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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추억이 됩니다

경력단절을 이겨낼 수 있었던 말의 힘

by 아이두


나는 말의 힘을 믿는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면, 그 말은 세상 누구보다 내가 가장 많이 듣게 되는 한마디이다.

그런데 이 말이 부정적이라면? 아마도 부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를 불행으로 끌고 가지는 않을까?

말 한마디가 내 인생을 바꿔놓는다고 생각하면 좀 무섭다 싶기도 하지만, 이렇게 말의 힘을 믿는 나이기에 마음에 새긴 인생문장이 하나 있다.


나는 라디오를 좋아한다.

초등학교, 정확하게는 국민학교 시절부터 mymy라는 이름의 소형라디오가 나의 보물 1호였다.

그때는 라디오가 대세였던 시기였고, 응답하라시리즈에 등장하듯이 내가 별밤세대다.

이런 내가 1996년에 sbs 파워에프엠이 개국한 이후로는 주로 sbs 라디오 프로그램을 즐겨 듣는다.

출퇴근시간에 점심시간에 잠깐씩 듣는 라디오도 좋고, 늦은 밤에 친구가 되어주는 라디오도 좋았다.


매일 같은 시간에 만나게 되는 디제이들과 친구가 된 것 같은 착각이 들 만큼 매력적이다.

특히 둥이들 낳고 집에서 잠시 경력단절의 시간을 보내던 시절, 라디오는 나의 베프가 되어주었다.

그렇게 라디오에서 나는 인생 문장을 만났다.


오늘도 추억이 됩니다.


이 문장은 하루를 시작하게 하는 아침라디오 방송의 고정멘트이다.

매일 아침 9시부터 11시까지 나랑 놀아주던 김창완아저씨의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일명 아침창)"은 절친 중의 절친이었다.


오늘도 추억이 된다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오늘도 추억이 된다고 말해주는 김창완아저씨의 목소리에서 나는 위로도 받고 응원을 받으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추억은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함 또는 그런 생각이나 일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만들어주는 마력의 단어가 아닌가 싶다.

오늘도 추억이 된다는 멘트를 들을 때마다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육아맘의 시간도 추억이 될 것을 믿으며 버텨낼 수 있었다.


이후로도 어렵고 힘들 때마다 또 기쁘고 행복할 때마다 이 문장이 떠오르곤 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처럼 기쁜 일 슬픈 일 화나는 일 즐거운 일 또한 지나간다.

그래서 오늘도 추억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힘이 나는 것 같다.


가끔 온라인상에서 별칭을 정하게 될 때 [흐린뒤맑음]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기도 한다.

날씨가 계속 맑으면 좋겠지만 산다는 게 그렇지 않다는 걸 너무나 잘 안다.

특히나 마음날씨는 하루에도 천만번 오락가락한다.

그래서 요즘도 시간이 될 때마다 아침창을 듣는다.


종이책을 내고 싶다는 목표를 마음에 품고 머리를 쥐어짜며 키보드를 두드리는 오늘도 분명 추억이 될 거라고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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