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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샷? 쓰리샷?? 포샷!!!

내가 좋아하는 사진 그리고 그 이야기

by 아이두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사진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의 외모에 자신이 없어서 찍는 것도 찍히는 것도 영 싫었다.


그래서 카메라가 핸드폰과 합쳐지면서부터 여기저기서 찰칵대는 것도 스트레스였다.




그러던 내가 이제는 찰칵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다.


‘엄마’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된 것이 계기였다.




웨딩사진 때처럼 만삭의 배를 찍는 만삭사진부터인 것 같다.


불편한 기색 없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도 열심히 사진을 찍혔다.


그러다


둥이들이 태어났다.




요즘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본아트라는 사진을 찍는다. 그렇게 50일, 100일, 200일, 300일을 기록하고 돌 사진, 주니어 사진으로 이어지는 패키지 상품 속에서 성장의 기록이 남겨지곤 한다.


나 역시 예외일 순 없었다. 출산 후 조리원과 연계된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으러 출장을 왔다. 그렇게 둥이들도 사진이 찍히기 시작했다.




둥이들에게 사진 찍는게 좋은지 물어본 기억이 없다. 돌아보니 미안해진다. 둥이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마구 찍어댄 사진이 말이다.


게다가 이렇게 가장 좋은 사진이라고 인터넷에 떡하니 공개한 걸 알면 아마도 사춘기에 돌입한 두 녀석 모두 난리를 칠게 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사진을 픽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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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사진을 찾겠다고 갤러리에서 내가 나온 사진을 한참을 뒤졌다.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누군가와 글로 나눌만큼 마음을 건드리는 사진이 한 장 없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미소짓게 만드는 사진들이 줄지어 나타났다.


둥이들 폴더다. 그중에서도 나와 짝꿍이 역대급으로 꼽는 사진이 바로 이 사진이다.




아무래도 동시에 태어난 아이들이다 보니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았다. 나도 사진 안에 둘을 동시에 담는 것에 재미를 느꼈다. 그 중에서도 태어나면서 속싸개로 쓰다가 자라면서 수건처럼 사용하던 이 하얀 천으로 둥이들을 모델처럼 만들어버린 이 사진이 히트작이 되었다.




둥이들이 태어났을 때 돌돌 감아두었던 속싸개였다. 병원에서 공짜로 주었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서 수건의 용도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둘을 동시에 씻기도 닦일 수 없다보니 한 녀석을 씻기고 나머지 한 녀석을 대충 감싸놓고 볼 일 보기가 일쑤였다. 기왕 감싸는 거 이쁘게 만들어보겠다더니 하루하루 솜씨가 늘었다. 급기야 이 날은 둥이들이 기분이 좋았는지 기가 막히게 포즈까지 잡아주어 역대급 작품이 완성되었다.




이후로도 나는 둥이들을 동시에 담으려고 열심히 사진을 찍어댔다. 아이들이 점점 자라면서 같이 담으려는 나와 같이 담기지 않으려는 둥이들 사이에서 실랑이가 벌어지곤 한다. 그래도 기분이 좋으면 한 번씩 기회를 주기도 한다.


그렇게 나는 투샷을 찍으려 애쓰지만, 누구 하나 토라지면 4인 가족이 3인 가족이 되는 쓰리샷이 되어버리기 일쑤다.




둥이들이 나란히 나오는 투샷이 좋지만, 가장 좋은 건 가족 모두가 보이는 포샷이다.


해마다 가족사진을 남기자고 다짐했건만 코로나를 핑계로 겸사겸사 미루어졌다.


올해가 가기전에 포샷을 찍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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