인들은 동맹국을 식민지 취급하지 않았다. 우리가 군사적으로 당신을 도운건 당연한 일이고 앞으로도 그리스 통치는 그리스인이 직접 하라고 이야기하고 떠나버렸다. 그리스인들로서는 어안이 벙벙할 노릇이었을 거다.


결국 이기적이고 우월한 유전자보다 더욱 중요한 건 '노력'이고 '경험'이라고 본다. 영단어가 외워지지 않는다는 '경험'이 어떻게 하면 외울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이어지고 이 질문이 발등에 영단어를 써보는 '노력'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 모든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게 있다. 바로 '신념'이다. 나는 왜 인생을 살아가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마치 로마가 그리스를 직접 통치한 게 아니라 자치권을 그들에게 양도했듯이 말이다. 왜 로마는 그렇게 행동했을까? 그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추측할 뿐이다. 하지만 확실한 건, '로마'는 직접 자치권을 행사하지 않고 그들에게 '자치권'을 양도하는 게 '로마의 신념'이었고 그 신념을 이행했을 뿐이다.


국가가 아니라 개인으로 놓고 보아도 이건 매우 중요하다. 나는 왜 살고 있는가? 나의 살의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자신만의 답'이 없는 사람은 그저 신념 없이 살아갈 수밖에 없다. 내 삶의 이유가 없는데, 왜 대학을 가야 하며, 왜 돈을 벌어야 하며, 왜 가족을 꾸리고 살아야 하겠는가? 당연히 발등에 영단어를 적는 노력은 무의미한 행동이 된다. 나도 마찬가지다. 나는 연기할 때 절름발이 역할이면 항상 양말 안에 이물감을 느낄 수 있는 무언가를 넣는다. 그래야 발이 불편해져 절뚝거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Jacques-Louis David  - The Death of Socrates

서양 철학의 아버지가 누구냐에 대한 논쟁은 많지만 대부분 소크라테스라고 말할 것이다. 왜 소크라테스는 서양 철학의 아버지가 되었을까?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마시고 죽은 건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다비드의 그림 소크라테스의 죽음처럼 당시 그리스 감옥은 언제든지 탈옥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뒷돈만 주면 누구나 오갈 수 있었다. 제자들이 모두 한달음에 달려와 돈을 모두 지불했으니 탈옥합시다!라고 이야기하지만 소크라테스는 독배를 마시는 선택을 한다. '악법도 법이다'라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이처럼 삶보다 신념을 더 높게 평가한 소크라테스였기에 소크라테스를 서양 철학의 아버지라 입을 모아 생각하는 건 아닐까?


뭐 그렇게까지 할 거 있느냐?라고 물을 수 있지만, 이 또한 신념이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질문일 뿐이다. 고로 우리는 '나만의 신념'을 찾고 타인의 신념을 존중할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어떠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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