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이밍 같이 하실래요?
올해 3월부터 클라이밍을 시작했다.
일주일에 두 번씩 기초반 강의를 들으러 다니고, 난이도를 높여가며 지구력 코스를 완주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지구력 코스를 시작하기 전에 나를 한번 의심하고,
'갈 수 있을 때까지만 가보자'
하며 나를 설득하고
'홀드 하나만 더 잡아보자'
하는 생각으로 천천히 나 아가다 보면 어느새 완등이다.
기본기를 배운 후 조금씩 볼더링을 하기 시작했다.
똑같은 색깔의 홀드만 사용해서 벽을 올라 완등 홀드를 두 손으로 잡고 3초를 버티면 성공이다.
볼더링 문제는 난이도별로 다양하게 있고, 내 난이도에 맞는 문제를 풀면 된다.
같은 난이도의 문제라도 어떤 문제는 한 번에 풀 수 있는 반면, 어떤 문제는 떨어지고 또 떨어진다.
한번 실패하고 나면 의기소침해진다. 안 되네. 안 되나 보다. 하지 말까? 또 떨어지면 어떡해?
그러다가 다시 마음을 다독이다. 한 번만 더 해보자, 안되면 말지 뭐. 이번엔 될지도 몰라.
벽에서 떨어지면 무섭기도 하지만,
나 같이 소심하고 부끄러움이 많은 사람은 특히나 재도전에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그런데 한 문제를 두고 스무 번쯤 떨어지기를 반복하다 보니
슬슬 떨어지는 게 덜 무섭게 느껴지고 '잘 떨어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높은 벽에서 떨어지는 게 무서워서 중간에 포기하고 내려온 적도 있는데
'잘 떨어지면 괜찮다'라는 것을 몸으로 터득하고 난 뒤에는
다음 홀드를 잡기 위해 조금 더 용기를 낼 수 있게 된다.
(그러다 놓치면 또 떨어지면 되는 거고..)
'이번엔 기필코 해내겠다'가 아니라 '세 번만 더 실패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재도전한다.
실패를 쌓을 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은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실패가 싫어서 아예 시도조차 안 하는 사람들이 있고
실패할 것 같은 두려움에 용기를 내지 못하는 사람이 있고
실패할 줄 알면서도 또 한 번 시도해보는 사람이 있고
이번에는 성공할 거라는 기대로 지치지 않고 시도하는 사람이 있다.
클라이밍을 하려면 실패에 익숙해져야 한다.
수많은 실패의 경험을 쌓아가기 위해서는 용기와 의지가 필요하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마음도 필요하다. (이게 제일 어렵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실패하고 떨어지고 그걸 반복하는 것.
실패하더라도 시도하는 것의 가치.
상체의 근력을 키우기 위해 시작한 클라이밍은, 그와 함께 내면의 근육도 단련시켜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