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상인 Dec 23. 2021

위기 속에서 기회를 만드는 방법

주인은 주인의 덕이 있으며, 노예는 노예의 덕이 있다. 서로가 지녀야 할 덕을 지니지 못하면, 두 관계는 무너진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이다. 현대와 같이 신분제가 폐지된 상황에서는 이게 무슨 소리인지? 하지만, 당시 로마의 동맹의 모습을 보면, 맹주와 동맹국이라는 점은 어떠한 측면으로 보면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에 연결된다. 물론 아리스토텔레스는 여자를 남자보다 하등 한 동물로, 인간을 주인과 노예로 나누어 안타깝지만, 그가 이야기하는 '각자의 덕'을 중요시한다는 부분에서는 역사적으로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로마의 동맹국이었던 그리스 도시 중 하나가 불만을 품기 시작했다. 지난 마케도니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마케도니아를 멸망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품은 불만이었다. 결국 바다 건너 시리아와 손을 잡고 로마에 대항하기로 했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벨기에의 별명이 쿠키였다. 군사력이 낮아서 쳐들어가면 쉽게 부실 수 있다고 해서 지어진 별명이다. 우리나라의 과자 쿠크다스 같은 느낌이랄까? 이 시절 그리스가 그러했다. 손쉽게 그리스를 제압했다. 심지어 시리아에서 원정을 보냈지만 로마군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한니발과 치열하게 싸우며 익힌 15년간의 전투 지혜는 누구도 이길 수 없다. 이제 문제는 시리아 본국행이었다. 당시 지중해의 대국 중 가장 큰 대국이었다. 알렉산더 대왕이 이른 나이에 죽자 장군들이 지역을 분할해서 통치했는데, 그중 가장 큰 왕국을 가진 곳이 바로 시리아였다. 로마는 최고의 카드인 스피키오를 시리아로 진군시켰다. 결국 시리아 본국에서 맞붙게 되는데, 이때 시리아에 망명해있었던 사람이 바로 한니발이었다. 하지만 스피키오와 한니발의 숨 막히는 명대결은 자마가 마지막이었나 보다. 에게해 해전에서 완벽한 참패를 맛본 한니발은 왕의 신임을 잃어 다시는 전투에 못 나간다 한다. 이어 여러 회전을 거듭한 뒤, 로마의 압승으로 전쟁은 시시하게 끝이 난다. 말이 시시하지 거진 2배가 넘는 군사력의 시리아를 뒤집은 로마였다. 게다가 스피키오는 아파서 전쟁 중에 누워있었다 하니. 이제는 로마의 웬만한 장군들도 스피키오식 전략, 전술을 이행하는 로마가 되었다. 그 넓은 땅에 군사도 없는 왕으로 몰락한 시리아의 왕은 결국, 스피키오와 강화협정을 맺는다. 스피키오 아니 로마는 애초에 정복을 통해 상대 국가를 없애는 사람들은 아니었다. 언제나 군사력을 약하게 만들고 돈을 받고 또 자치를 인정해주는 그런 정책을 펼쳤다. 시리아도 예외는 아니었다. 2차 포에니 전쟁이라는 위험은 로마에게 엄청난 재앙이었지만, 그 재앙을 이겨낸 로마는 이제 지중해의 패권을 모두 거머쥔 엄청난 국가로 성장해 있었다.


Sandro Botticelli - The Birth of Venus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다. 위기를 기회로 스스로 만드는 걸까? 아니면 돌아보고 나니 위기의 순간들이 자신에게 기회였다고 믿는 걸까? 2차 포에니 전쟁 당시, 그 험난한 알프스 산맥을 넘어 이탈리아 반도를 헤집고 다니는 한니발을 보며 얼마나 떨었을지 생각해보자. 그 위기는 이루 말로 할 수 없다. 하지만 로마인들은 그 위기 속에서도 헤쳐나갈 방법을 강구했다. 그 방법이 지구전이었고 결국엔 승리를 거머쥐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방법은 어찌 보면, 억지로 '그래 이건 기회야!' 하면서 스스로 시나리오를 쓰는 게 아니라.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지금, 여기, 이 순간'에 집중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혹시 지금 위기의 순간에 직면하고 있다면, '이 위기를 드라마틱하게 이겨내는 끌어당김'보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 하나가 이 위기 속에서 많은 교훈을 배우게 해주지 않을까? 

작가의 이전글 결초보은(結草報恩)의 그리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