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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월의거북 Aug 10. 2017

# 특별한 날

오늘은 어쩐지.

오늘은 오랜만에 일을 했다.

아침에 일어나 따뜻한 차에 하얀 떡을 조금 떼어먹은 후 일을 시작했다.

어느 지역의 여행지 몇 군데를 찾아보고 섭외를 진행하는 일이었다.

여행지 후보 중에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 이효석 문학관이 있었다. 인터넷으로 문학관을 살펴보며, 아 나도 훗날에 내 이름을 남기고 저렇게 문학관을 가지게 되면 참 좋겠다, 그런 생각을 했다.

뭔가가 부러운 것이 참 오랜만이었다.


이효석 작가는 커피를 참 좋아했다고 한다. 문학관에는 커피 잔과 종이와 펜이 놓여 있던 그의 책상이 모형으로 세워져 있었다. 한 번 본 그 이미지가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며칠 째 기침이 났다. 목구멍 깊숙한 곳에서 숨이 차는 듯한 느낌이 일다가 손쓸 틈 없이 기침이 튀어나왔다. 따뜻한 차를 마셨지만 목구멍 속 불쾌한 느낌이 영 가시지 않았다. 그래, 한 일주일쯤 됐구나.

기침이 길어지고 있으니 이제는 정말 병원에 가봐야겠구나. 고집을 꺾는다. 애초에 고집을 부릴 만한 일이 아니었음에도.


난 항상 내 몸을 두고 인내심을 부리고 고집을 부린다. 지나가리라, 다 지나가리라 믿으면서.

아프다고 호들갑 떨며 병원으로 달려가지 않으리, 북적이는 대기자들 속에서 시간을 죽이며 쩔쩔매지 않으리.

그런 이상한 오기와 미련함. 불필요한 싸움.


저녁 일찍 필요한 섭외를 마치고 가구성안을 보냈다. 오늘분의 일이 끝난 것이다.

일이 끝난 뒤엔 배불리 저녁을 먹었다. 평범한 하루였다. 지나친 기대와 불안과 걱정도 없었고.

머릿속을 휘저을 사건사고도 없었다. 어떤 눈빛과 대화가 맴돌지도 않았고, 누군가의 얼굴이 그려지지도 않았다. 평범함 하루였다.

아니, 내일이면 사라질 잔잔함이었다.

나는 매 순간 흔들리고 갈망하고 기대하고 염려하니까.

오히려 오늘이 특별하다면 특별한 날인 것이다.


(5월의 어느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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