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티나 대성당 벽화를 만나다.
바티칸 대성당의 홀리함에 취해있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우리는 미리 예약한 투어 모임 장소로 서둘러 이동했다.
원래 2~3팀으로 운영하는 소규모 투어를 예약했는데, 취소자들이 나와서 단체 투어로 변경했다.
도착한 곳은 투어의 집결 메카인지, 곳곳에 한국사람들이 모여있었다.
간단한 확인을 하고 입장 줄을 서기 위해 서둘러 이동했다.
'어? 단체투어 아니었나?'
우리처럼 다들 폭설 영향을 받았는지, 취소자가 많아서 4팀(8명)으로 진행 예정이란다.
'오 개이득이네'
투어는 바티칸 박물관 - 시스티나 대성당 - 바티칸대성당 일정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줄을 서있었지만, 가이드분의 간단한 설명과 패스트트랙 티켓의 위력으로
빠르게 입장할 수 있었다.
간단한 짐검사 후, 가이드의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기기를 수령하고 본격적인 투어를 시작했다.
가이드분은 '아 이렇게 사람이 적은 건 처음이에요'라고 말하며, 쾌적한 투어가 될 우리를 축하해 주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사람이 너무 많아서 가만히 서 있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아 이것도 폭설영향인가? 고... 진감래?'
바티칸 박물관은 세계 최대급 규모의 미술관이라 하루동안 모든 작품은 볼 수 없으니, 가이드분이 엄선한 주요 작품들 위주로 투어를 시작했다.
초입 작품들은 피렌체에서도 많이 본 예수와 그의 제자들과 관련된 작품들이었다.
가이드분의 친절한 설명에 새로운 사실들을 알 수 있었는데,
그림 속 성모마리아는 보통 푸른색 망토를 입고 있는데, 이는 푸른색 염료가 그 당시 가장 비싸서였다고 한다.
그림 속의 열쇠를 들고 있는 사람은 베드로 성인이다.
바로 이곳 바티칸 대성당의 또 다른 이름인 성 베드로 성당의 그 베드로였다.
천국을 가고 싶다면, 열쇠를 가지고 있는 베드로 성인은 알아야겠다.
그리고 사자와 함께 있는 사람은 동굴 속에서 성경을 라틴어로 번역한 제롬 성인이고,
약간 헐벗은(?) 가죽옷(낙타가죽이라고 한다)을 입은 사람은 세례자 요한이었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
설명을 듣고 나서는 아는 사람(?)을 찾는 재미로 그림을 감상했다.
작품들을 둘러보며 도착한 라파엘로의 방에서는 그의 3가지 대표작이 걸려있었다.
라파엘로는 뛰어난 외모와 재능으로 많은 이들의 시기와 질투를 받았다고 한다.
미켈란젤로마저 그를 질투했다고 하니, 재능이 얼마나 뛰어났길래?
어두운 방 분위기에서 그림들을 보니 오묘하고 신비로운 느낌이었다.
세 가지 그림은 그의 재능을 볼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는데,,
그의 초기, 중기, 말기 그림이었는데.... 다른 이들의 화풍을 본인의 것으로 체화해서...
스승을 뛰어넘고..라고 했던 거 같은데
사실 기억이 잘 안 난다.
뭐 아무튼 대단하다는 것만큼은 알 수 있었다.
그다음은 벨베데레 정원으로 이동해서 유명하다는 토르소를 보았다.
이것도 1세기에 만들어진, 근육을 섬세하게 표현한 조각상인데,
미켈란젤로는 가장 완벽한 인체의 표본이라고 했다.
사실 큰 신비로움이 나에게 와닿진 않았다.
이미 이전 조각상들을 보면서도 느낀 점이지만,
그 옛날 사람들이 돌을 깎아서 만들었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너무나 비현실적이어서 그런 것 같다.
이건 사람이 만든 게 아니야.....
나에게 바티칸 조각상들은 모두 비현실적이었다.
이어서, 지도의 방 등 엄청나게 화려한 긴 회랑을 몇 번 거쳐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이 있는 시스티나 예배당으로 향했다.
사진촬영이 불가하다는 주의사항을 미리 들어서 휴대폰은 가방 속에 고이 간직했다.
천지창조는 너무 멀리 있기도 하고, 티브이에서도 자주 봐서 그런지 그냥 와.. 신기하다.. 정도였다.
그런데, 최후의 심판은 쭉.. 보다 보니,
그림들 속 인물들이 나에게 쏟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천국으로 가는 사람들과 지옥으로 끌려가는 사람들이 너무도 생생하게 다가왔다.
그림을 보고 있으니, 두려운? 무서운? 감정들이 몰려왔고,
'아... 그 시절이 이 그림을 봤다면 나도 종교를 가졌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 그림은 사진으로는 절대 이 느낌을 옮길 수 없겠다.
나에게 쏟아지는 천사와 악마들을 내 마음속 깊이 담아본다.
그리고, 나도 언젠가 천국에 닿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