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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상인 Jan 03. 2022

장비를 통해 배우는 창의성


삼국지에서 가장 무지한 사람이라고 하면 누가 떠오를까? 여포? 허저? 아마도 대부분 장비라고 이야기할지도 모르겠다. 큰 형은 유비, 작은 형은 관우. 게다가 촉군의 책사는 삼국지를 통틀어 최고의 지략가라 불리는 제갈량까지. 주변 환경이 이리도 똑똑한 사람이 많으니 자연스레 장비는 지력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장비는 생각보다 그리 무지한 사람은 아니다. 또한 '지식'이 없다 하여 '지혜'도 없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아마도 장비의 지력 하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이야기가 바로 '장판교의 장비'다. 조조는 대군을 이끌고 유비가 있는 형주로 진격한다. 이에 맞설 수 없어 유비는 피난을 택한다. 그렇게 도망간다 하니 온 백성이 짐을 싸 들고 나와 '유비 님의 백성으로 있고 싶다'라며 조조군을 피해 다 함께 피난길에 오른다. 요즘엔 이 사건을 가지고 '유비의 빤스런(팬티만 입고 도망친다는 의미의 신조어)'이라고도 불린다.

이 빤스런 시기에 재밌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조자룡은 유비의 부인과 아들을 호위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아무리 호위라고 해도 눈앞의 조조군이 오면 무찌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조조군을 무찌르다 보니 어느샌가 유비의 부인과 아들을 잃어버렸다. 다시 찾아보니 다른 조조군에게 무참히 학살 당하고 있는 장소에 있었다. 조자룡은 두 사람을 함께 태우고 도망가려 했으나, 유비의 부인은 우물에 몸을 스스로 던진다. 할 수 없이 유비의 갓난쟁이 아들인 '아두(훗날 유선)'를 품에 안고 주공에게로 돌아간다. 이때, 이미 유비에게 가는 길목은 모두 조조군이 점령한 상태였다. 홀로 갓난쟁이 아기를 안고 그 수만의 조조군을 찌르고 베면서 길을 뚫는다. 다들 아시다시피 조자룡은 여기서 수만의 조조군 속에서 혈로를 뚫고 유비에게 돌아간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이때 조조가 조자룡의 무예를 보고 '저 친구 쓸만하니 절대로 죽이지 말고 산 채로 대령하라'라는 지시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 사료된다. 

이때 장비는 조조군의 추격을 물리치기 위해 장판교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당연히 싸워봐야 장비가 질 싸움이었다. 이때 장비는 장판교 위에 홀로 서서 '드루와~ 드루와~'를 외치고 있었다. 물론 진짜 싸우자는 의미는 아니었다. 지레 겁을 먹고 돌아가게 할 속셈이었다. 혹시나 진짜 덤벼들지도 모르니 병사들에게 장판교 뒤편 숲에 숨어 먼지를 일으키고 있었다. 일부러 병사가 많아 보이게 하기 위함이었다. 흙먼지 날리우며 장비라는 걸출한 용장이 다리 위에 버티고 있으니, 조조군은 아무도 감히 나서지 못했다. 이윽고 조조군은 물러났다. 이에 장비는 자신의 계책이 맞아떨어졌음을 알고 장판교 다리를 부순 뒤에 다시 유비에게 돌아가 보고 했다. 이윽고 유비와 제갈량은 장비의 계략에 화들짝 놀란다. 하지만 마지막에 장판교 다리를 부수었기에 조조는 "페이크였구나~!"를 알려준 셈이라고 제갈량이 이야기하였다. 그래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장비의 성격이라면 장판교에서 그런 계략을 쓰지 않고 조조군과 전쟁을 했지 않았을까?

이뿐만이 아니라 장비의 진짜 지력은 삼국지 초반에 나온다. 황건적의 난중 추풍진 공략이다. 추풍진이 어디인가? 지공 장군이라 불리는 장보가 있던 곳이다. 장보는 이 추풍진에서 수비를 하고 있었다. 여기서 전투가 일어나기만 하면 갑자기 흙모래바람이 덮쳐와 한나라 군대를 몰아 내버렸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이때 장비는 획기적인 계책을 내놓는다. "그까짓 거 그냥 절벽을 오릅시다." 추풍진이라는 공간은 협곡이다. 그 협곡 절벽 위에 장보의 군이 있었다. '누구도 그 절벽을 오르지 않을 것이라 예상하기에 그 예상을 뒤엎어야 승산이 있다'라는 장비의 생각이었다. 장비의 생각대로 절벽을 올라 장보 군을 무찔렀다.

언제나 인생은 내가 생각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는 예상치 못한 일에 너무 휘둘린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 보면 예상치 못한 일이 나를 더욱 큰 성장으로 안내한다. 또한 우리가 '재밌게 보는 글과 영상은 뻔하지 않은 것을 좋아한다.' 다시 말해, 예상을 뒤엎는 상상력이 곧 '창의력'이다. 장비에게서 배울 점은 이런 '허를 찌르는 생각'이 허무맹랑할지라도 먹혔을 경우엔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이다.

그럼 어떻게 '예상치도 못한 것을 발견할 수 있을까?' 먼저 자기 객관화가 매우 중요하다. '나의 상황이 어떤지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 요즘 이를 다른 말로 '메타인지'라고 이야기한다. 다음으로는 내가 저 사람이라면?이라는 질문을 꾸준히 던져야 한다. 지금 내가 어떤 상황인지 명확히 알고(메타인지) 타인은 어떤 상황인지 안다면 예상 이외의 것들이 하나둘씩 보이지 않을까? 내가 지금 '창의적인 생각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지금 나 자신을 돌아보고 내가 창의력을 보여줄 사람이 누구인지를 한 번 떠올려 봄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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