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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상인 Nov 18. 2021

평범한 사람이 천재를 이길 수 있는 최고의 공부법

7장 왕정의 몰락과 공화정의 시작

요즘 BTS와 오징어 게임 등으로 한류 열풍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한국하면 전 세계인이 떠올리는 키워드는 무엇이었을까? 단연 '학구열'이라 생각한다. 오죽하면 미국 만화 심슨에서도 공부에 대해 이야기하자 '한국이냐?'라며 비꼬을 정도이니 말이다. 세계적으로 그렇게 보일지 몰라도 어쨌든 한국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는 '공부'라는 두 음절만 들어도 왠지 모르게 '불타오르는 무언가'를 느끼기 마련이다. 오죽하면 xx 공부법이라는 다양한 타이틀의 공부법이 우후죽순으로 서점가에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나는 공부라고 하면 영 젬병이다. 그럼에도 나도 내 나름대로의 공부법이 있다. 오늘은 로마의 마지막 왕 타르퀴니우스와 브루투스의 이야기를 통해 나의 공부법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그렇게 왕이 된 거만한 타르퀴니우스를 고깝게 볼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사람들은 그런 왕을 내리기 위해 별수단을 다 찾고 있었나 보다. 문제는 '명분'이었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최민식이 하정우에게 '니 판호(조진웅 배우)제끼고 거기를 인수하자!'하니 하정우가 이렇게 답한다. '명분이 없다 아입니까? 명분이!' 그렇게 최민식 배우는 판호를 칠 명분을 만들어 주고 하정우는 판호의 나이트클럽을 인수한다. 타르퀴니우스왕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어쨌든 명분이 있어야 반란을 일으키는데, 명분이 없었나 보다. 하지만 그렇게 거만한 사람이니 분명히 흠이 없을 리 없었다. 타르퀴니우스의 세 아들 중 막내인 섹스티우스가 친구인 콜라티누스와 술을 먹다가 술김에 두 사람이 싸우기 시작했다. 싸운 이유도 참 유치하다. 서로 자기 부인이 더욱 정숙하다고 싸웠다나? 술이 거나하게 취한 두 사람은 이윽고 자신의 부인을 직접 보자고 했다. 그렇게 섹스티누스는 콜라티누스의 아내 루크레티아를 보고 반해 버렸다. 나중에 섹스티우스는 콜라티누스가 없는 틈을 타서 루크레티아네 집으로 향했다. 하룻밤만 있겠다고 한 뒤, 야심한 밤에 칼을 겨누고 루크레티아를 범했다. 이에 마음이 상한 루크레티아는 자신의 아버지와 남편을 긴급하게 호출했다. 한 가지 조건을 붙였는데, 올 때 혼자 오지 말고 자신의 믿는 사람 한 명씩을 데리고 오라 했다. 그렇게 아버지와 아버지 친구, 남편과 남편의 친구인 브루투스까지 총 네 명이 루크레티아를 찾아왔다. 네 사람 앞에서 지난밤 이야기를 하며, 꼭 이를 복수해달라는 말과 함께 숨겨둔 칼을 꺼내, 아버지와 남편 앞에서 자살했다. 눈물을 흘리며 맹세한 세 남자는 눈물 뒤 엄청난 반전을 보고 마치 식스센스의 반전인 양 입을 헤 벌리고 있었다. 사실 콜라티누스가 데리고 온 브루투스는 '바보'였다. 애초에 브루투스는 이름이 아니라 '바보'라는 뜻이다. 그의 별명이 결국 이름을 대신한 꼴이다. 브루투스는 타르퀴니우스의 조카다. 자신의 왕 자리를 걱정했던 브루투스는 가까운 가족도 모두 죽였다. 그런 와중에 브루투스는 살아남기 위해 거짓으로 바보연기를 하며 살아왔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마치 최민식 배우가 김판호에게 한 대 얻어 맞고 온 것처럼 '명분'이 생겼기 때문에 더 이상 바보짓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렇게 시민들 앞에서 루크레티아의 이야기와 왕을 몰아내야 한다는 연설을 성공적으로 마친 브루투스는 왕을 추방해 내는데 성공했다. 이윽고 브루투스는 '왕'이라는 사람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는 건 위험한 일이라며, '두 명의 집정관'을 선거로 선출해 권력을 양분하자고 이야기했다. 결국 그의 생각이 관철되면서 로마의 공화정이 시작되게 되었다. 타르퀴니우스는 그렇게 로마의 마지막 왕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되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사실 한국사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조금 낯선 부분이 있다. 바로 '공화정'이라는 말이다. 공화정이란 '한 명 이상의 사람이 통치권을 가지는 것'이라고 한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우리 역사에 이런 일이 없다 보니 좀 생소할 뿐이다. 심지어 우리나라에 '왕'이 아닌 다른 사람이 통치하기 시작한 지 약 150년이 채 되지 않는다. 1897년 조선의 고종이 국호를 대한 제국으로 바꾸고 본인 스스로 대한 제국의 초대 황제로 등극하기 전까지 우리 역사엔 언제나 '왕'이 모든 권력을 쥐고 있었다. 어쨌든 공화정이야 우리에게 생소한 정책이지만, 고대 로마에서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다는 부분은 꽤나 대단했다고 본다.


