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싫어하는 것을 너도 싫어했으면
언니와 각별히 친밀하게 지내는 그녀에게 물었다.
-언니랑 취향이 잘 맞아요?
-글쎄요, 서로 좋아하는 건 일치하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싫어하는 것은 같아요. 생각해보면
친구도 그렇고, 좋아하는 게 같은 사람보다는 싫어하는 게 같은 사람이랑 오래 가는 것 같아요.
같은 것을 두고 그 사람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어떤 가치를 중시하는지, 살아가는데 중요한 신념은 무엇인지, 어떤 부분에서 만족감을 느끼는지. 그 사람의 취향이라는 건, 그 사람 고유의 색채와 템포를 만들어내고, 그게 나와 맞지 않는 경우엔 함께 있을 때마다 불협화음을 내게 된다. 물론 그 간격을 영영 매울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많은 노력과 인내가 필요할 뿐!
저는 집에서 커피 내려 마시는 걸 좋아해요. 원두를 갈고 여과지에 담고, 뜨거운 물을 내려서 한잔 가득 커피가 만들어지는 게 좋아요. 향기도 좋고요. 사실 커피보다는 그 과정 자체가 좋은 건데, 카페에 가면 그걸 뺏기면서 돈만 더 내는 느낌이에요.
여기까지 말하자 상대가 조금 의아한 표정으로 묻는다.
-좋은 맛의 커피를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과정이 그냥 좋다고?
-네. 나를 위해 뭔가를 만든다는 것도 좋고. 그 과정이 행복해요.
또다시 의아하다는 표정.
대화 끝에 알게 된 것은, 상대는 결과를 중시하는 사람이고, 나는 과정을 중시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여행을 가면, 상대는 어느 어느 명소를 다녀왔는지, 최소한의 시간으로 최대한의 목표를 이루었는지, 그 효율성과 성취감을 중요시하는 사람이라면, 내 경우엔 목적지가 있어도 그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엔 크게 의미를 두지 않고 그보다는 어떤 길로 가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경치 좋고 한적한 곳, 기분좋게 걸을 수 있는 길을 선택했다면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해도 충분히 내게는 만족스런 여행이 되는 것이다.
상대는 나를, 나는 상대를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보통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상대도 좋아하는지 아닌지를 하나하나 계수해가며 그 사람이 나와 얼마나 맞는지, 어디까지 친밀해질 수 있을지 예상하곤 했다.
어떤 영화 좋아해?
어떤 책을 좋아해?
산책하는 거 좋아해?
타코야키 좋아해?
그런데 그 기준이 ‘내가 좋아하는 것’이 아닌 ‘내가 싫어하는 것’이라면?
나는, 식당 앞에 줄 서서 기다리는 것을 싫어하고 (아무리 맛집이라 한들!) 달달한 음식을 한입 이상 먹는 것도, 사람 많은 번잡한 거리를 걷는 것도, 관광명소로 여행을 가는 것도, 나와의 약속에 습관처럼 매번 늦는 것도, 지나치게 핸드폰을 오래 붙잡고 있는 것도 모두 싫어해.
너는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