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의 구조 ①- 1997년 한국 외환위기

맺떼_금융

by 이도

imf에 200억달러 요청(동아일보).PNG IMF와의 구제금융협상 관련 기사 <출처 : 동아일보 1997>


최악의 상황은 대규모 외자 유입으로 환율이 급락하고 통화(원화)가 과도하게 절상되는 것이다. 그 결과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고 수입이 증가하면서 경상수지가 악화된다. 이러한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외채가 누적된 상태에서 외자가 급속히 유출되면 금융·외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투자까지 실패로 돌아가면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게 된다.


1997년 11월,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빠르게 감소, 시장에서는 국가가 단기 외채를 감당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만연했다. 한달 뒤인 그 해 12월, 한국 정부는 IMF(국제통화기금)와 구제금융 협약을 체결한다. 표면적으로, 이것은 갑작스러운 붕괴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이는 사실 수면 아래 축적된 역학 발현의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취약성의 누적이 그 임계를 넘은 것이다.


1990년대 한국 경제는 여전히 고도 성장의 경로 위에 있었다. 대기업은 사업을 확장했고, 금융기관은 이를 지원했다. 즉, 서로가 강력한 맺관계©였다. 높은 부채비율은 일반적인 행위였고, 해외조달 단기자금의 국내 장기 투자는 소위 말하는 ‘공짜점심’으로 느껴졌다. 대기업에 대한 묵시적인 정부 보증, 지속성장에 대한 기대, 그리고 무엇보다도, 확장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두려움이 해당 구조의 기저에 자리하고 있었다.


당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보였다. 그리고, 그 때는 ‘다들 그렇게 했으니까’


핵심은 단기자금조달과 장기투자의 만기구조였다. 오줌싸개 게임이 막바지에 다다르게 되면 누구도 흙을 과감하게 걷어내지 못하는 것처럼, 저금리로 적극적으로 돈을 빌려주던 금융기관들이 기존에 보이던 행동을 꺼리게 되는 순간이 오게 되어있다. 단기 저금리로 돈을 빌려서 장기 고금리로 돈을 묶어놓았는데, 재대출(롤오버)이 안된다면? 이러면 문제가 터지는거다. 맺관계©의 떼관계©로의 급속한 전환(맺떼©)이다.



1997년 7월 태국 바트화 폭락 이후 아시아 금융시장은 급격히 불안정해졌다. 해외 투자자들은 역내 국가들의 외환 건전성을 재평가했고,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만기가 도래한 자금이 연장되지 않았고, 단기 외채는 즉각적으로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외환보유액은 빠르게 줄어들었고, 환율 방어는 점점 어려워졌다. 신용등급 하락과 자본 유출이 겹치며 원화 가치는 급락했다. 구조적 취약성은 시장의 신뢰 약화와 결합해 위기를 가속시켰다.


대기업의 연쇄 부도와 금융기관 부실이 가시화되자 한국 정부는 외부에 손을 벌렸다. IMF 프로그램은 고금리 정책과 구조조정, 금융 및 기업 개혁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실업률은 급등했고, 수많은 가계가 소득 감소를 경험했다. 철수아빠는 직원 수를 줄여야 했고, 영희엄마의 가계는 지출을 재조정해야 했다.

‘금 모으기 운동’은 거시적 위기가 일상의 문제로 전환되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금모으기(중앙일보).jpg 금모으기 운동 <출처 : 중앙일보 1998>


이 사건은 한국만의 특수한 사례라기보다, 역사적으로 다양한 지역과 국가에서 반복적으로 관찰되는 위기 경로의 하나의 예시로 볼 수 있다. 단기 자금 의존 -> 신뢰 붕괴 -> 자본 유출 -> 통화 가치 하락 -> 긴축 정책이라는 흐름은 일종의 구조적 형태인 것이다.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고와 금융 규제 체계는 1997년과 비교해 상당히 개선되었다. 그러나 금융 구조의 안정성은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금융위기는 확률적으로 흔치 않은 사건이다. 그러나 드물게 나타난다는 것이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일 수 있다. 주사위를 여러개 던졌는데, 특정 숫자가 동시에 나오는 순간이 오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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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의 구조 ② -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https://brunch.co.kr/@ido-khh/10]



*글에 등장하는 ©표시 개념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1. 글쓴이의 네이버 블로그(https://blog.naver.com/ido_khh)

2. 네이버 검색 ‘맺관계 떼관계’를 참고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