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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두 Dec 08. 2023

글쓰기는 돈이 안드는 취미생활이다.

정신적 운동의 최고봉

 나도 '글쓰기'라는 것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 날이 정확하게 기억 난다. 10월 4일. 현재의 직업이 마음에 들지 않는 30대 아줌마가 제 2의 인생을 꿈꿔보기 위해 이것 저것 건드려 보던 때였다. 그러던 중 이은경 작가님의 강의를 들어보기로 결심했다. 강의 제목은 '아이와 만든 읽고 쓰기 습관, 엄마의 커리어가 되다.'. 강의에서는 적어놓을 것이 많았다. 엄마의 글쓰기 및 독서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긍정적 영향, 아이와의 읽고 쓰기 루틴, 자격증 한 학기에 한 개씩 따기 등 여러 주제들이 언급되었지만 나의 머릿속에 가장 강하게 박힌 것은 '지속적으로, 3년만 플랫폼에 기록해보자, 이것이 차곡차곡 쌓이고 구름이 되면 언제 어디서 비가 내릴지 모른다‘는 말이었다.


  약 일주일 후 10월 13일부터 글쓰기를 향한 첫 여정이 시작되었다. 이름하여 '슬기로운 초등생활 브런치 프로젝트 2기', 글쓰기에 대한 열정과 관심이 있는 이들이 매주 금요일 밤 줌으로 모여 글 쓰기 강연을 듣고, 과제를 제출하며 글쓰기 연습을 했다. 브런치에 응모하여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서로 쓴 글을 첨삭해주고, 읽어주며 댓글을 적었다. 6주동안 현실을 잊고 어린아이처럼 신나게 몰입해서 한바탕 논 것 같은 느낌이다. 이 신나는 놀이 한마당은 이제 끝났지만 여전히 우리는 단체채팅창에서 글쓰기에 도움이 될 만한 책들을 추천하고, 깨달음을 얻은 문구들을 공유한다. 조회수가 폭발하거나 다음 메인에 뜨는 날에는 무작위 선물을 돌리면서 축하를 주고 받는다. 소모임을 만들어 운동, 책읽기, 새벽 인증을 하는등 서로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일을 으쌰으쌰 해내고 있다. 중년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렇게 삶을 맛깔나게 살아가는 모임에 속해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그야말로 성인 집단 지성의 힘이 발휘되고 있다.


 브런치에 첫 글을 발행한 날이 10월 31일. 그동안 나는 18편의 글을 썼고 글을 더욱 잘 쓰기 위해 평소 멀리하던 책과 가까이 하고 있다. 올해 초 부터 10월까지 읽었던 책 보다 한달 반 동안 읽은 책이 더 많다. 책을 읽으며 얻을 것을 호시탐탐 노리는 하이에나처럼 인상깊은 문장들을 조그만 공책에 필사한다. 필사하는 만큼 인생이 풍성해지고 시야가 넓어지며 편견이 사라지는 것을 느낀다. 때로는 '어떻게 이런 깨달음을 나보다 먼저 알고 이렇게 멋지게 표현해낼 수 있을까?'라고 질투하기도 한다. 요즘 가장 부러운 사람은 날씬한 사람도, 젊은 사람도 아닌 바로 작가 임경선이다. 그녀의 책을 읽다보면 필사하고 싶은 구절이 자꾸 생긴다. 나는 언제쯤 필사 당할 만한 구절을 쓰는 작가가 되려나.


 중요한 글쓰기의 장점. 글쓰기를 하면서 돈을 굳혔다. 책 빌려보고, 다른 브런치 글 읽고, 식탁에 앉아 글 쓰느라 친구와 점심에 만날 시간이 부족하다. 글 쓰는 행위 자체가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다. 생각해보면 무엇인가 하면서 돈이 들지 않는 취미는 없다. 하다 못해 유튜브를 편하게 보려 해도 구독료가 든다. 한마디로 글쓰기는 가성비 최고의 취미이다. 글을 쓰며 생각을 정리할 수 있고 나의 생각이 명료하게 단어와 문장으로 표현되는 과정을 겪는 과정에서 쾌감을 느낀다. 한 발자국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보며 내면이 성숙해지고, 고찰하며 자기 반성을 할 수 있다. 글을 읽어주고 라이킷을 눌러주고, 댓글을 달아주는 독자들을 생각하며 인정욕구가 충족되며 자신감이 생긴다. 육아를 다 끝내고 허전한 마음을 밤늦게 술로 달래는 대신 일찍 자고 새벽에 일어나 글 한편을 발행하려는 새로운 자아를 발견한다. 삶이 긍정적으로 바뀐다.


  남의 일로만 여겨졌던 글쓰기가 삶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될 줄 몰랐고, 삶을 변화시킬 줄 몰랐다.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만으로는 무엇인가 아쉬웠던 분, 무의식 중 자리하고 있는 표현 욕구를 분출시키고 싶은 분, 내향형이라 온라인에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글쓰기를 강력 추천한다. 기왕이면 행동을 같이 할 수 있는 모임에 들어간다면 더욱 좋겠다. 초기 자본이 조금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보다 몇 배의 값어치를 한다. 내년에 재개할 '슬기로운 초등생활 브런치 프로젝트 3기'에 참여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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