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돼지가 되지

by 이디오스

저금통으로 태어난 토끼는 생각했대


열쇠고리도 아니고

인형도 아니고

베개도 아니고

하필이면 저금통이라니


가방에 매달고 다니지도 않지

놀이터에 데리고 가지도 않지

친구들한테 자랑도 안 하지

뺨에 뽀뽀도 안하지


나랑 같이 자지도 않지

꼭 껴안고 울지도 않지

그래서 내가 눈물 닦아주며 달래줄 수도 없지


그냥 혼자서 많이 먹기만 하면 돼지

투정 부리지 않고 맛있게 먹으면 돼지

배가 불러도 귀를 팔랑팔랑 흔들며 계속 먹으면 돼지


배가 꽉 차면

내 둥근 배를 사랑스럽게 쓰다듬어주겠지

나를 꼭 껴안고 즐거워하겠지


그렇게 점점

진짜 돼지가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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