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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두 Nov 20. 2023

글쓰기 덕분에 챌린지

  역발상은 덤

2~3년 전 덕분에 챌린지가 유행이었다. 코시국에 의료진들의 희생과 노고를 기리며 SNS에서 앞다투어 진행되었던, 엄지 척을 손바닥에 올린 사진들과 문구. 쑥스러움이 많은 지라 직접 엄지를 든 사진은 못 찍겠지만 의료진 대신 글쓰기 덕분에 챌린지를 혼자 하고 싶다.



글쓰기 덕분에


화장실에 낀 물때를 봐도 화가 나지 않는다.

음식이 못 먹을 정도로 지났어도 속상하지 않다.

빨리 후딱 요리를 해치우듯이 끝내야 하니 오히려 진행속도가 빨라지고 효율이 높아진다.

하루종일 글쓰기, 글감을 생각하느라 내 머릿속에서 차지하고 있던 강박사고(내가 없애려고 하면 더 떠오르는 생각들)가 밀려났다.

표류하면 불안한 사람에게 글쓰기라는 목적의식이 생겨 마음이 차분해졌다.

아이들이 공부를 못해도 화가 예전만큼 나지 않는다. 인생은 셀프다!

책을 찾아서 읽는다. 글을 잘 쓰려면 읽어야 한다는 말을 새겨듣고, 글을 잘 쓰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변화 - 긍정적으로 변했다. 하루하루 회색 빛이던 나날들에 화사한 수채화 물감색을 입히듯 삶에서 생기를 느낀다. 미래를 터무니없을 정도로 밝게 그리는 나를 보며 실소를 한다.


글쓰기 덕분에 느끼는 역발상도 있다.


월급이 아쉬운 수준임에 감사하다.

격무에 시달리는 고액연봉자라면 글쓰기를 시작할 여유가 없었을 테니까.


나보다는 덜하지만, 남편의 월급 또한 아쉬운 느낌이 드는 데에 감사하다.

걱정 없는 전업주부였다면, 글쓰기를 절박하게 하지 않았겠지.


친정과 시댁이 부유하지 않음에 감사하다.

기대하고 기대어 살고 있다면  열심히 글을 쓸 필요를 못 느꼈을 것이다.


아이들이 공부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지 않음에 감사하다.

공부를 잘했다면 애들 공부에 온통 신경을 쓰느라 이렇게 글을 쓰는 데로 눈을 돌리지 못했을 수도.


남편이 나를 방임함에 감사하다.

뭐든 하고 싶은 것 하라고 하며 구속하지 않으니 글에 좀 더 파고들 수 있다.


친구가 많지 않음에 감사하다.

자주 교류하고 왕래하는 친구는 몇 명뿐 이기에 글에 집중할 수 있다.


많이 가지지 못한 덕분에 글 쓰기에 관심이 갔고, 시작했다. 덕분에 글을 쓰면서 많은 감정들, 이를테면 후련함, 개운함, 깔끔함, 기쁨, 즐거움, 쾌감, 짜릿함,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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