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대입, 우리 아이는 수시러? 정시러?_ 2편

by 크림비어

수시러의 삶은 고달프다. 일단 꾸준함과 성실함이 있어야 한다.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모의고사를 본 날에도 저녁을 먹고 학원으로 가거나 독서실로 가는 독기가 있어야 한다. 매일매일 학교 수행평가를 하고 학원에서 수업을 듣고 학원과제를 하면서 틈틈이 독서를 하는 성실함이 있어야 한다.


수업과 수업사이 쉬는 시간에도 아이들과 어울리는 대신 전 시간 수업을 복습하고 다음시간을 예습할 수 있어야 한다. 급식실에 밥 먹으러 가는 시간이 아까워 교실에서 5분 만에 도시락을 먹은 뒤 학교 자습실에서 공부하는 지독함이 있어야 한다.



우리 아이는 수시러


우리 아이는 그렇게 고등학교 3년을 보냈다. 엄마인 나도 힘들었다. 아침저녁으로 학교와 학원 독서실에 라이딩을 해주고 매일 두 개의 도시락을 쌌다. 저녁식사를 이동하는 차 안에서 먹겠다는 아이 때문에 내 차 안에는 늘 음식냄새가 배어 있었고 저녁모임에 참석하는 것도 어려웠다.


3학년 1학기가 지나며 논술까지 준비했다. 학종과 수능만으로는 불안해하는 아이는 하나라도 더 준비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논술까지 하게 되면 가뜩이나 부족한 시간이 더 쪼개지기 때문에 오히려 안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어 엄마로서는 선뜻 결정하기 어려웠다. 그때 결정적인 도움을 주신 선생님이 하신 말씀.


“입시는 아이가 미련이 없어야 끝날 수 있어요.”


아이가 그때 그거 했으면 더 좋은 학교에 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미련이 남으면 필연적으로 재수로 이어지게 된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논술까지 준비하기로 했다. 이미 체력은 바닥난 지 오래고 오로지 악으로 깡으로 버텨내야 했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예민해진 아이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온 집안이 살얼음판 같았다.

아이도 나도 하루가 일 년 같은 3학년을 보냈다.



입시의 끝에 비로소 가치가 드러나는 수시러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했던가. 하루하루를 꽉꽉 채워 노력한 결과는 생각보다 좋았다. 일단 정시러는 수능점수라는 한 가지 선택지밖에 없지만 우리 아이에게는 학종, 논술, 정시 세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일찌감치 내신을 포기한 아이들이 수능이 임박했을 때 엄청난 부담감과 불안함에 시달리며 수시러들을 부러워한다. 선택지가 두 가지나 더 있다는 건 너무나 든든했다.



정시러로 살아가기


아이의 친구들 중에는 정시러들이 꽤 많았다. 학교를 자퇴하고 정시에 올인한 친구들도 있었다.

정시러들에게는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1, 2학년의 내신을 망치고 입시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 학교 시험에 계속 집중한다는 건 웬만한 멘털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그러다 보니 차라리 아직 가능성이 남은 정시에 올인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정시러로 방향을 틀고 나면 학교 성적이 조금 낮게 나와도 일단은 마음이 편하다. 아직 나에게는 수능이라는 마지막 보루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능날짜가 다가올수록 점점 더 초조해지는 게 일반적이다.

3학년 6월 모의고사가 끝나면 학교를 정해야 하는데 아직 모의고사 성적이 내가 원하는 학교에 지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시까지 남은 단 한 번의 모의고사인 9월 모의고사에 사활을 건다. 그 이후에는 내 실력을 검증할 장치가 없다.


9월 모의고사마저 망치고 나면 슬슬 고개를 드는 생각이 있다.

“재수할까?”

그렇게 계속 도망 다니는 아이들이 장수생으로 빠지는 경우를 학군지에서 종종 볼 수 있다.



모든 아이들에게 정시는 도피처일까?


그렇다고 모든 정시러가 도피형 인간은 아니다. 머리 좋고 끈질기게 노력도 하지만 암기에 약한 아이들이 있다. 정해진 규칙대로 무조건 암기하는 게 불편하고 깊고 넓게 공부하는 아이들에게는 확실히 정시가 더 좋은 선택이다.


내신성적은 아무리 공부해도(이런 아이들은 내신 공부를 너무 힘들어한다.) 3등급을 벗어나기 힘든데 모의고사는 번번이 1등급을 찍어버린다. 이런 경우는 무조건 정시에 올인하는 게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내신을 3등급 받는데 모의고사는 1등급이라고? 내신 준비를 잘 안 했겠지.”


잘 안 하는 경우도 물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떤 아이들은 내신공부 할 때는 집중력이 흩어지다가 수능공부를 시작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기도 한다. 진정한 정시러는 그런 아이들이 아닐까?



정시러 수시러 모두 힘겨운 아이들


입시를 준비하는 아이들은 모두 처음 만나는 인생의 벽을 버거워한다. 어른의 입장에서 볼 때는 그저 인생의 한 과정일 뿐이지만 아이들에게 대입은 자신들의 인생이 결정되는 어마어마한 벽으로 느껴진다.

처음 만나는 벽을 어떻게 넘어가느냐에 따라 그다음 벽을 조금은 쉽게 넘기도 하고 포기하기도 한다.


우리 아이는 본인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쥐어짜서 3년을 보내고 고려대학교에 진학했다.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학교에 진학했는데 막상 학교에 다니다 보니 진짜 중요한 건 대입이 아니라 그 이후의 인생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고 한다.

입시 앞에 많은 아이들이 힘들어한다. 무력함을 느끼기도 하고 포기하기도 하고 절망하기도 한다. 그 아이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선택을 하고, 그 이후의 인생은 또 그 순간에 가장 좋은 선택을 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성장해 나가면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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