Leonardo da vinci - Portrait

나는 이 이야기를 들으면, 브루투스의 인내심에 대해 박수를 보내게 된다. 또 우리 역사에서도 브루투스와 같이 '바보'소리를 들어가면서도 끝까지 살아남으신 분이 있다. 바로 고종의 아버지 '흥선대원군'이다. 당시 안동 김씨가 세도정치로 조선을 장악하고 있던 시절이었다. 조선 후기로 갈수록 왕의 아들이 귀해지고, 안동 김씨가 조선의 실권을 장악하기 위해 멀리 강화도에 살고 있는 철종까지 모셔다가 왕으로 앉혀 놓고 있는 상황이었다. 당연히 흥선대원군이 똑똑하다고 스스로 내세우고 다녔다면 바로 안동 김씨들이 요주의 인물이라 여기고 죽였을 게 뻔했다. 영화 명당에서 배우 지성이 흥선대원군 역할을 했다. 여기서 개 흉내를 내며 안동 김씨들이 던져준 안주를 주워 먹는 장면이 나온다. 자신의 아들을 왕으로 만들기 위해 얼마나 처절한 삶을 살았을까? 싶다. 참으로 대단하다. 물론 아들을 왕으로 앉힌 뒤, 자신의 여러 정책들을 실행한다. 이 정책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있기는 하지만. 결론적으로 바보 행세를 하며 아들을 왕으로 만든 부분의 흥선대원군의 모습은 우리가 충분히 배울 점이라 본다.


이 고사를 통해 내 인생을 돌아보자면, '과연 나는 내 인생, 내 꿈을 위해 목숨을 걸고 인내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언제나 인내는 쓰고 그 열매는 단 법이니 말이다. 요즘 로마사를 읽고 정리하고 글을 쓰고 팟캐스트에 녹음을 하고 있지만 정말 죽을 맛일 때도 있다. 머리를 쥐어짜도 아이디어가 잘 안 나올 때. 두 번째는 아무리 읽어도 머릿속으로 들어오지 않을 때이다. 전자는 그래도 마음을 비우고 '그래 내가 아는 만큼만 하자.'하고 타협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읽어도 모르겠을 땐 정말 그 좌절감을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러면 다시 처음부터 읽고 다른 책으로 같은 부분을 다시 읽고 무한 반복하는 수밖에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편씩 올라갈 때마다 그 희열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또 하나하나 깨달아 갈 때마다의 기쁨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공자님께서는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 하셨나 보다. '때대로 배우고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뜻이다. 이 한 문장을 줄여 '학습'이라고 한다. 우리는 학습한다 그러면 왠지 고리타분하고 지겹고 억지로 해야 된다고 느껴지지기도 한다. 하지만 원래 학습의 의미는 '기쁨'이다. 결국, 고통을 무릅써 가면서도 그 끝의 달콤한 희열을 위해 나는 오늘도 브루투스처럼, 흥선대원군처럼, 바보처럼 이해가 안 돼도 다시 읽고 쓰고 머리에 들어올 때까지 도전한다.


나는 공부를 잘하거나 빼어나게 천재적 두뇌를 가지지 않았다. 그런 나에게 있어 최고의 공부법은 '덕질 공부법'이다. 어느 날 로마에 꽂혔고 로마를 파고들기 시작하고 어려워도 재밌으니까 다시 읽고 도전하고 하게 된다. 어쩌면 공자님이 말씀하신 '학이시습지 불역열호'란, '덕질 공부법'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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